라이프케어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을 준비하며

임사랑(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이사)

어린 시절 우리 동네는 버스를 타고 30분 이상은 가야만 병원이 있는 시골마을이었다. 그래서인지 여름이면 의과대나 한의대생들이 농활+의활을 와서 마을 주민들의 건강관리도 해주고 아이들 친구가 되어주기도 하고 공부도 봐주던 기억이 난다. 그들은 단순히 마을회관에 나온 사람들에게만 진통제 몇 알과 파스를 나눠주는 자원봉사가 아니라 동네 주민들의 가정을 돌아보며 그 가정에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건강 케어를 할 수 있는 방법들을 교육시켜줬다.

“이로운 먹을거리로 건강을 유지하도록 교육해주고, 조합원님 스스로 생활습관 질환에 걸리지 않도록 실천을 돕는 의료서비스 받아보신 적 있으신가요?”요즘 내가 조합원들에게 묻는 질문이다. 대부분의 조합원들은 그런 경험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답한다. 우린 이런 의료서비스를 받아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내 몸에 필요한 의료 서비스에 대한 필요와 요구조차도 표출할 수 없는 상태에 온 것은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는 의료보장제도가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나라이지만 환자는 알 권리, 자기 결정권, 자기가 겪고 있는 질환에 대한 학습이나 교육을 받을 권리를 상실한 채 컨베이어 벨트에 올려진 물건처럼 건강검진을 받고 약품의 과다처방과 의료장비 테스트 대상자가 된 채 살아가다 요양병원에서 환자중심이 아닌 병원 중심의 서비스만을 받은 채 무덤으로 가는 신세가 된 지 오래이다.

그러다 보니 생활습관의 변화만으로도 예방과 치유가 가능한 고혈압 당뇨와 같은 만성질환자의 수가 천만명을 넘어섰고, 불규칙한 생활습관과 환경의 변화 등으로 만성질환자의 수는 가면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이다. 생활습관 질환은 오랫동안 지속되고 누적되어 생기는 병으로 먹을거리와 생활습관의 변화만으로도 건강한 생활을 다시 찾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생활습관의 변화는 환자의 몫이다.

우리 스스로 지금의 생활습관으로 인해 앞으로 나에게 다가올 병까지를 파악하고 무엇을 개선해 나가야 할지 계획을 세워 꾸준히 실천하기에는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간혹 “당신의 주치의가 되어드리겠습니다”라고 내건 병원들도 있지만 환자의 과거와 지금을 파악하고 통합적 처방을 하기보다는 병원은 의료 수가를 올리고 환자에게는 보험금 청구하기 좋은 시술을 하는 장으로 둔갑한 경우들도 종종 보게 된다. 이렇게 신뢰할만한 병원 선택도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는 진짜 내 몸과 내 가족의 건강을 위한 개인별 맞춤 진료와 환자 중심의 의료 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필요가 있음을 인정할 때가 온 것이다.

라이프케어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하. 의료 사협) 발기인 모집을 조합원 대상으로 하다 보니 많은 질문을 받게 된다.

왜 협동조합방식으로 시작해야 하나요? 자연드림에서 그냥 병원 만들면 안 되나요?

병원은 수익이 창출되어야 하는데 이익을 남길 수 있을까요?

조합원에게 혜택은 있나요?

협동조합은 사업체를 통해 조합원의 필요와 욕구를 충족하는 곳이다. 우리는 20여 년 전부터 먹거리에 대한 필요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자연드림을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하며 지속 가능한 사회와 사람중심의 경제를 위한 협동조합 생태계의 밑거름이 되는 세이프넷을 탄생시켰다.

의료가 서비스가 되어버린 요즘 의료 소비 과잉을 막고 팬데믹을 경험하면서 더없이 중요해진 우리 사회에 의료 공공성을 강화하며 치료 중심의 의료행위의 대안을 제시하는 의료서비스를 만들어가면서 지역 주민들의 건강권을 회복하는 새로운 협동조합 모델을 우리의 힘으로 만들어보려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오래전부터 의료생협이 공제와 함께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200만이 넘는 조합원이 약 120여 개의 의료생협에 참여하고 있고 이는 일본 전체 세대중 5% 이상에 달하는 수치다.

병원이 돈이 될까? 병원은 당연히 환자가 많아야 이익이다. 하지만 의료사협은 조합원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 이익이다. 그래서 조합원과 지역민의 건강을 책임지고 적극적으로 예방하는데 기여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과잉진료가 필요하지 않을 것이고 치료와 진단에 필요치 않은 고가 진단장비 위에 우리는 더 이상 올라가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익금이 발생한다면 조합원과 지역민들의 건강관리와 지속 가능한 건강예방교육, 지역모임 등에 사용될 것이고 의료 나눔 사업과 같은 지역연대사업 등이 활발하게 전개될 것이라 생각한다.

조합원만을 위한 혜택 있다? 없다! 광주권에서 준비하고 있는 라이프케어 의료 사협은 발기인 조합원 500명 이상, 1인당 5만 원 이상을 출자해야 한다. 그러나 조합원이 되어도 큰 혜택이 존재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합원은 자기 혜택을 위함보다는 지역사회 기여를 위한 출자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는 답보 상태이지만 상호부조를 기반으로 하는 이용자 중심의 생협공제가 준비된다면 조합원들의 복리 증진을 위해 설계되기 때문에 이를 이용하는 조합원들은 의료서비스 선택의 폭이 좀 더 넓어지거나 의료비 자기 부담을 공제받는 형태가 될 것이다.

의료와 사회적 케어를 사업의 목적으로 현재 라이프케어 의료사협은 경기도를 시작으로 부산, 광주 등 지역에서 창립을 준비하고 있다. 처음 시작은 미약할지 모르지만 의료사협은 세이프넷과 지역의 연대의 힘으로 의료서비스를 넘어 다양한 돌봄, 요양 서비스로까지 확대되어 서로를 돌보는 지역사회를 만들어 나갈거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