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을 아는 것과 하는 것

송주희(성공회대 협동조합경영학과 박사과정)

한때 어떤 단어를 두고 그것을 책으로만 공부했다는 말이 유행했었다. 예컨대 “연애를 책으로 배웠다”와 같은 말이다. 학습보다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을 살짝 비꼰 말로 들릴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그것을 안다”라고 말할 때 “안다”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알아보고 이 맥락에서 “협동조합을 안다”것은 무엇인지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요즘은 손에 든 스마트폰으로 포털에서 검색을 하거나 SNS를 통해 쉽게 정보를 습득할 수 있게 되었다. 무엇인가를 모르고 있다가도 즉시 검색으로 알게 되는 상태가 될 수 있다. 어떤 대상을 보고, 만지고, 듣는 감각적인 경험을 통해서 “그것을 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상태가 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매체를 통해 어떠한 것에 대한 지식을 알게 되는 것과 자신이 직접 체험 혹은 경험을 통해 알게 된 것 모두 “그것을 안다”라는 상태라고 볼 수 있다. 각자 다른 경로를 통해 어떤 대상에 대해 “안다”라는 상태가 된 것을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떤 대상에 대해 책이나 검색으로 알게 된 사람과 경험을 통해 알게 된 사람이 모두 그 대상에 대해서 동일하게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는 시간과 공간에 따라 “안다”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달라진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다. 개미가 코끼리를 보고 안다고 말하는 것과 기린이 코끼리를 보고 안다고 말하는 것이 같을 수 없다. 코끼리에 대해서 개미와 기린이 대화를 한다면 서로 수평선을 걷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것이다. 같은 대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같은 대상 혹은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하더라도 다른 국가에서 사는 사람, 과거와 현재의 사람이 다르게 알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만약에 다르게 무엇인가에 대해 알고 있다고 주장하는 두 사람이 서로 본인이 알고 있는 것이 옳다고 주장한다면 우리는 제삼자의 입장에서 어떤 사람의 손을 들어줘야 할까? 이도 저도 선택할 수 없는 난감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비트겐슈타인은 “옳고 그른 것은 다름 아닌 사람들이 말하는 바의 것이며 그들은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에서 일치한다. 그것은 견해의 일치가 아니라 삶형태(Lebensform)에 있어서의 일치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비트겐슈타인의 이 글에서 두 가지 측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그는 진리를 언어와 언어게임에 근거지음으로써 그것을 초월적인 것의 일체의 고정성으로부터 빼내어 유동적이고 가변적인 실천의 지형에 위치시켜 논의의 조건을 앎(knowing)에서 함(doing)으로 이동시킨다. 둘째, 그는 진리를 불안정하게 만든 이후 그것에 일관성(consistency)을 회복시켜준다. 언어적 실천이 삶형태들로 조직되는 진리를 구성한다. “언어를 상상 한다는 것은 삶형태를 상상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2년부터 2013년까지 약 1년여간 협동조합을 설립을 준비했던 동료들과 함께 수많은 책, 동영상, 강의를 통해 협동조합에 대해 지식을 쌓았다. 우리는 협동조합을 글과 영상으로 배웠고 이 학습을 통해 협동조합을 향한 환상을 키워갔다. 그 자료가 협동조합의 아름다운 모습만 보여준 것은 아니었다. 당시의 우리는 협동조합을 만들기 위한 꿈에 부풀어 있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협동조합의 긍정적인 모습만을 편향적으로 취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협동조합을 직접 만들고 운영하면서 알게 된 것은 그 어떤 책에서도 알 수 없었던 것들이었다. 우리가 만난 사람들, 활동하는 공간과 시간은 우리 협동조합을 둘러싸고 일어나고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경험한 협동조합의 모습이 협동조합의 모든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 그래서 난 내가 알고 있는 협동조합은 수만 가지의 협동조합의 얼굴 중 하나라고 말하고 싶다. 협동조합을 안다고 말하는 연구자, 컨설턴트,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 모두 각자의 경험에서 협동조합을 바라보고 자신이 “협동조합을 알고 있다”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앞서 비트겐슈타인이 말한 바대로 우리가 바라보는 협동조합의 견해가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협동조합을 향한 여러 견해들이 모여서 협동조합이라는 삶의 형태를 만들어내고 있다. 우리는 자신이 경험한 협동조합이나 책에서 배운 협동조합이 옳다고 말하기에 앞서 자신이 알고 있는 협동조합을 실천에 옮기고 그것을 일관성 있게 유지해 가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참고자료>

- 전세라,『비트겐슈타인의 논리철학 논고』,웅진지식하우스, 2019.8.1.

- 안토니오 네그리, 마이클 하트,『공통체』,사월의책, 201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