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실천이 공동체를 살릴 수 있다면
송주희(성공회대학교 협동조합경영학과 박사과정)
코로나 19로 인한 비대면 소비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일회용품 사용이 증가하게 되었다. 2021년 11월 미국 국립과학원회보에 발표된 보고서(https://doi.org/10.1073/pnas.2111530118)에 따르면21년 8월 기준으로 코로나 19로 인해 800만톤 이상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전염병과 함께 일회용품인 플라스틱 용기의 판매량과 포장재 쓰레기 양도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우리 사회는 지금 오미크론 유행이 본격적으로 확산되면서 확진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시기를 겪고 있다. 코로나 PCR 검사 후 양성 통보를 받고 나면 재택 치료를 준비할 경황도 없이 외부와의 격리를 경험하게 된다. 집에 가족 중 일부만 양성이 나온 경우는 예외일 수 있지만 1인 가구 혹은 가족 모두가 양성일 경우 격리 기간 동안 집에서 필요한 물건들을 구매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이때 식료품을 살 수 있는 경로는 온라인 구매뿐이다.
필자는 2월 말경 자가 검사 키트를 결과 희미하게 두 줄이 나왔었다. 급하게 야간에 여는 선별 진료소를 찾아가 PCR 검사를 받고 다음날 코로나19 양성 확진 문자를 받았다. 문자를 받은 주말 오전부터 약 수급이나 식료품을 모두 비대면 배달로 해결해야 했다. 몸살과 목감기 증상이 심각한 상황에서 식자재 쇼핑 후, 조리를 하는 등의 활동을 하기는 힘들었다. 결국 일주일 동안 온라인을 통한 배달 서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배달 주문 시 일회용 수저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체크를 하더라도 음식이 배달되어 오는 용기는 일회용 포장재일 수밖에 없다. 재택 치료를 하며 일주일간 쌓인 쓰레기의 양을 보고 있자니 죄책감이 밀려들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장기화로 인해 우리의 삶의 많은 부분이 변화되었고 그중 일부는 일상의 익숙함이 되어가고 있다. 비대면 배달을 경험한 사람들은 팬데믹 상황이 종식되더라도 그 편리함의 경험을 잊지 못하고 계속 그 소비패턴을 유지할 수도 있다. 혹은 불현듯 본인이 만들어낸 쓰레기를 보고 소비패턴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자각을 할 수도 있다. 인간이 소비하는 것을 멈출 수 있을까?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소비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 대안으로 존재할 수 있다.
포장을 없애고 되도록 재활용 가능한 재료를 사용하여 쓰레기를 줄이는 등 폐기물을 발생시키지 않는 세계적인 움직임(Movement)인 “제로 웨이스트”에 대해서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ZWIA(Zero Waste International Alliance, 제로 웨이스트 국제동맹)에서는 모든 상품, 포장 및 자재를 태우지 않고, 환경이나 인간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토지, 해양, 공기로 배출하지 않으며 책임 있는 생산, 소비, 재사용 및 회수를 통해 모든 자원을 보존하는 것을 제로 웨이스트로 정의하고 있다. 모든 상품이 재 사용될 수 있도록 장려하며 폐기물을 방지하는 데 초점을 맞춘 원칙을 가지고 있다.
제로 웨이스트 운동의 창시자이며『나는 쓰레기 없이 살기로 했다』의 저자인 비존슨(Bea Johnson)은 “가정 내 쓰레기 줄이기는 다섯 가지 단계를 따르면 상당히 쉽고 간단하다”라고 말한다. 그녀는 일상생활에서 실천하는 ‘5R’을 강조한다. 필요하지 않은 것은 거절하고(Refuse), 필요하며 거절할 수 없는 것은 줄이고(Reduce), 소비하면서 거절하거나 줄일 수 없는 것은 재사용하고(Reuse), 거절하거나 줄이거나 재사용할 수 없는 것은 재활용하고(Recycle), 나머지는 썩히는 방식으로 퇴비화(Rot)하는 것이다.
영국의 다양한 매체에서 활동하는 칼럼니스트이자 진행자인 저자인 케이트 아넬(Kate Arnell)은『이제 쓰레기를 그만 버리기로 했다』에서 비존슨(Bea Johnson)이 제안한 ‘5R’에서 ‘2R’을 더한 ‘7R’을 제안한다. 그리고 이 7가지 원칙을 바탕으로 일상생활에서 6주간 제로 웨이스트를 실행할 수 있는 플랜을 제안한다. 그녀의 책 원서의 제목은『Six Weeks to Zero Waste: A Simple Plan for Life』이다.
<‘5R’+ ‘2R’ = ‘7R’> 은 아래와 같다.
Refuse : 필요하지 않은 포장, 용기, 일회용품은 거절합니다.
Reuse: 줄일 수 없는 것은 다시 사용합니다.
Recycle: 줄이거나 재사용할 수 없는 것은 재활용합니다.
Refill: 다 쓴 용기에 내용물만 채워서 사용합니다.
Reduce: 필요하면서 거절할 수 없는 것은 사용을 줄입니다.
Reform: 낡고 유행이 지난 것은 고쳐서 사용합니다.
Rot: 다 쓰고 난 것은 썩혀서 자연으로 돌려보냅니다.
(출처 : skipthebag.com)
2018년 마포구 망원시장에서 <플라스틱 프리 캠페인> 활동으로 시작되어 2019년 6월에 오픈한 <알맹상점>은 동네에 쓰레기 없는 가게를 만들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알맹이만 담아 갈 수 있는, 공산품 위주의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여 판매해오고 있다. 알맹상점은 무포장 상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 용기를 가져가서 담아와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다. 하지만 소비를 통해 쓰레기를 배출하지 않기 때문에 소비활동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또한 포장비용 절감으로 포장되어 판매되는 동일 상품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참고로 제로 웨이스트 상점에서 판매되는 무포장 상품은 다양한 브랜드를 가지고 있고 상품 주변에 QR코드나 홍보물로 브랜드에 대한 설명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좋은 취지라면 ‘세상의 모든 상품을 무포장으로 판매하면 안 되는 것일까?’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역시나 현실은 이상과 차이가 발생한다. 개인 사업자가 알맹상점에서 판매하는 무포장 상품을 판매하려면 상점에서 기본적으로 대량으로(천개, 만개 단위) 구매가 가능해야 한다. 이윤을 남겨야 하는 사업자들에게 넘기 힘든 장벽이다. 하지만 대안은 항상 존재한다. 무포장가게 네트워크 프로젝트는 ‘무포장가게’들을 널리 알리고 더 많은 무포장가게들이 확산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프로젝트(https://www.mupojang-network.com)를 실행하고 있다.
아름다운커피는 자신이 속한 모임과 커뮤니티 등에서 아름다운커피의 원두를 나눠서 가질 수 있는 용기커피보급소를 운영하고 있다. 21년 2월부터 시작된 이 캠페인은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운영되고 있다. 필요한 만큼의 커피를 용기에 담아 구매하는 제로 웨이스트 실천운동이다. (참고 : https://blog.naver.com/fair_coffee/222451027915)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제로 웨이스트 실천에 참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지금 스마트폰 지도 애플리케이션에 ‘제로 웨이스트’를 검색 해보고 내 주변에 가장 가까운 상점에 방문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제로 웨이스트 캠페인’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활동 외에도 우리의 일상 속 수많은 작은 행동들이 ‘제로 웨이스트 활동’이 될 수 있으며 그 활동은 우리의 공동체를 살리는 새로운 길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