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염 괜찮은 걸까? 식품에 대한 미세플라스틱 기준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이수진(도봉노원디딤돌아이쿱소비자생활협동조합 이사장)

소금하면 한때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황교익 소금논쟁이 생각난다. 엊그제 일 같은데 7년 여의 시간이 흘러 낡은 논쟁이 되었다. 그럼에도 이렇게 소금하면 떠오르는 건 현재진행형이라서 그런 걸까??황교익이 논란의 중심이 된 건 ‘천일염’ 때문이었다. 청정바다 신안갯벌에서 만든 우리의 자랑 천일염이 장판소금, 중금속소금, 플라스틱소금이라는 ‘듣보잡’ 발언을 텔레비젼에서 너무나 당당히 발언했기 때문이다. 그뿐인가 염전소금이 대대손손 물려 내려온 우리의 전통소금이 아니라 일제 강점기 시대에 대만에서 수입된 염전기술이라는 놀라운 사실을 미디어를 통해 떠들어댔다. 놀랍기도 하고 진짜인지 가짜인지 따져보느라 인터넷을 뒤져보고 기사를 찾아보던 때가 생각난다. 7년 여의 시간이 지난 현재 시점에서 우리의 소금은 어떻게 변하였을지 궁금해진다.

장판소금은 이후 지속적인 문제 제기로 타일소금으로 바뀌고 있지만 여전히 비용의 문제와 생산량의 문제로 장판소금이 생산되고 있다. 장판소금이 왜 문제가 되냐하면 PVC장판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플라스틱에 쓰인 ‘프탈레이트’라는 독성물질이 녹아 나와 소금과 섞이고 이것이 우리 몸속으로 들어와 환경호르몬 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에 인간의 신체에 해롭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장판만 타일이나 토판으로 바꾸면 프탈레이트로부터 안전한 소금을 구할 수 있는 것일까? 이제는 장판이 문제가 아니라 더 근본적인 문제가 발생했다.

해양수산부가 정의한 천일염이란 “저수지에 바닷물을 가두어 2주 동안 햇볕과 바람으로 수분을 증발시켜 얻은 결정체”라고 되어 있다.?바로 소금의 원재료가 되는 바닷물의 오염이다.인터넷에 해양오염이라고 검색하면 수도 없이 쏟아지는 이미지와 자료들이 넘쳐난다. 빨대가 코에 박힌 거북이, 죽은 고래의 입속에서 쏟아지는 각종 폐플라스틱, 쓰레기섬, 알록달록 플라스틱으로 뒤덮인 해안가 사진들. 어디 이뿐인가! 환경스페셜 등 각종 다큐멘터리에서 바다가 플라스틱으로 오염된 현실을 영상으로 보여준다. 육지에서 밀려 바다로 간 플라스틱쓰레기가 햇볕과 바람에 잘게 잘게 부수어져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하는 과정을 영상으로 자세히 찍어 알려주고 있다. 바닷물이 바뀌었다. 우리가 그렇게 철썩 같이 믿고 있는 천일염이 이제 미세플라스틱으로 오염된 바닷물을 주원료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바닷물이 오염되면서 대다수의 사람들이 먹고 사용하는 수산물과 소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다.

식품의약안전처가 2020년 3월3일 발표한 보도자료에 의하면 국내 유통 중인 수산물과 천일염의 미세플라스틱 현황을 검사한 결과 모든 제품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검출되었다는 결과뿐 지금까지 미세플라스틱과 관련한 어떤 기준도 마련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대책도 나오지 않고 있다.

수산물(천일염)의 미세플라스틱 검사 결과

분류

품목수

검출율

(%)

검출갯수(/g)*

평균±표준편차

천일염

5

100

2.22±1.24

(출처 : 식품의약안전처 2020. 3. 3.(화) 보도자료)

미세플라스틱이 우리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놀라운 것은 평균적으로 어른 한 명이 일주일간 섭취하는 미세플라스틱의 양이 신용카드 1장 무게인 5g가량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한달에 신용카드 4개를 먹고 있는 셈이다. 학계에서는 인체에 들어 온 미세플라스틱에서 나오는 독성물질 발생으로 아토피, 호흡기 문제, 심혈관 질환, 생식 능력 저해, 신경독성, 유전독성 등을 거론한다. 인간의 뇌에 대한 연구에서는 미세플라스틱이 잠재적인 세포 독성을 나타낼 수 있음이 확인됐다. 또 미세플라스틱이 체내에서 세포막, 태반을 넘어갈 수 있으며, DNA 손상, 세포 손상, 염증 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처럼 미세플라스틱이 위험함에도 불구하고 천일염의 원재료인 바닷물에 대한 어떠한 조치도 취해지지 않고 있으며, 매일매일 천일염이 생산, 유통되고 있다. 대한염업 조사에 따르면 21년 9월 기준 26.5만톤이 생산되었다 한다.?천일염의 유해성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환경호르몬은 장판소금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미세플라스틱에서도 발생한다. 환경호르몬이라고 불리는 내분비계 교란물질은 특히 어린 나이대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문구류와 학교 운동 용품에 대해 플라스틱 가소제 역할을 하는 프탈레이트를 사용하지 않은 제품을 권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KC인증마크).

그러나 우리나라 학교 급식의 식재료 기준에는 소금과 장류에 대해 소금 기준을 천일염으로만 규정하고 있다. 천일염을 다량 넣어 만들어진 고추장, 된장, 간장만을 사용하도록 기준이 만들어져 있는 것이다. 현재는 소금 속에 아무리 많은 미세플라스틱이 들어 있어도 미세플라스틱 기준안이 없기 때문에 학교 급식에서 사용하는데 아무 문제가 되고 있지 않는 것이 큰 문제이다.

학교급식에 공급되는 천일염의 미세플라스틱 검사 결과

학교급식 유통 천일염의 미세플라스틱 검사 현황(갯수/kg)

구분

굵은소금(천일염)1

굵은소금(천일염)2

꽃소금(천일염)

검출 수(갯수/100g)

14

15

9

1kg 환산시

140

150

90

※ 미세플라스틱의 주요 성분은 PE계, Polyester계, PVC계 추정 미세플라스틱으로 주로 검출되었다.

앞서 식약처 검사에 따르면 검사한 모든 소금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었다. 소비자는 미세플라스틱의 유해성에 대해서도 명확히 알고 싶고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명확한 검출 기준도 마련되기를 요구한다. 더욱이 학교에서 사용하는 소금에 대해 보다 엄격한 미세플라스틱 정책이 마련되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