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협동조합에 로그인하다] 1. 이행기의 청년, 협동조합을 만나다

송주희 (수원시청년지원센터 총괄팀장)

 

한국사회의 고용문제의 심각성은 2000년대 초반부터 감지되기 시작했다. 학계는 이를 고용문제로 보고 노동시장의 수급 불일치와 학력과잉이 원인이라며 일자리 창출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현재 청년 세대들은 특정하게 굳어진 세대 담론에 갇혀있지 않고 끊임없이 어딘가에 접속하고 떨어짐으로써 개별적인 ‘세대화 과정’을 거치며 항상 어딘가로 ‘이행’을 경험하고 있다. 청년들은 사회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좌절감과 무력감을 경험하며 이전 부모세대들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환경에 놓이게 되었다. 이런 이행기에 놓여있는 청년들에게 정부와 학계는 “일자리 창출을 통한 고용률 상승”을 목표로 한 정책을 펼쳤지만 결과적으로 이런 정책이 실업률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청년문제는 단순히 경기변동에 의한 일시적인 위기가 아니다. 4차산업혁명과 인구감소 등 미래사회 급변의 요인에 대한 사회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위기의식이 높아지면서 청년문제가 지속적으로 우리사회에서 고민해야 될 문제임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N포세대, 달관세대, 수저계급론, 헬조선, 혼밥족 등과 같은 청년세대를 표현하는 신조어들을 자세히 보면 고립과 비관을 느낄 수 있다. 이런 냉소적인 표현들은 청년들이 처한 현실에 대해 변화되지 않고 있는 사회에 대한 반감이 기저에 깔려있다고 볼 수 있다. 사회 구성원으로써 이행기에 놓은 청년들에게 정책적 대안이 아니라 공동체의 일환으로 그들을 포용하고 그들의 문제를 사회 전체 구성원들이 고민하고 함께 해결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사회의 움직임이 필요하다. 그리고 공동체 안에서 구성원들로부터 보호와 지지를 동시에 받고 있다는 것을 청년들이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전 세계 대부분의 청년들이 취업난을 겪고 있다. 높은 청년실업률과 함께 고용에 적합한 능력을 갖추는 것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청년세대가 처한 이러한 삶의 근본적 위기 속에 최근 전 지구적으로 사회적경제가 그 대안적 모델을 제시되고 있다. 캐나다 퀘벡주 몬트리올에 있는 사회적기업 <인서테크>는 청년들의 사회복귀를 돕는 사회적기업으로 중고 컴퓨터를 수리해 재생 컴퓨터로 되파는 사업을 하고 있다. 국내에도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사회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청년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소셜벤처가 늘어나고 있다.
사회적경제에서의 활동은 공공과 시장의 빈틈을 메우는 것을 의미한다. 그 빈틈에 청년문제의 해결지점이 있다. 2007년에 시행된 사회적기업 육성법을 기점으로 사회적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수많은 사회적기업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시행령이 발표된 이후 사회적기업과 관련된 다양한 논쟁들이 진행되었지만 사회적기업으로 대표되는 사회적경제 영역에서의 활동들이 이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의 대안을 실험할 수 있는 초석이 되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2012년에는 협동조합 기본법이 제정되면서 사회적경제 영역의 새로운 흐름이 시작되었다. 그 즈음에도 협동조합을 만들어 새로운 형태의 조직구조를 경험하게 된 창업가들이 많다. 필자는 2011년도부터 2016년까지 2개의 조직형태를 운영한 경험이 있다. 주식회사와 협동조합이다. 2011년에 사회적기업을 목표로 주식회사(법인)를 창업하여 운영해야 하는 미션이 주어졌다. 조직운영 경험이 없었지만 팀원들과 평등한 조직문화와 운영시스템을 만들자는 목표를 가지고 함께 회사를 운영해 나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조직의 체계가 사장과 직원이라는 수직적 구조로 단일화 되어갔다. 겨우 1년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한 업무가 많아지면서 수평적인 의사결정 구조가 무너지고 사장의 결단력과 직관으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수직적인 구조를 취하게 된 것이다. 결국 조직 안에서 서로의 신뢰가 무너지고 불협화음이 일어났다.
주식회사를 폐업하고 1년여 동안 협동조합 추진위원회를 만들어 운영하면서 조직을 재정비 하였고 2013년에 협동조합을 설립하였다. 이 과정에서 함께 협동조합을 준비했던 구성원들이 힘들어 했던 것은 느리게 진행되는 의사결정 구조였다. “협동조합은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사업체를 통해 공동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인 사람들의 자율적 단체”라고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1인1표로 대변되는 평등한 의사결정구조는 청년들이 이전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문화였다. 개인의 성과를 중심으로 학습되었던 청년들이 협동을 하고 서로의 의견을 조율하며 공동의 목표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공동체 문화를 학습할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한국의 주입식 교육과정을 겪으며 성장한 청년들에게 ‘협동’은 낯선 단어이다. 청년들에게 협동조합으로 창업을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 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협동조합 기본법’에서 정의하는 일반협동조합과 주식회사는 이윤추구라는 동일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조직의 지배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이윤추구를 하는 ‘과정’이 다르다.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소수가 희생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 구성원들이 함께 위험에 따른 책임을 나누고 대안을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다른 문화를 가진 세대들이 협동조합에 구성원으로 함께 조직을 운영하다보면 소수의 의견이 무시되는 것이 아니라 소수의 의견이 다수와 합의 되는 과정을 경험하는 것이다. 느리지만 하나의 합일 과정을 민주적으로 만들어 간다는 것이 중요하다.
협동조합에서 일하는 것은 공동의 목표를 가진 구성원들이 협동을 학습하고 이를 통해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경험을 나누는 것이다. 협동조합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민주적으로 협동하기 위한 ‘운동성’과 사업목표를 바탕으로 조합원의 이익을 추구하는 ‘사업모델’이 필수적이다.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협동조합에서 일을 경험하는 것은 청년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협동조합이라는 조직을 돈을 벌기위한 직장으로만 생각하게 되면 조직이 추구하는 방향과 불협화음이 일어날 수 있다. 이를 위해 협동조합을 운영하는 조직은 새로운 직원들에 대한 교육은 필수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정부 및 산하기관에서 협동조합을 통해 청년 창업을 육성하거나 교육하는 사업공고를 자주 접할 수 있다.? ‘사회적경제’라는 틀 안에서 특히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운영하는 것을 청년들에게 권유할 때 사회에서 준비해야 할 일이 있다. 협동조합과 관련된 학습을 한 후 협동조합을 설립하는 창업자들이 많다. 그러나 글로 배운 협동조합과 협동조합을 직접 운영하는 것이 다르다는 사실은 협동조합을 창업한 후에 알게 된다. 협동조합은 운동과 비즈니스의 경계에서 그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어느 한곳에 무게 중심을 두게 된다며 그동안 만든 모든 신뢰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업을 통해 비상하고 싶다는 의지를 가진 청년들에게 힘을 실어 줄 수 있는 모델로써 협동조합은 긍정적인가?’에 대한 물음에 우리 사회는 대답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협동조합을 창업하거나 협동조합에 취직하고자 하는 청년들은 어떤 역량을 갖춰야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도 함께 고민해 보아야 한다. 협동조합으로 창업을 꿈꾸는 청년기업들의 역량을 강화하고 그들이 안정적으로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안정장치가 필요하다. 기업가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지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이런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청년들이 협동조합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그들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지원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