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더 클 사전
『 협동조합 키워드 작은 사전』 . 김기태, 김형미, 신명호 외 2명 저. 알마. 2014.12.08.
공정경, 아이쿱생협 언론활동팀
협동을 하다 보면 ‘참 많은 걸 내려놔야 하는구나.’라고 느낄 때가 있다.
협동을 하다 보면 ‘그런데 이게 명확히 무슨 뜻이지?’하고 궁금할 때가 있다.
많은 걸 내려놔야 할 때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가슴에 새기고, 협동조합과 사회적 경제 분야의 궁금증이 생길 때는 <협동조합 키워드 작은 사전>을 들춰보자.
차례를 보면 크게 ‘사회적 경제’ ‘협동조합 이론과 운동’ ‘협동조합 운영’ ‘협동조합 사업’으로 나뉘어 있다.
3장 협동조합 운영 중 7번째 키워드 ‘민주적 통제’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구성을 몇 단계로 나눠 볼 수 있었다. 이 단계들은 키워드 속으로 깊게 들어가는 계단과 같다.
영어 원어를 달아 오해와 모호함 피하기
민주적 통제 democratic control
개념 드러내기
민주적 운영원칙은 (…) 주식회사와 달리 자본의 기여나 거래량과 관계없이 모든 조합원이 1인 1표를 보유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 이는 협동조합이 지니고 있는 2가지 조직 성격인 기업과 결사체 중에서, 결사체로서 운영원리에 더 기초하고 있다는 점을 나타내준다.
역사 되짚어보기
보통선거권이 제도적으로 정착하기도 전인 19세기 중반 협동조합이 유럽에서 처음 등장했을 때, 협동조합은 성·종교 차별 없는 가입의 자유와 1인 1표의 운영원칙을 도입하여 민주적 기업의 선구자로서 평가되었다.
어두운 면
민주적 운영원칙은 실천 과정에서 적잖은 문제점을 노정하고 있는데, 3가지로 크게 나뉜다. 첫째, 민주적 운영원칙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집단적 의사결정비용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단점이 있다. (…) 둘째, 노동자협동조합에서는 피고용인이 조합원이기 때문에 업무집행 과정의 수직적 위계구조와 직원조합원 사이의 민주적 의사결정구조 사이에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 마지막으로 시장 및 기술 환경에 의해 불가피하게 협동조합의 규모가 커질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과두지배체제 및 경영자대리인 문제가 있다. (…)
밝은 면
이와 같은 단점을 지니고 있음에도 이를 고수하는 중요한 이유는 2가지다. 첫째, 협동조합의 민주적 운영원칙이 명시적으로 폐기되면 협동조합은 자본 중심의 주식회사와 별반 차이가 없어질 것이고, 조합원의 심리적 소유권마저 사라져 협동조합이 지역으로부터 이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협동조합이 사업의 효율성을 통해 조합원에게 더 높은 물질적 풍요를 가져다주는 것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업과 활동을 통해 조합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정신적·지적·관계적 역량을 증진시키는 과정상의 목표가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길안내
이런 점에서 협동조합의 민주적 운영원칙은 협동조합의 다섯 번째 원칙인 ‘교육, 훈련 및 정보 제공’이 실천되지 않고서는 발휘되기가 어렵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대규모 협동조합에서는 조합원의 활동을 분권화시키는 기제가 마련될 필요가 있고, 조합원들이 임원과 경영자를 적절히 통제할 수 있는 기제도 필요하다는 것이 기존 연구의 결과다.
알찬 참고문헌
A.F. 레이들로 지음, 김동희 옮김, <서기 2000년의 협동조합: 1980년 모스크바 ICA 총회 A.F. 레이들로 보고서> (…)
사전은, 충분히는 아니어도, 경험과 지식이 어느 정도 쌓이고 합의되어야 나올 수 있는 책이다. 한국사회에서 우리의 협동조합 사전이 출간됐다는 것은 협동조합과 사회적 경제의 싹이 계속 자라고 있었고, 작지만 열매도 맺었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오직 ‘좌충우돌’만으로 경험과 지식을 쌓았다면, 앞으로는 <협동조합 작은 사전>을 옆에 끼고 자주 들여다보면서 손발을 덜 고생시키자.
토마 피케티가 <21세기 자본>에서 보여주듯, 지금은 상위층으로 부가 매우 빠른 속도로 몰리고 있는 시대이다. 사회적 경제와 협동조합은 하늘 높이 치솟는 불평등의 그래프를 꺾고 그 간극을 완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 그 역할은 더 커질 것이다.
채 몇 년이 지나지 않아 <협동조합 작은 사전>은 <협동조합 큰 사전>으로 이름이 바뀌리란 예감이 든다.
책 앞표지에 적혀있는 김기태·김형미·신명호·장종익·정병호 외 누가누가 함께했는지 깨알같이 드러내 주는 것도 저의 몫이라 생각하며…
김미현·김창진·김성기·김진환·박종현·장원봉·문진수·김두년·권오범·송재일·김윤수·박주희·정만화·이경수·김성오·신용협동조합중앙회 총 21명이 한 줄 한 줄 엮어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