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협동조합, 이제는 바로 잡아야
우리의 협동조합, 이제는 바로 잡아야
출처 : 씨알의 소리 99년 3~4월호
1997년 10월 31일 새정치 국민회의 농어민 정책공약으로 내 놓은 ‘97 농어민과의 약속’〈김영진 의원(농어민특별위원회 위원장)〉에서 협동조합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공약하였다.
“협동조합을 활성화하고 생산자 조직과 농어민 단체를 육성하겠습니다.”
경제적 약자인 생산 농어민의 권익을 실현하기 위하여 협동조합이 설립되었습니다.? 그러나 오랜 세월 협동조합은 정부의 농어민 통제기관의 기능과 역할을 수행하였고, 농어민의 권익을 증대시키기 위한 생산, 판매, 유통, 가공 등의 역할을 소홀히 하였습니다.? 조합원 중심의 자율적 협동조합 운영이 확대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국내 농어업경쟁력의 원천은 생산농어민에 있습니다.? 따라서 자주적 생산자 조직과 농어민 단체의 육성발전이 대단히 필요합니다.
- 농어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협동조합 본연의 역할이 활성화 되도록 협동조합개혁에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을 확대하겠습니다.
- 「농어민 단체 육성법」을 제정하고 자율적인 생산자 조직을 활성화하겠습니다. 고 공약하였다.
이리하여 민주시민의 승리로 창출된 국민의 정부는 협동조합 개혁을 농정개혁 제1의 과제로 꼽았다.
’98년 2월 12일, 대통령직 인수 위원회가 발표한 신정부 100대 과제중 협동조합 개편과 관련하여
○ 농?수?축?임협등 생산자단체는 농어업인의 자조적 경제활동에 기초를 둔 상향적 협동조합으로 개편 할 것을 검토한다고 밝히면서
- 지역 및 품목별 연합회의 기능을 강화 할 것과
- 중앙회의 기능을 교육, 농정활동, 회원조합에 대한 감독을 담당토록하는 등
-「협동조합 개혁단」을 설치하여 ’98년 10월까지 협동조합의 기능 및 조직개편(안)을 마련한다.
○ 소비자 협동조합을 법제화하여 생산자 조합과 직거래 추진
○ 농수축협, 공영도매시장등 각 기관별 정보 D/B 통합연결 등 농수산물 유통정보체계 확립
○ 농업정책금융의 시장기능을 강화한다. 고 언명하였다.
이에 따라 98년 4월, 학계, 협동조합, 생산자, 정부대표로 구성된 협동조합 개혁위원회를 만들어 같은해 7월, 3개 개혁방안을 제출하였다.? 그러나 지난해 농림부는 개혁방안을 확정하지 않고 4개 중앙회 회장에게 합의를 도출하라고 지시하면서 문제가 꼬이기 시작했다.? 개혁대상을 보고 개혁안을 내어서 그것도 4개 중앙회 회장의 합의를 도출하라고 하였으니 이것이 될말이나 한 것이던가, 농림부는 이때도 특별한 대책을 발표하지 않아 개혁을 바라는 국민들로부터 비난을 사기도 하였다.
선거공약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언명에서 보듯 국민의 정부는 농?수?축?임협등 생산자단체를 상향식조직으로 개편하고, 중앙회는 하나로 통합하여 조합의 교육과 감독, 농정활동의 기능을 담당토록하며 금융업무는 농업금융전문기관으로 일원화하기로 방향을 정하고 98년 10월까지 구체적인 개편안을 마련하기로 했던 것이다.
감사원은 이때를 맞추어 1998. 9. 21부터 10. 31까지 사이에, 감사원이 중심이 되고 농림부와 은행감독원의 도움을 받아 농협중앙회와 회원조합의 운영 실태에 대한 실지 감사를 실시하였다.? 98년 10월말까지 나왔어야 할 농림부의 개편안이 이듬해 2월이 다가도 안나오자, 감사원은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이어서 협동조합개혁에 청와대의 의지가 실리면서 협동조합 개혁은 급류를 탔다.
그런데, 3월 8일 농림부장관이 농림부회의실에서 밝힌 협동조합 개혁안은 그 동안의 공약과는 동떨어진 것이 되고 말았으니, 사람들은? 한번 더 놀라고 있다. 감사원 감사에서 밝힌 농업협동조합의 부정, 비리는 전 국민을 놀라게 하였고 전농민을 분노케 하였다.
전국 1천3백32개의 지역단위조합가운데 그 절반에 가까운 6백여개가 조합원이 출자한 자기자본을 잠식하면서 연명하고 있는 적자조합이고 농민에게는 까다로왔던 농협이 30대 계열그룹으로부터의 수신액은 2,748억인데 여신액은 7,839억원에 달하고 있으며, 대기업에 대한 과도한 지급보증으로 98년 8월말 현재 회수의문, 추정손실액 규모가 6,196억원에 이르고, 또 부도대기업에 대한 여신잔액도 9천1백84억원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축협도, 수협도, 임협도 예외가 아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직접 협동조합의 부조리와 비능률을 시정하라고 지시하고 나섰고, 검찰도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였으니 이제 농협, 축협, 수협에 난리가 난 것이다.? 한보 진로등 부실 대기업에 대한 부실 대출에는 정치권까지 연결되고 있다는 얘기도 있어 그 귀추에 전 국민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개혁안 발표가 이렇게 늦어진 배후에는 일정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즉 농림부 주변에 떠돌고 있던 말들이다.
“자율적인 조직인데 어떻게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나”, “농축협이 정부의 기능을 대신하는 부분도 있다” 등등 어떻게든 하겠다는 의지는 없고 앓는 소리 뿐이었다고 한다. 또 한 당국자는 “농조 통폐합 때도 장관의 사생활 문제까지 도마에 오르는 등 한바탕 난리를 치렀는데 협동조합은 그보다 10배 정도는 시끄러울 것”이라며 자신 없어 했다고도 한다.
다른 농림부 관계자는 “후유증이 매우 클 것이기 때문에 모두가 부담스러워하고 있다.”며 “개혁주도 핵심세력 상당수가 협동조합의 로비와 반발에 넘어가 있는 것 같다”는 지적도 있었단다. 아닌게 아니라 지난 3월 8일에 발표된 개혁안은 큰 골격에 있어서 농협의 주장을 따르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농업협동조합은 그야말로 엄청난 로비기관인가 보다. 지난 ’94년 농어촌 발전위원회 위원으로서 협동조합중앙회의 신용?경제사업의 분리를 지지하였던 김성훈 장관이 “경제사업에 신용사업의 자금과 이익금이 원활히 제공되기 위하여 완전분리는 반대”라고까지 하였으니 말이다.
이렇게 해서 협동조합 개혁은 국민의 정부의 철통같은 공약에도 불구하고 물건너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리하여 협동조합 개혁에 관심을 가졌던 전국의 국민은 허탈에 빠지고 농어민은 분노에 차있다.? 믿었던 김성훈 장관의 변신이 이러하니 특히, 농협의 로비에 약할 수밖에 없는 국회의원이 법률심의에 얼마만큼 나설수 있을 것이냐 하는 것이다.
김영삼 정권 시절인 지난 94년에도 국회는 정부가 내놓은 협동조합 개혁법을 ‘신용?경제사업분리’라는 핵심내용을 뺀 채 통과시킨 적이 있다. 협동조합들은 전국의 시도본부와 시군지부를 중심으로 해당지역 의원들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농림해양수산위원회 소속의원 24명 가운데 농촌이 지역구가 아닌 의원은 손에 꼽을 정도다.
국회관계자는 “농촌 출신 의원들의 경우 협동조합문제라면 고개부터 절레절레 젓는다.”며 “더구나 내년 총선을 앞두고 어느 간 큰 의원이 협동조합 개혁을 주장하겠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농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협동조합들은 청와대부터 농림부주사까지 모두 선을 대고 있다”며 “재경위, 농림해양위 소속의원들은 물론이고, 농민단체를 담당하는 부서도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하고 있다.(한겨레신문 99. 2. 4)
이제 바라 볼 곳은 오직 한곳 대통령의 결단하나뿐인가 보다. 새정권을 창출한 민주시민의 힘을 다시한번 결집하여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 할 때다.
1971년 3월에 발간된 『김대중씨의 대중경제 100문 100답』 (이하, 대중경제) 제6장 대중경제체제하의 농업정책, Ⅲ. 농협문제에서 제기된 내용이 실천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자면 지난해 7월 농림부장관에게 제출된 협동조합개혁 추진위원회의 제2안이 거기에 가까운 것으로 인정되므로 제2안을 중심으로 내용을 정밀화 할 필요가 있다.
『대중경제』 제6장 Ⅲ절의 내용을 요약하면, 농협법 제1조 목적을 거론하고, 「농협의 감독기관인 농림부는 농협이 법대로 운영되도록 감독하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 공화당 정부는 그와 반대로 법을 위반해서 운영하도록 지도 감독하고 있다.」고 신랄히 비판하고, 구매?판매사업등 경제사업이 조합원의 이익에 반하게 운영되고 사업운영과정의 부정?부패, 비효율적 운영으로 적자를 누적시켜 조합원에게 그 피해를 전가한다고 고발하고 있다.
또 농협의 신용사업은 농민을 정부에 예속시키는 수단이라고 갈파하고 농협에게 정책자금살포를 대행시키면서 이것으로 정부가 농협을 간섭하는 명분으로 삼는가 하면 농협금융이 정책자금화하여 신용사업의 자율성을 크게 훼손한다고 질타하고, 정책자금에 의한 특정사업 특정인사에의 특혜융자로 농민지배를 일삼고 정책사업자금은 정치자금화 하고 농협은 특정정당의 별동대 구실을 한다고 폭로하고 있다.
말미에 가서 대중경제체제하에서의 농협육성 반안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 요지는 다음과 같다.
농협법 부칙 제11조에 있는 일제하 금융조합연합회와 금융조합재산의 청산으로 단위조합의 출자금에 충당하여 조합금융의 재원으로 활용하여야 한다고 지적하고 정책금융은 정부대하금으로서가 아니고 정부출자금으로 전환하여 정부간섭의 여지를 없애고 농협이 그 자금으로 정치자금이 아닌 진정한 정책사업자금으로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한다고 하였다.? 또 판매사업과 구매사업을 독점자본의 농민수탈 통로로부터 벗어나 협동조합 본연의 모습으로 자리매김하여 조합원에게 최대봉사의 원칙에 의해 보다 많은 편익이 가도록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정부의 위촉사업은 가급적 하지 않도록 한다고 밝히고 있다.
끝에 가서는 현재의 농협이 공화당 정권의 별동대 구실을 하고 있는 정치적 속성을 철저히 배제하고 정치관여 없는 순수한 민주적인 경제단체로서 포육할 것이나 협동조합의 2대기능의 하나인 농정활동을 최대한 보장하여 농민의 권익 보장을 위한 농민 스스로의 길을 트게 할 것이다라고 언명하였다.
또한 농협이 종래 생산사업의 협동화를 금기사항으로 하여 왔지만 앞으로 농협을 농업생산 협동화의 중추적 역할을 하게하여 농업생산의 중진에 기여한다고 하면서 끝을 맺었다.
이상에서 보아온바 같이 97년 10월 31일의 농어민정책 공약은, 대선 승리후 98. 2. 12에 발표한 협동조합 개편에 관련된 약속, 특히『농?수?축?임협등 생산자단체는 농어업인의 자조적 경제활동에 기초를 둔 상향적 협동조합으로 개편할 것을 검토한다.』고 한 대목과 『중앙회의 기능을 교육, 농정활동, 회원조합에 대한 감독을 담당토록한다.』, 『농업정책금융의 시장기능을 강화한다.』, 『직거래추진』, 『농축수협, 공영도매시장에 D/B 통합연결등 유통정보체제확립』 등의 대목은 『대중경제』에서 이어져 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강조해두지 않으면 안되는 아주 중요한 대목이 있다. 그것은 바로 중앙회의 기능을 교육, 농정활동, 회원조합에 대한 감독을 담당하도록 한다는 대목이다.
즉 중앙회가 이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중앙회는 세계 모든 나라의 중앙회가 그러하듯 어떤 사업도 하지 않아야 하며, 농림부안에서 내놓은 바와 같은 경제사업부, 신용사업부 등 독립사업부제로하고 중앙회장이 사업부장을 추천하여 총회의 승인을 받는 등의 인사권과 사업을 총괄하는 등의 일도 해서는 안된다.
더구나 축협까지 통합된 경제사업 신용사업은 그 사업규모가 더욱 방대해질 것이니 통합된 중앙회가 그 본연의 기능을 할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함으로 중앙회는 별도의 법인으로 독립되어 설립되어야 그 기능을 발휘할 수 있게되는 것이고 그래야만 공약을 지킬수 있게 된다.
협동조합을 바로세우자는 목소리는 협동조합이 설립되는 당시부터 있어왔다.? 그때마다 반협동조합 세력에 의해 밀려왔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진적 발전을 내세운 국민의 정부에서 협동조합개혁을 이루어 내지 못한다면 이나라 협동조합의 개혁은 영영 바라볼 수 없게되고 이땅의 농어민은 영원히 좌절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다.? 우리의 협동조합, 이제는 바로 잡아야 한다. (전 건국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