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태 농정신문 고문

그르친 협동조합개혁, 어떻게 하나

출처 : 농정신문 2001년 3월 22일 목요일 제14호

Ⅰ. 머리말
조합을 조합원에게 돌려준다던 협동조합개혁, 그러기 위해서 조합을 정부의 시녀로부터 벗어나게 한다던 협동조합개혁, 그러기 위해서 조합을 정부의 정책 사업대행기관, 정책자금 살포 기관구실을 하지 않도록 한다던 협동조합개혁, 그리하여 협동조합이 조합원에 의한, 조합원을 위한 조합원의 조합으로 바로 세워 농업생산력의 증진, 농민의 사회적 경재적지위 향상으로 농민의 인간화, 농촌의 민주화를 위해 선도적 역할을 하겠다던 협동조합개혁, 과연 그렇게 되었는가? 통합농협법 발효 후 1년 4개월이 지났다.
현실은 그 허구의 탈을 벗겨 놓았다.
통합농협법 제정과정에서 뜻 있는 사람들은 그 법안은 조합이 더욱더 조합원 위에 군림하게 될 것이고, 조합이 아니고 공사화해서 정부정책의 직접적 집행자가 될 것이라고 경고에 경고를 거듭하고 그 대안까지 마련하여 법안 통과를 반대해왔다. 불행하게도 그 걱정이 그대로 적중하여 지금 농협은 중앙회에서 말단 단위조합에 이르기까지 대혼란을 거듭하고 있고 조합을 외면하는 조합원의 목소리는 전국에 메아리 치고 있다.
WTO체제하에서 세계 각국은 자국의 농업과 농민보호를 위한 국내?외 대책에 전력을 기울리고 있는 터에 유일하게 한국만은 대외적으로는 대책없이 개방하고 대내적으로는 농업 경시에서 이제는 앞다투어 농업포기, 농민외면에 치닫고 농협마저도 그 정책기조에 동조하고 나선 것이 오늘의 행태이다.
이래서 오늘의 농촌, 농민, 농업은 참으로 어렵다. 못견뎌서 자살이 이어지고 전적국 에 동시 다발로 시위의 횃불과 함성이 요란하다.
농업 포기론자들의 말처럼 정말 농업은 없어도 되는 것인가. 하기야 싱가폴 같은 나라도 있다. 그러나 그곳은 원래 농업과 농민이 없이 시작된 영국의 식민지었던 나라로서 출발부터가 국민경제를 결여한 나라이다. 영국 식민지하에서 자유항, 동서무역의 중계지로서 발전하고 지금도 영국연방에 가맹된 독립국으로서 중계무역, 관광업 등의 서비스업에서 62%, 조선, 석유정제, 에렉트로니크스, 제지 등의 공업생산에서 38%의 소득을 내고 있는 나라이다. 이런 나라는 지난날의 홍콩과 함께 아주 드물게 보는 특수사례로서 우리가 있는농업을 포기하면서 까지 그 특수사례를 쫓아야할 이유는 없고 쫓을 수도 없다. 보편적으로 국민 경제의 기반을 확보하고 있는 나라는 선진국이나 후진국이나 또 농업국은 말할 것도 없고 공업국도 예외 없이 자국의 농업보호에 힘쓰고 있고 유럽 여러나라 특히 스위스, 프랑스 같은 나라에서는 농민의 소득보전을 위한 직접 지불제로 농민이 WTO체제 이전보다 높은 소득을 이루고 있다고 하니 WTO에 의한 농산물 수입개방 때문에 이나라 농업과 농촌이 붕괴된다는 말은 허구이다.
그렇다고 할 때 한나라의 농업을 지킨다는 것은 그 나라국민의 건강, 후손의생명, 국토의 보전을 위한 일이니 나라의 정책이 이곳에 힘을 기울어야 한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농민은 그런 사명감을 가지고 농업을 지켜가야 할 것이며 그러기 위한 힘의 결집을 협동조합을 통해서 일구어 내야 한다.
그러니 잘못되어 가고 있는 오늘날의 한국농업을 이대로 방관해서는 안되는 것이고 농협개혁을 위한 농민의 함성은 나라지키기 위한 애국심의 발로로 보아야 할 것이다. 오늘날의「농협개혁」은 그르치다 못해 대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중앙회에서 말단 단위조합에 이르기까지 반 농민적이고 반 농업적이니 차라리 없는 것이 났겠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일제하의 금융조합이 총독부의 농민지배를 위한 농총사령부 구실을 했다. 오늘의 농협이 이른바 신자유주의적 다국적기업의 농민지배를 위한 농총사령부 구실밖에 못한다면 없는 것이 났겠다는 말도 정당화 될 수 있다. 그러나 오늘의 농협은 없는 것보다도 있는 것이 났다. 조합원의 대응에 따라 또 제도의 개선에 따라, 바로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25일 농협에 대한 국정감사가 있었다. 국정감사에 나선 선량들의 질의를 중심으로 오늘날 농협의 혼란상을 들여다보고 이 기회에 농협을 바로 세우기 위한 방도를 찾아보자.

Ⅱ. 국정감사에 나타난 농협의 실상
민주당 정장선 의원(경기 평택을)은 ‘농업정책에 대한 농민의식조사 결과보고서’〈국감자료용 설문조사〉에 의하면 농축협 통합이후 협동조합의 개선여부에 대한 질문에 농민들은 ‘달라진 것이 없다.’(72.4%)로 답했다.
농산물유통구조 개선여부도 69.9%가 ‘달라진 것이 없다’고 부정적으로 답했고 국민의? 정부이후 농가살림살이가 어떻게 변했느냐는 질문에 ‘나빠졌다’는 부정적 응답이 34.3%로 ‘좋아졌다’(9.8%)는 응답보다 높았고 정부의 농가부채대책이 살림살이에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에 대한 물음에는 농민의 절반이상인 61.6%가 ‘도움이 안됐다’고 답했다. (한국농어민신문 2001. 10. 1)고 하여 통합농협의 실상을 보고하였다.
농업중앙회에 대한 국정감사가 시작하기전, 국감장 밖에는 농협중앙회의 축협노조가 피켓시위를 벌이면서 이를 저지하는 농협중앙회 노조측과 몸싸움이 벌어졌다.
‘축협출신 우롱하는 호봉차별 철회하라’는 현수막까지 내건 축협노조는 국감장으로 들어서는 의원들에게 무언의 시위로 농협중앙회의 노사협의결과에 항의하고 있었다.
문석호 의원(충남 서산. 태안)은 “농협개혁은 농민을 위한 개혁이어야 한다. 그런데 농민단체들이 지난 8월 농협구조개선법 제정과 농협중앙회 노조의 임단협 협상결과에 반발해 농협개혁 위원회를 탈퇴했다. 직접적인 원인은 7월26일 농협중앙회 노사간의 임단협 협상이 이면합의를 하는 등 투명하지 못한 협상으로 농민단체의 분노를 산 것이다.”고 힐난하였다.
농협운동의 수장인 농협중앙회장의 연봉이 2억원, 일반 은행장의 평균 연봉액이 2억8천만원이니 농협중앙회를 은행본점쯤으로 보면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또 농협중앙회를 은행 본점장으로 자처하고 회장 스스로 가 농협중앙회장임을 포기하는 것이라면 더 할말이 없다.
하지만 농협은 은행이 아니고 농협중앙회는 은행본점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농협노조가 금융노조연합회에 속해서 금융노조 연합회의 지원을 받으면서 연봉 2억원의 중앙회장과 임단협노사협의를 타결하고 있는 것도 정상일 수 없다. 조합의 주인인 농민은 빚에 허덕이고 등과 배가 붙어 버렸는데 말이다.
협동조합 통합으로 협동조합의 본령을 지킨다더니 그와는 거꾸로 가고 있어서 혼란스럽다. 전국의 농민단체들은 배신감에 젖어 모두가 하나되어 전국에서 동시다발로 반발하고 나섰다. 농가부채문제, 추곡수매문제 등과 합쳐져서 앞은 더욱 감감하다.
정인봉 의원(한나라당 서울 종로)은 회원조합의 퇴직 규정이 잘못돼 2천만원 받을 사람이 7천만원을 받는 등 문제가 있다. 통상월급에 재임연수를 곱하고 여기에 3배수를 곱해 주는 것은 모든 공적기관에서 하고있지 않으며 정부시책과도 어긋난다. 부실조합을 살리기 위해 지원해 달라고 사정하면서 뒷편으로 이런 일을 하고 있는데 이는 도덕적 해이이다.(한국농정신문 9.27) 제2차 농협구조개선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농민단체는 이에 반발하여 농단협소속단체(전농빠짐)가 주축이 되어 ‘농협개혁 국민연대를 출범시켰다.
즉 9월 26일 ‘농협개혁을 위한 범국민연대 ’(농개연)가 출범하면서 농협 정상화, 농협법 개정 등을 적극 추진키로 했다. 농개연은 농단협 소속 단체와 농업계 원로, 협동조합전문가는 물론 사회지도층 인사, 언론인을 아우렸다.
농림부와 농협중앙회가 “1차 개혁을 성공리에 수행하고 2차 개혁에 돌입한다.”고 홍보에 열중하고 있는 가운데 2차개혁의 내용인 농협구조개선법이 노리는 회원조합의 통폐합 부실조합정리 등에 단체장들은 일제히 반발하여 상호금융 금리 인하, 시군지부 철폐 등의 중앙회 개혁과제와 경제사업강화, 신용사업혁신 등 회원조합개혁과제를 내고 농개연을 중심으로 관철시켜 나가기로 결정했다.
농단협 김남용회장은 “농협개혁을 더 이상 뒤로 미룰 수 없을 만큼 절박한 때가 왔다”며 “농민과 국민에게 득이 되는 농협개혁을 위해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하였다.
전국농민총연맹은 농개연의 개혁방침에 최우선되어야 할 신경분리가 누락된 점을 지적하고 이것을 포괄할 때까지 관망하겠다는 방침을 정하고 신경분리를 최우선과제로 놓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견해를 밝힌바 있다. 협동조합의 핵심을 찌른 것이었다.
문석호 의원(충남 서산.태안)은 농협구조개선법에 의한 부실조합정리에 대해 “조합정신을 살려 추진되어야 한다”고 전제하고 “부실조합 선정기준이 자산에 대한 단순부채초과만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경제사업 투자규모나 회생가능성이 배제되어 있다.” “경제사업에 치중해 온 조합들이 부실조합으로 낙인찍히는 것은 문제가 있다.” “자본잠식이 전혀 없는 조합이나 일부 축협조합의 경우 구제역으로 인한 조합수매의 차질, 정책적 부실이 겹쳤으며, 경영실태조사당시 부동산 가격 등의 자산가치평가는 시점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한국농정신문 9.27) 고 하여 부실조합의 기준의 모호성을 지적하고 농협중앙회의 반 농협적인 작태를 힐난하였다.

RPC 추곡수매 기피 : 농협중앙회는 추곡의 수매가를 내리기 위해 재고를 부풀려 쌀값불안을 초래해서 국정감사에서 지적을 받았다. 즉 한나라당 권오을 의원(경북 안동)은 “농협은 민간재고 등이 명확히 파악되지 않는 상태에서 농림부가 178만석으로 발표할 때까지 민간 쌀재고량을 2배나 높게 발표, 결과적으로 쌀값불안을 초래하였다.”며 “특히 농협RPC(미곡종합처리장)의 재고보유량을 허위로 발표해 수매를 거부하는 등 자기 살기에만 급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