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뒤 안 맞는 신경분리 중간보고”
“앞뒤 안 맞는 신경분리 중간보고”
출처 : 농정신문 2002년 1월 17일 목요일 제45호
구랍 27일 한국금융연구원은 은행회의소에서 농림부가 발주한 연구용역인 “농협중앙회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분리와 타당성 검토” 최종보고 토론회를 열었다.
요점은, 앞으로 3간계에 걸쳐 농협 신용 ? 경제 사업을 분리한다고 하고, 중앙회 산하에 경제 사업은 품목 ? 업종을 중심으로 경제사업연합회, 신용사업은 회원조합과 중앙회를 묶어 종합금융그룹으로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신경분리는 불가피하다고하고 WTO뉴라운드 출범과 IMF조치 이후의 금융산업구조조정의 가속화 등으로 신 ? 경분리의 조건이 무르익었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도 신경분리는 현재의 농협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3단계에 걸쳐 단계적으로, 기한제시도, 구체적 방법 제시도 없이, 각사업체제를 재편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어 앞뒤가 안 맞는다.
즉 1 단계는 신용 ? 경제 사업부제(현재의 체제)를 강화해 각 사업부문이 흑자를 낸 다음 신 ? 경분리를 준비하는 것. 2단계는 경제 ? 신용사업이 각각의 연합회를 구성해 중앙회 차원에서 신용과 경제를 분리한다고 한다. 그러나 1단계에서 2단계로 넘어가는 시기는 각 사업부문이 흑자를 내야하고 신경분리 비용이나 효과가 현 통합체제의 비용을 넘어서면 어렵다는 단서를 달았으니 결론은 신경부리를 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이 없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현 체제하에서 경제사업은 흑자를 바라볼 수 없고, 경제사업의 적자를 메우기 위해서 신용사업을 분리할 수 없다고 하는 분리 불가론이 지배하는 한 그러하고, 특히 신용사업 마저도 지금 크게 흔들리고 있는 터이니 더욱 그러하다.
3단계는 일선조합의 신경분리를 완성하고 일선조합은 경제사업만 한다는 것이다. 농협중앙회 신 ? 경분리용역발주의 법적근거는 통합농협법 부칙 제16조이다. 법조문에 농림부장관은 중앙회의 신 ? 경분리를 하기 위해서 연구용역을 발주하도록 규정하였고, 중앙회의 신 ? 경분리를 추진하기 위해서 신경분리추진위원회를 구성토록 되어 있다. 그러니 용역보고서의 내용은 신 ? 경 분리를 확실하게 하는 것으로 되어야 한다. 또 보고서에서의 일선조합의 신경분리는 용역 계약 범위 외의 것이어서 문제를 오히려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용역계약이 체결될 당시부터 여기저기서 한국금융연구원이 농협중앙회 신 ? 경분리에 관한 연구용역을 맡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되어 왔다. 국정감사과정에서도 농협중앙회 신용사업부 대표이사인 현의송씨가 이사로 있는 한국금융연구원이 농협중앙회 신 ? 경분리에 관한 연구용역을 맡는 다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결과는 예상한 대로다. 더욱이 놀라운 일은 신 ? 경을 분리한다고 하면서 신용사업은 일선조합과 중앙회를 한 덩어리로 묶어 종합금융그룹으로 하고, 경제 사업을 맡을 품목별 ? 업종별 경제사업연합회와 함께 중앙회의 산하에 둔다고 하니 보고서에서의 중앙회 신 ? 경분리가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알 길이 없다.
농협중앙회에서 신용사업과 경제 사업을 분리해야 한다는 논의의 출발점을 경제사업과 신용상업의 분리를 통하여 각 사업종사자의 전문성, 책임감을 높여 경영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안팎에 신뢰도를 높여, 조합과 연합회의 자주성 ? 자율성을 확보하여 농협을 정부의 정책대행기관으로부터 벗어나게 하고 조합원을 위한, 조합원에 의한, 조합원의 조합으로, 민주적협동조합으로 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다는데 있었다. 그러자면 당연히 중앙회는 경제 사업이나 신용사업을 하지 않는 사회적 기능, 즉 회원조합의 감독기능, 교육 ? 훈련, 조사, 통계, 홍보기능, 대정부 정책건의 활동만을 하는 독립된 법인으로 따로 나서야 한다. 중앙회가 이런 일만 한다고 하면 국내의 모든 협동조합의 중앙회는 하나로 통합할 수 있는 것이며, 농 ? 축 ? 수 ? 임 ? 인삼조합의 신용사업은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것이고, 경제 사업은 업종별 품목별 특성에 따른 전문화된 전국연합회로 결성해 가면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고서는 중앙회 체제를 그대로 둔 채, 중앙회 산하에 경제사업연합회와 회원조합과 중앙회를 묶은 종합금융그룹으로 두었으니, 중앙회는 여전히 독자적 기능은 할 수 없고, 신경분리라는 말을 할 수 없는 보고서가 되고 말았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답은 간단하다. 보고서가 협동조합의 원칙을 지키려는데 충실하지 않고, 좋게 말해서 금융계의 정황변화에의 대응, 나쁘게 말하면 농업과 농민을 외면한 가운데 기득권 수호에 동조했기 때문이다.
3단계에 가서는 일선조합도 신 ? 경분리를 한다고 하는데 중앙회가 별도의 법인으로 되고 각종 협동조합의 신용 ? 공제사업이 통합되어 가칭 협동조합은행으로 되고 각종의 품목, 업종에 따른 전국연합회가 결성된다고 해서 일선 회원조합의 신 ? 경분를 해야 한다는 논리는 여기서 나올 수가 없다.
일선회원조합이 전문협동조합으로 경영의 안정을 기할 수 있는 조합은 조합원의 경영규모가 큰 일부 축산, 원예 등 몇몇 조합에 불과하고 일반농가는 경제규모가 영세하여 사업물량이 적어 종합농협으로 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 같은 영세한 조합원은 종합농협에서 신용사업과 경제 사업을 “종합경영 사업전개의 원칙”에 따라 사업을 전개해 갈 때, 즉 개별 조합원의 생산에 기초를 둔 신용, 구매, 판매, 이용, 기공사업이 하나로 통일되어 생산력의 증진, 소득의 향상을 이룩하고, 조합은 경영의 안정과 조합원에의 최대봉사의 원칙을 관철해갈 수 있는 것이다.
토론회 당일 토론자와 청중으로부터는 금융감독원의 발표에 대하여 협동조합을 염려하는 애정 어린 토론이 진지하게 진행됐다. 그 토론을 듣고 있는 동안 참가자들의 열기로 한국농협의 앞날이 밝아오는 것을 느꼈으니 여기에 소개한다.
첫 번째 토론자로 등장한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 이재덕씨는 자신이 농림부의 신경분리추진위원이라고 소개하고 청중석에 앉아 있는 사람은 대부분 농협중앙회 사람들인 것 같다고 하면서 정작 조합원인 농민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고 말한 다음, 보고서가 앞으로 수정될 수 있는 것인지, 이대로 끝나는 것인지 걱정스럽고, 현장조합원의 참여 없이, 토론회가 이래도 되는 것인가고 의문을 제기하였다. 내용에 들어가서 ①품목별 연합회의 발전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는데 이는 잘못 알고 있는 것이며 ②분리를 찬성하는 논리보다는 반대하는 논리가 지배적이니 받아들일 수 없다 ③“한국농협의 출발이 하향적이었는데, 지금에 와서 상향적으로 개편이 가능하겠느냐?”고 하는데 현재의 조합원의 역량을 과소평가하였다 ④신 ? 경분리의 시기제시가 애매하다 ⑤현재의 중앙회 시 ? 군지부의 존폐가 불분명 ⑥분리 이후의 단점지적이 필요이상으로 과장 ⑦신용사업을 분리하여 일반 시중은행화시킨다는데는 반대한다. ⑧선진농업국가의 신 ? 경분리 사례는 논외로 하였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두 번째 토론자로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인 이종화씨는 ①농협을 금융기관으로 분류해 두었는데 여기서부터 잘못된 것 아니냐 어디까지나 농협의 현주소는 협동조합이다 ②협동조합개혁 투쟁 속에서 일관되게 외친 것은 올바른 농협으로 바로 세우자는 것이었고, 신 ? 경분리가 그 중심과제였다.
그간에 농협, 농림부는 계속하여 분리 하지 않는 쪽으로 갔고, 조합원인 농민은 계속하여 분리를 요구하였다 ③보고서의 내용에, 몇 년 후에 분리한다는 것인지 불분명하다 ④농협과 농림부는 지난 10년간 사업부제를 강화하겠다고 해왔다. 이 보고서도 사업부재 강화예기를 하고 있는데 10년 전으로 되돌아가겠다는 것인가 ⑤농협개혁으로 경제사업 잘하자는데 이 보고서는 이것을 보장하고 있지 못하다, 단계별로 한다고 하지만 그 시기도 불분명하다 ⑥WTO로 개방은 더욱 촉진되고 농가부채는 40조에 이르고 있는데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것인가. 경제사업 강화는 신경분리가 선행돼야 하는데 ? ? ? ⑦신 ? 경분리에 1년은 기다릴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품목별 연합회를 시급히 설립토록 하고 중앙회는 사업을 하지 않는 중앙회 본래의 기능을 하도록 하고, 분리된 은행은 농협 내에 있는 특수은행으로 해야 할 것이다.
세 번째 토론자로 동국대학교의 곽노성 교수는 신 ? 경은 분리해야 한다. 그 이유는 첫째 경제사업 적자를 신용사업 흑자로 메꾸는 것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된다. 둘째 사업자간의 인적교류는 전문성을 무시한 잘못된 것이다. 셋째 단계적 접근은 일단 동의하지만 그 시기가 불분명한 채 또 10년을 가야 하는가 재빨리 분리해야 한다.
네 번째 토론자 건국대학교 김영철 교수는 ①종합농협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중앙회의? 신 ? 경은 분리되어야 한다. ②이 보고서는 협동조합원칙을 기본으로한 신 ? 경분리 보고서가 아니다. ③중앙회의 신 ? 경분리가 농협중앙회를 효율화한다는 것을 고증하여야 한다. 이 보고서는 그 점이 약하다 ④보고서에는 농협신용사업의 경쟁력에 대한 논급이 없다. ⑤1 ? 2 ? 3 단계 안은 실제로는 7단계로 되어 있다. 3단계 실현은 20년 후로 보고 있는 것 같다. ⑥협동조합 신용사업의 중심은 상호금융이다. 그러나 상호금융이 빈약했을 때는 정책금융 ? 일반금융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보고서는 커머셜 뱅크로서의 농업은행을 전제하고 농업신용을 논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 보고서는 부적절하다, 어디까지나 코퍼레이티브 뱅킹 시스템으로 남게 두어야 한다. ⑦분리의 시기를 각사업부문에 흑자가 날 때라고 하니 이는 어느 세월인가 ⑧장기적으로는 20년 후에는 단위조합도 신경분리가 된다고 하는데 나는 찬성하지 못한다. 그 이유는 한국농업이 소농체제를 탈피한다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⑨정책금융은 일반 금융기관이 감당하지 못한다. 정책금융은 중장기 시설자금이고, 지도비를 필요로 하는 지도금융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⑩신 ? 경분리는 지금이라도 당장, 하는 것이 농협과 농민에 도움이 되겠다고 본다. 다시 용역을 발주하여 구체적으로 시기와 절차를 밝히도록 해야 하겠다.
다섯 번째 토론자 김완배 교수는 신경분리가 시기상조라고 했고, 여섯 번째 토론자 홍성필 농협중앙회 조사부장은 한국농업은 서구사회의 농업과는 다르다. 한국실정에 맞는 농협으로 해야 한다고 하면서 신 ? 경분리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하고 현재의 통합농협의 실을 거두기 위해서 더욱 철저히 노력 할 것이라고 하였다.
일곱 번째 토론자 매일경재신문 김동원 논설위원은 “별 대책 없으니 갈 때 까지 가보자”하는 것이 보고서의 요지인 것 같다. “하지만 분리는 해야 된다”는 데까지는 발전을 했으니 다행이다.
이상으로 한국금융연구원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맡아 수행한 신 ? 경분리연구용역보고는 토론회에서 난장을 맞고 만신창이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청중석에서 발표자를 향하여 좋은 토론을 충분히 받아들여 제대로 된 보고서가 만들어지기를 간청하였는데 그 건의마저 외면하고 2002년 1월 4일 농림부에 제출하였다.
앞으로 농림부는 이를 어떻게 처리 할 것인가. 법 부칙 제16조만 지키면 될 터이니 그러자면 보고서를 되돌려 주고 용역을 재발주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아니면 법 부칙 제 16조를 지키지 못한 탓으로 행정소송을 감내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