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개혁 지금도 길은 있다.
농협개혁 지금도 길은 있다.
출처 : 농정신문 2001년 3월 22일 목요일 제14호
정부와 농협중앙회는 농협을 개혁하려는 것이냐, 기득권을 지키려는 것이냐=99년 8월, 자민련의 농림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의원 3명을 전격 교체하고, 법사위의 심의조차 거치지 않은 채 국회의장 직권으로 국회 본회의에 상정, 출석의원 2백72명중 찬성 1백47명 기권 1백 15명 반대 10명으로 농업협동조합법을 변칙 처리하였다.
이법은 협동조합을 조합원에 돌려달라는 농민들의 오랜 염원을 저버리고 조합과 조합원에 대한 정부 통제를 더욱 강화하고 협동조합의 원칙을 외면한 악법이었다.
이 법이 2000년 6월 1일 헌법재판소에서 전원일치로 합헌판결을 받았지만, 그러나 이것이 협동조합의 개혁을 보장한 것은 아니었다. 4개 협동조합중앙회의 ‘통합’을 협동조합 개혁인 것으로 가장하여 사람들을 속였다.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분리 없는 중앙회의 단순통합은 협동조합에 대한 정부통제를 쉽게 했을지는 모르지만, 중앙회의 비대화로 인한 제반 모순을 더욱 심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향후 중앙회의 사업이 종전보다 더욱 신용사업에 편중되고 품목별, 업종별 전문조합의 연합회의 설립은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농협, 개혁인가 개악인가
그리하여 중앙회의 고유기능인 협동조합의 정치적 ? 사회적 기능은 철저히 마비된 채 정부의 정책사업 대행, 정책자금 살포 등의 정부의 정책대행기관으로 되고 말 것이 분명하다. 권력과 유착된 농협의 임직원은 농민위에 군림하면서 기득권 보전에만 급급하여 개혁의 흐름에는 강한 저항을 보이고, 회원조합과 조합원의 권익보다는 정부의 눈치 보기에 바쁘다.
그리하여 이들은 그동안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분리에 대하여, 신용사업에서의 이익금으로써 경제사업의 적자를 메꾸어야 하기 때문에 신용사업을 분리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이 유일한 이유였다. 신용사업의 흑자로 경제사업 적자를 메꾸는 것이 협동조합운영원칙에 어긋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오히려 지역조합의 조합금융인 상호금융마저 금융감독위원회의 검사와 감독을 자초하였다. 그리하여 조합금융의 특색을 무색하게 만들고 일선조합의 농업금융은 일반은행화되어 농협은 이제부터 대대적인 채권회수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되었다.
통합농협법의 개혁성을 내세운 ‘품목별 전문조합연합회’조항도 사업이 중앙회 사업과 경합된다고 하여 좀처럼 탄생하기가 어렵게 되어 있다.
또한 자금지원 등을 미끼로 지역조합을 강제 합병하고 조합의 출자총액을 3억 원으로 상향 조정하여 합병규모를 더욱 확대하려고 하고 있다. 대규모로 합병하겠다는 것은 조합원의 연대의식을 그만큼 약화시키고 신용사업 중심으로 조합을 끌고 가겠다는 의도의 발로이며, 협동조합의 가치는 점점 퇴색되어 가도록 되어있다.
이상에서 지적한 사항들은 농림부의 개혁과제 가운데서 가장 성공적으로 추진하였고, 앞으로 제2단계 개혁을 통하여 농협개혁을 완수하겠다고 장담하고 있는 통합농협법이 안고 있는 문제점 가운데의 일부이다.
농림부는 정말 농협을 개혁할 의지가 있는 것인가=통합농협법 부칙 제16조에서는 농림부장관이 중앙회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분리를 추진할 것을 규정해 놓고 있다. 즉①농림부 장관은 협동조합에 관하여 국제적으로 권위 있는 연구기관에 중앙회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분리와 타당성 등을 검토하기 위한 연구를 의뢰하여야 한다.
②농립부장관은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연구기관의 연구보고서를 이법 시행 후 2년 이내에 국회에 제출하여야 한다.
③농림부장관은 제2항의 규정에 의한 연구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한 날부터 2년 이내에 연구결과에 따른 조치를 시행하여야 한다.
④농림부장관은 이법 공포와 동시에 중앙회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분리를 추진하기 위하여 정부, 협동조합관계자, 농업인 대표 및 학계 전문가 등으로 협의 기구를 설치 ? 운영한다고 밝혀놓고 있다.
부칙 제16조의 입법정신은 중앙회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분리를 추진한다는 것이고, 그 구체적인 절차를 자세히 밝힌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 입법정신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다.
신경분리 반대의지 표출
첫째 제4항에서 규정한 “분리를 추진하기 위한 협의기구”가 분리를 반대해 온 사람들에 의해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이 협의기구를 설치한 김성훈장관이 분리를 반대한 중심인물이었고 그에 의해서 임명된 신경분리 협의회 위원장 안종운, 농림부 기획실장은 농림부 관료를 지휘하여 분리반대에 앞장서온 사람이다. 이 안종운 위원장이 운영하는 신경분리 협의회가 신경분리를 추진하는 협의회가 아니고 반대하는 협의회로 될 것은 너무나 명백하다. 아닌게아니라 지난해 12월 18일에는 그 마각을 들어내 신경분리반대의 의지를 표출하고 말았다. 법에 명시한 “신경분리 추진”을 신경분리 반대쪽으로 운영, 농림부 기획실장이 위법행위를 감행한 것이다. 국민의 세금 5억여 원을 낭비하면서 위법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본지 12월 7, 14, 21일 자에 이에 대한 상보가 나가고 농민단체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건만 시정은 없고 강행일변도로 치달았다.
즉 신경분리협의회는 “농협중앙회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분리 타당성”에 대한 5억 원의 연구비로 연구용역을 발주하면서, 용역발주설명서에서 분리반대쪽으로 결론을 유도하고 있다고 본지는 지적한바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신경분리협의회에서 최종적으로 결정한 연구기관인 한국금융연구원은 앞서 “신경분리 불가”라는 연구용역보고서를 제출한 적이 있는 연구기관이다. 이래도 되는 것인가?
상황이 이러한데 법을 위반하는 신경분리협의회가 더 이상 존속되어야 할 이유가 있는가. 그리고 분리를 추진하는 것이 아닌, 반대하는 쪽으로 연구를 계속시키고 국민의 세금을 낭비해도 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고 분리를 반대하기 위한 협의회의 운영을 책임임을 지고 있는 농림부장관과 협의회 위원장 및 협의회 구성원은 법을 위반한 응분의 책임을 져주어야 할 것이다.
농협중앙회와 회원조합은 정말 농협을 개혁할 의지가 있는 것인가=중앙회의 기능가운데 가장 중요한 기능이 농정활동이다. 조합과 조합원의 권익신장과 발전을 위하여 정부에 건의하고 이것이 실현되도록 운동을 전개하는 일이다. 그런데 어떤가? 조합원들이 정책자금으로 인한 빛에 눌려 자살이 이어지고 농민들은 채무노예의 신세를 면하고자 연일 부채해결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위해 거리에 나섰건만 중앙회와 회원조합은 뒷짐 지고 구경만 하였고, 한국농업의 사활이 걸린 한 ? 칠레자유무역협정 저지를 위한 3월 5일의 농민들의 궐기대회에 같이 참여할 것을 약속하고서 “지원 못한다”고 발뺌한 비굴한 작태는 모든 농민을 실망시켰다. 하기야 정대근 중앙회장이 대통령과의 오찬시간에 “돈 없어 농사 못 짓는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하여 농협은 운영을 잘해서 농사자금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는데 농민이 능력이 없어 농협의 돈을 갔다 쓰지 못한다는 뜻으로 그리고 정부의 농정실패를 농민의 책임으로 돌려 전국농민의 분노를 사게 한 바로 그 사람이 지금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거기에 또 무슨 더 할 말이 있겠는가? 한마디로 중앙회는 농협개혁의 의지가 전혀 없고 기득권 확보에만 급급하여 권력에의 아부아첨만을 일삼고 있다고 할 것이다.
불법, 과열, 타락선거 되풀이
회원 조합은 또 어떠한가, 금년 초반의 조합장 선거결과를 보면 조합의 조합장과 임직원 출신이 득세하여 새인물 진입을 가로막고 확실하게 기득권을 지키고 있다.
지난달 27일 현재 1백9개 조합이 선거를 실시, 새 조합장을 선출하였다. 당선자 현황을 보면 현 조합장이 61명으로 56%, 임원출신이 27명으로 24.8%를 차지하고 있다. 특이한 사항은 현 조합장들의 당선률이 가장 높다는 사실이고 이번 선거도 불법, 과열, 타락선거가 되풀이되고 제한된 선거운동은 기득권층의 득세를 보장하고 있다고 신문은 보도하고 있다.
이제 협동조합의 개혁은 안 되는 것인가=이대로 두어서는 개혁은커녕 더욱 개악될 징조마저 보인다.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지금도 할 수 있는 길은 있다. 지난번의 협동조합개혁작업에는 수산업협동조합이 빠져있다. 농림부와 해양수산부의 주무부처가 다르다고 해서 수협이 빠진 것은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한나라의 협동조합제도의 개혁이라는 대국적 관점에서 보면 부처가 다르다고 해서 수협을 뺀 것은 설득력이 없다. 그러므로 이 나라의 새로운 협동조합제도의 창출이라는 각도에서 수협을 포함한 협동조합제도의 개혁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협동조합법의 재개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 단계에서 이것을 거론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차선책으로 현 농업협동조합법의 부칙 제16조 ①,②,③,④항의 입법정신을 살려 중앙회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분리를 적극 추진하는 일이다. 부칙16조는 새법 시행 후 최장 4년이라는 시간을 주었지만 최단 2년 안에라도 할 수는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신경분리에 관한 연구는 지금 새롭게 비전문기관에 발주하여 주물럭거리고 시간과 돈을 낭비하기보다는 이미 축적되어 있는 연구 성과를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가능한 것이다. 그렇고 보면 농림부장관 한사람의 마음먹기 하나에 달려있다. 그 이유는 부칙 제16조의시행자는 ①,②,③,④항 모두 농림부장관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한갑수 농림부장관은 이제 역사에 남을 농협개혁의 기회를 부여받고 있다.
도 농업협동조합법 제4장에는 품목별 ?업종별 협동조합의 규정이 있고 제138조에 품목별조합연합회(지구별 또는 전국단위)를 설립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 이는 장차 신 ? 경분리가 이루어졌을 경우 품목별 경제사업전국연합회의 설립을 예상한 조문이기도 하지만, 지금 당장에도 필요한 전문협동조합의 활발한 활동을 위해 길을 터놓은 조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농협중앙회는 이를 견제한다고 하니 주무부장관은 이에 대한 감독을 철저히 해서 협동조합의 개혁을 추진해 가야 할 것이다. 이 또한 농림부장관의 마음먹기 하나로 가능한 것이니 여기에 긴 말이 필요치 않다.
주무장관은 이외에 일상적 감독사항인 ICA(국제협동조합연맹)에서 제정하고 모든 회원 국가의 모든 협동조합이 지켜야 하는 협동조합 7대원칙을 지키도록 감독하여야 하고 감독이 간섭으로 변질되어 협동조합의 자율성, 자주성을 해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려야 할 것이다.
협동조합 참다운 개혁은
끝으로 협동조합 개혁을 위한 조합원의 역할이다. 우선 당장에는 이상에서 지적한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조합원이 하나 되어 챙겨 가야 한다. 빼앗긴 주인자리 찾기 위한 노력 없이는 결코 개혁은 이루어지지 못한다. 개혁은 조합원 하나하나가 쟁취해서 이루어지는 것이지 누군가가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그러기 위해서 궁극적으로는 조합원 모두가 협동조합을 공부하고 협동조합이념을 토대로 협동조합운동을 펼쳐가야 한다.
협동조합개혁을 위한 제도적 개선을 위에서부터의 길이라고 한다면 조합원 하나하나의 힘을 토대로 하는 협동조합운동으로 개혁을 쟁취하는 것은 아래로부터의 길이다.
위아래의 길이 한곳에 모일 때 이 나라의 협동조합은 참다운 개혁을 이룩할 것으로 믿는다.
이글은 김병태 회장이 15일 한국농업경영인해남군엽합회가 주최로 해남군농업기술센터에서의 협동조합 교육에서 3시간여 강연한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