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인플레의 시대, 어느 소시민의 단상
주세운(동작신협)
2015년 10월 공동체주택을 준비하는 온라인 카페를 하나 개설했다. 전세살이의 스트레스를 몇몇 지인들과 공유하다가, 판에 박힌 아파트나 빌라의 삶이 아닌 우리만의 집을 지어보자며 의기투합한 것이었다. 한창 소행주나 하우징쿱 등 몇몇 공동체주택의 사례가 언론에 소개되던 시점이었다. 여러 공동체주택을 탐방하고, 지원기관 및 서울시 등을 찾아가서 교육도 받았다. 공동체주택의 취지에 공감하는 건축가를 만나서 집을 직접 설계하는 그림도 그려보았다. 모임이 지속될수록 참여자도 늘어나서 나중에는 총 7세대 13명의 회원이 카페에 가입해서 함께했다.
살면서 가장 큰 소비인 집을 나의 바람이 반영된 공간으로 만들 수 있다는 설레임이 컸다. 또 아이가 있는 세대는 독박육아를 도와줄 수 있는 공용공간과 층간소음을 배려해 줄 수 있는 이웃사촌을 기대했다. 관련기관에 맞춤형 교육강좌를 직접 제안할 정도로 진취적이고 진지한 모임이었다. 그러나 가장 큰 난관은 역시 부지매입이었다. 도심에 위치하면서 가격이 적당한 부지는 아무래도 빌라업자들이 선점하기 마련이어서 선택의 제한이 컸다. 100% 완벽한 부지란 어디에도 드물겠지만, 그 차선 중에서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관심사를 공유하는 모임구성원들 사이에서 어느 누가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하기는 어려웠다. 부지매입에 꽤나 근접했다가도 최종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어그러지는 과정을 몇 번 거치면서, 모임의 동력이 약해져갔다. 그렇게 1년 만에 모임이 멈췄고 나는 다시 새로운 전셋집을 구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2021년이 되었다. 뉴스에는 연일 부동산과 주식과 코인으로 부자가 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넘쳐난다. 지난 몇 년간의 자산가격 상승은 주택의 소유 그 자체만으로도 어마어마한 갭을 만들어냈고, 벼락거지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대통령 선거는 이러한 자산 양극화의 원인과 해결책을 두고 연일 설왕설래 중이다. 정치적인 논쟁을 떠나, 한없이 올라만 가는 자산가격 앞에서 근로소득의 무게가 그 어느 때보다 가볍게 여겨지는 것은 사실이다. 물론 나름의 전략과 안목으로 투자활동을 영위하는 그 자체를 폄하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문득 생각이 들었다. 그때 나와 함께 공동체주택을 지어보고자 모였던 사람들 각자는 지금 어디서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떻게 주거문제를 해결하고 있을까. 그리고 이러한 자산인플레의 파도를 잘 헤엄치고 있을까. 만약 그때 우리가 공동체주택을 지을 수 있었다면 어땠을지. 소시민인 나는 다세대주택이라도 소유하게 되었다며 안도하고 있을까. 아니면 더 비싸질 아파트를 사지 못했다며 후회하고 있을까. 주거공간으로써의 집이 아닌 자산으로써의 부동산가치를 여실히 배우게 된 지금의 나는 그만큼 성숙한 것일까.
또 오지랖 넓은 생각이지만, 사회적경제라는 영역에서 내가 만난 사람들, 협동조합운동을 꿈꾸며 함께 고민을 나눴던 여러 사람들은, 각자도생을 강요하는 이 자본소득의 시대를 어떻게 영위하고 있을까. 짐짓 큰 의미와 비전을 담아 활동을 하면서도, 각자의 자리에서는 (자산소유 유무에 따라 메꿔질 수 없는 갭을 만들어 내는) 이 보이지 않는 손의 위력을 어떻게 헤쳐 나가고 있을까. 여담이지만, 최근에 내가 예전에 탐방 갔던 협동조합주택 중 한 곳이 바뀐 세금규제 때문에 공동소유에서 개별등기로 소유권을 이전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자산인플레이션의 시대가 만들어낸 또 다른 부작용인 듯하다. 또 언젠가 공동체주택을 꿈꿀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