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 아름답게 살아가기 – 휴머니즘
윤종규(쿱로지스틱스 CEO)
요즘 넷플릭스에서 방영 중인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 91개국에서 1위에 오르며 연일 관련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21년 10월 17일자 블룸버그 통신은 ‘오징어 게임’의 가치를 8억9천10만 달러, 한화 약 1조 원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1억 3천 200만 가구가 시청하여 넷플릭스가 지금까지 제작해온 드라마 중 가장 큰 히트작으로 보도하고 있다. 게다가 전 세계 유명 유튜버들이 실시간으로 ‘오징어 게임’을 시청하면서 오열하며 리액션하는 장면을 방영하면서 더 큰 흥행을 유도하고 있다. 해외 유수의 언론들이 그 성공 요인으로 예상을 뛰어넘는 스토리, 어떤 문화권에서도 쉽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콘텐츠, 품질 좋은 제작환경과 K방역의 성공으로 지속 가능한 촬영여건 등을 꼽았다. 무엇보다 이러한 열풍의 정수(精髓)는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철학(세계관)에 전 세계가 ‘휴머니즘’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 아닐까 생각한다.
전 세계 10대 기업(자산기준)이 온라인이나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사업모델을 가지고 있다. 기존의 시간대 편성으로 일방적으로 보여주는 공중파와 케이블 방송은 20%만 시청하고 있고, 개인이 보고 싶은 프로그램의 선택이 가능한 OTT나 유튜버 시청이 70%를 웃돈다는 통계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이러한 디지털 시대의 정보 확산력은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며, 기술변화속도 또한 상상을 초월한다. 자동차의 경우도 내연기관(가솔린, 디젤엔진)이 전기차로 넘어가면서 수십 년 동안 공부하고 축적했던 내연기관 전문영역이 조만간 구시대 기술영역이 될 것이다. 기술이 축적되어 전문가가 되는 시대가 아니라 기술과 기술이 단절되고 새로운 기술에 의해 통째로 빠르게 교체되는 냉혹한 시대, 40대만 되어도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지 않으면 설 자리가 없는 미래가 도래될 것이라는 생각에 절망감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그러나 이번 ‘오징어 게임’의 열풍 및 뛰어난 음악적 실력과 더불어 인간적 매력, 도덕성이 더욱 강조되어 수많은 팬덤을 형성하고 있는 BTS를 비롯해 미래 인류를 위한 혁신사상과 그의 헌신에 감동하고 매료된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를 향한 팬덤이 실제 기업실적 이상의 고공행진 주가를 이뤄내는 기현상을 보면서 나는 차갑고 외롭게만 느껴졌던 디지털 시대에서‘희망’을 보았다. 펜데믹으로 인해 디지털 시대가 전 세계적으로 앞당겨지고 비대면 관계가 일상화된 시대지만 결국 디지털도 인간들이 소통하는 공간이었다. 인간의 아날로그적 감성과 메시지가 디지털이란 수단을 통해 전파되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 주는데 충분히 기여할 수 있고 오히려 인간성이 더 강조되는 인간이 우선시 되는 시대로 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갖는다.기업에 의한 일방적 광고로 실적을 일으키는 시대는 곧 끝날 것이다. 가짜뉴스 조차도 디지털 공간에서 빠르게 검증되는 방식으로 진화되고 있고, 사람들은 제품 홍보 내용만 보고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구매후기(소통)로 구매를 확정한다. 디지털 시대는 최첨단 기술만이 우선시 되는 것이 아니다. 기술혁신이 있더라도 인간(소비자)에게 감동을 주지 않으면 크게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다. 반대로 감동이 있으나 기술혁신의 세련됨이 없다면 그건 이미 도태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종합하면, 이제는 기술혁신이 있어야 살아남는 시대이면서 사람들(소비자)의 도덕적 기준과 마음의 감동(팬덤) 없이는 큰 성공을 거두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국가도 마찬가지이다. 과거에는 국력에 경제력, 군사력 같은 하드파워의 개념만 적용되었지만 하버드대학 조지프 나이(Joseph Nye) 교수는 여기에 ‘소프트 파워(Soft Power)’를 추가하였다. 한 국가의 매력(소프트파워)이 그 나라의 외교력에 긍정적인 힘을 작용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소프트 파워의 한 구성 요소인 문화는 인문학과 예술 등의 총합으로 나타난다. 할리우드식의 마블영화이나 SF 영화가 아닌 한국적 세계관이 투영된 봉준호 감독 영화 ‘기생충’이나 ‘오징어 게임’에 대한 전 세계적 공감대 형성은 우리의 문화가 ‘인류애적 휴머니즘’을 실현 시킬수 있는 가능성을 보게 한다. ‘오징어 게임’에서 오일남 할아버지 역을 맡았던 78세의 오영수 배우와의 인터뷰에서 “적든 크든 많이 받아왔잖아요, 살면서. 이제는 받아왔던 모든 걸 남겨주고 싶다는 생각… 여러분, 아름다운 삶을 사시기 바랍니다.”라는 그의 마지막 멘트는 어떠한 고전적 명언보다도 따뜻하게 들렸던 시대적 명언이었다. 돌이킬 수 없는 디지털 시대에 우리가 어떻게 아름답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힌트는 이미 주어졌다. 그 힌트에 대한 답은 우리 몫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 백범 김구, 「문화강국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