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교육활동가, 코로나 19 상황에서 스스로 묻고 답하다.

한금희(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이사장)

불과 3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들은 마을에서 함께 자랐습니다. 마을이 본래 교육의 공간, 사람이 나고 자라고 살아가면서 관계를 맺고 삶을 배우는 곳이었지요. 2010년 전후 시작된 마을공동체 운동은 마을이 본래 사람들의 삶의 공간이면서 중요한 교육의 공간이라는 것을 다시 일깨워 주었습니다.

방과후 학교와 자유학기제 등 학교의 문이 지역사회에 열리면서, 학교와 지역사회는 질 높은 교육 컨텐츠와 믿고 함께할 만한 지역의 교육활동가들을 기대했습니다. 지역교육활동가가 다양한 교육현장에 참여하게 되었지만, 현장의 요구에 부응하고 학습자의 배움을 충족하기에 활동가들의 준비는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지역교육활동가의 대부분은 교육학을 전공하거나 교사연수를 받은 교육전문가가 아닙니다. 또한 일제식민통치의 굴욕과 군사독재의 고통이 잠재되어 있고 주입식 교육과 가부장 사회, 비민주적인 학교와 군대를 경험하기도 했지요. 교육현장에서 요구되는 학습자 중심의 자발적이고 민주적인 교육방법을 터득하고 적용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교육활동가로서 극복해야 할 부분입니다.

“나는 교육학을 제대로 공부해 보지 못했어요. 제가 관심을 가지고 활동에 참여해온 생태에 관한 생각과 경험을 나누고 싶어서 교육 활동을 하고 있어요.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잘 배울 수 있을지 늘 고민하게 됩니다.”

“얼마나 어렵게 발전시킨 민주주의인가요? 민주주의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려주고 싶어요. 그런데 정작 저의 수업방법이 비민주적이라는 지적에 충격을 받았어요. 내가 아이들에게 무슨 일을 한 것인가요?”

“제가 학창시절에는 성적이 좋은 편이었어요. 열심히 읽고 이해하고 반복해서 암기했지요. 돌이켜 보니 저는 주입식 교육을 받을 때 터득한 방법으로 학생들에게 주입했던 것 같아요. 제 경험대로 한 것이지요”

그러나 5.18항쟁에서 빛났던 광주시민의 공동체 의식, 평화로운 정권교체를 이끈 촛불 시민의식, 코로나 19의 위기를 이겨낸 대구의 성숙한 시민의식도 자랑스러운 우리의 모습입니다. 한편으로 우리의 불완전성을 인식하고 다른 한편으로 우리에게 내재된 가능성을 확인하면서 교육활동가에게 필요한 교육관을 세워나가야 하지요. 활동가들은 교육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가지고 학습자와 함께 성장하는 것을 즐거워하며, 자신의 경험을 현장에서 나누고 싶은 열망으로 지역교육에 참여하고 있어요.

코로나 19로 돌연 학교 문이 닫히면서 지역은 혼란스러웠습니다. 학교가 하던 돌봄에 커다란 공백이 생기자 학습 의욕을 잃고 무기력감을 느끼는 청소년들이 많아졌습니다. 비대면 수업은 학습 격차를 심화시켰고 교사-학생, 학생-학생 사이의 관계를 어렵게 하기도 했습니다. 온라인 접속 시간이 늘면서 미디어 중독 문제는 물론 공동체적 관계로부터 사회성과 윤리의식을 배울 기회도 줄었습니다. 우리 교육이 그동안 안고 있던 문제가 코로나 19로 인해 수면 위로 드러났고, 모순적이게도 그 덕에 학교와 지역사회에서 교육에 대한 본질적 질문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돌봄의 방임과 교육지체, 교육격차 등이 발생하고 있는 긴급한 상황에서 마을의 교육적 역할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요? 지역교육활동가는 무엇을 어떻게 교육해야 할까요? 교육에 대해 근원적 질문을 하게 된 것입니다.

학교가 문을 닫고 부모는 일터로 나간 지난 1년 동안, 돌봄의 기회가 줄어든 아이들이 안타까웠어요. 그래서 돌봄에 필요한 지역의 자원을 조직하였고, 코칭과 협업, 소그룹 활동으로 아동 스스로 자신을 돌보고 자립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가정방문 돌봄 서비스를 시도하기로 하였습니다.1) 지역교육활동가들이 모여 서로 배우면서 학교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아 꼼꼼하게 계획 중입니다. 교육활동가들은 지역 돌봄의 의미와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아동과의 만남에 대한 기대와 설레임, 두려움을 동시에 느끼고 있습니다. 우리의 경험을 돌아보며 지역교육활동가로서의 자세와 역할, 학습자에 대한 관점을 성찰하고 발걸음을 내딛어봅니다.

Q. 나는 인간이 배우는 것을 즐기는 존재라는 것을 믿는가?

Q. 나는 인간의 모든 삶이 배움의 과정이라고 생각하는가?

Q. 나는 학습자가 배움의 가능성을 가진 존재라는 것을 믿고 있는가?

Q. 나는 학습자가 스스로 배우는 존재이며 배움의 주체라는 것을 잊지 않고 있는가?

Q. 나는 학습자와의 상호관계에서 서로 배울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Q. 나는 학습자가 자신을 알 수 있도록 돕고 있는가?

Q. 나는 학습자의 인식변화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

Q. 나는 교육을 통해 학습자가 공동체 발전에 기여하도록 돕고 있는가?

Q. 나는 학습자의 배움이 실천으로 연결되어 스스로 삶을 변화시키는 주체가 되도록 안내하고 있는가?2)

 

1) 부천교육사회적협동조합의 돌봄사업(스스로 돌봄과 균형성장을 위한 ‘통합적 아동 돌봄’)

2) 필자가 활동하고 있는 부천교육사회적협동조합에서 집필 중인 ‘지역교육활동가를 위한 교육론’(가제)의 일부를 포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