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를 위한 작은 용기

송주희(서울시 지역상권활력센터)

최초의 공정무역 라이센스인‘막스 하벨라르’를 만든 보에르스마 신부는 멕시코 커피 농장에서 노동이 착취되는 현장을 목도하였다. 이후 노동을 착취하는 경제체제에 저항하기 위해 1981년 농부들이 스스로 연대할 수 있도록 커피생산자들을 중심으로 UCIRI(LaUnion de Comunidades Indigenasde la Regionde Istmo, 이스트모지역의 원주민공동체조합, 이하 UCIRI)의 결성을 주도했다. UCIRI의 활동은 산호세에 본부가 있는 CCC(Comunidades Campesinasde Camino,길농민공동체)등의 다른 지역의 농민들에게 연대를 통해 새롭게 공동체를 형성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이론가이자 실천가인 보에르마 신부의 저서“가난한 사람들의 선언”은‘사회적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가난한 사람들이 추구하는 것은 부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자존감을 지키면서 비참함에서 탈출해 품위 있게 사는 것이다”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보에르스마 신부는 이러한“품위 있는 빈곤”을 위해서 활동의 주체들이 현재의 문제를 바꾸기 위한 대안을 제안해야 하며, 비판만으로 미래가 바뀌지 않는다고 말하며“우리는 계속해서 저항하지만, 동시에 계속해서 제안한다”라는 슬로건을 만들고 활동했다.

보에르마 신부가 만든 슬로건이나 철학은 비단 40년 전, 멕시코에서만 필요했던 것이 아니다.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 발생하는 불평등을 포함한 다양한 갈등과 문제들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행동하고 있는가? 또한 이런 문제들에 저항하는 사람들의 행동에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연대하고 있는가? 라는 질문에 포함된 문제의식을 느끼는 것은 현재를 사는 우리의 삶에서 매우 중요하다. 다양한 착취와 배제, 불평등을 권력이나 권위로 정당화하는 사회구조에 저항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거나 왜곡하는 문제들이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그렇다면 개인화되고 파편화된 현대사회를 사는 우리는 어떻게 연대해야 하는가?

연대는 올바른 방향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함께 내는 것에서 시작된다. 보에르스마 신부가 멕시코 커피 농장의 불평등을 묵과하지 않았듯이, 우리도 우리시대의 권력, 권위에 의한 불평등을 묵시하지 말고 잘못된 시스템에 대해 저항을 하는 방법으로 사회적 연대를 선택해야한다. 이러한 연대는 각자의 위치에서 인생을 성실하게 살아가면서“무엇이 옳은가?”를 생각하고 같은 방향을 함께 바라보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작은 용기가 필요하다.

문제의 중심에서 착취당하고, 배제당한 그들에게 “그래, 그럴 수 있다. 너의 잘못이 아니다.” 라고 말해줄 수 있는 작은 용기를 가로막는 것은 나도 그들처럼 착취당하거나 배제당할 수 있다는 불안과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두려움을 도려내는 순간 연대의 작은 불꽃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고삐 풀린 자본주의’라고도 불리는 신자유주의 체제가 사회적 양극화,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다양한 사회문제를 발생시켰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상호부조나 연대 등의 가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그 과정에서 사회적경제, 협동조합의 중요성이 높아졌다. 로치데일의 선구자들이나 몬드라곤협동조합의 창시자 호세 마리아 신부님, UCIRI를 만든 보에르스마 신부님의 공통점은 그들이 목도한 불평등에 대해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 목소리를 냈다는 것이다. 그 시작은 작은 용기에서 시작되었지만, 그들이 연대를 통해서 이뤄낸 것은“더 나은 삶으로의 변화”였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불평등으로 고통을 받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작은 힘을 실어준다면 우리의 삶도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