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와 차별 사이에서

윤종규((주)쿱로지스틱스 CEO)

사전적 정의를 보면, ‘차이’는 ‘서로 같지 아니하고 다름. 또는 그런 정도나 상태’로, ‘차별’은 ‘둘 이상의 대상을 각각 등급이나 수준 따위의 차이를 두어서 특정집단을 사회적으로 격리시키는 통제 형태’로 정의1)한다. 즉, 차이는 서로 다름에 대해 알고 그 상태로 인정하는 것을, 차별은 차이에 대해 어떤 특정 가치판단을 기준으로 의미를 부여하여 차별하는 것이다.

직장에서 일 잘하고 능력이 있다고 인정받는 사람들은 일의 시작, 계획단계부터 충분한 대화와 질문으로 [기의(記意)]부터 맞추고 시작한다. ‘기의’란 스위스의 언어학자 페르디낭 드 소쉬르의 ‘기호의 임의성[기의(記意)2)]’에서 정의한 말인데, 인간의 언어를 기호라고 하며 기표와 기의로 나누어진다고 설명한다. 문제는 기표와 기의의 연결이 사람마다 다르다 즉, ‘사랑’ ‘믿음’ 등 우리가 일반적으로 정의하는 단어조차도 사람마다 그 해석이 다르다고 말한다. 그래서 서로의 [기의]를 맞추는 과정이 필요하고 그 수단이 ‘대화’와 ‘질문’이라는 것이다. 이 [기의]가 서로 달라서 발생하는 문제가 우리 주변에 흔하다. 얼마 전 TV 한 프로3)에서 “충청도 사람들은 속을 잘 모르겠다”는 솔직한 이승기의 질문에 충청도 출신의 영화배우 이범수와 한효주는 같은 목소리로 충청도 사람들에게 한 번의 질문이나 권유로 결론을 내면 안 된다고 이야기한다. 최소한 세 번 이상은 “진짜?”, “확실해?”라고 확인을 해 주어야 섭섭하거나 서운해하지 않는다고 한다. 충청도 사람들은 질문이나 권유에 예의상 형식적으로 거절했는데 더 이상 권하지 않으면 진심으로 물어본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더 나아가 이범수는 거절도 아니고 승낙도 아닌 애매한 대답을 하는 이유가 본인이 결정하지 않고 결정권을 상대방에게 다시 넘기는 충청도 사람들의 상대방에 대한 ‘배려’라고 이야기한다. 같은 한국 내에서도 지역별로 이러한 차이가 있다는 것에 새삼 새로운 것을 깨달은 듯 참 재미있게 보았다. 생각해보니 나도 내가 살던 고향의 익숙한 문화적 차이로 인해 수도권 살이를 하면서 오해를 산 비슷한 경험이 여러 번 있었다. 그렇기에 지역 고유의 특성과 행동방식에 대해 더 깊이 알고 이해한다면 그로 인한 불편한 감정과 불필요한 오해는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이처럼 사람마다 자라온 환경, 교육 환경, 종교, 직업 등에 따라 같은 단어를 달리 인식하고 해석한다는 것을 먼저 알아야 한다. 이 [기의]의 인식이 다름을 인정하지 않거나 모를 때 ‘차이’가 ’차별‘이 되어 ’문제‘가 된다. 여기에 전문성이나 이념이 더해지면 ‘집단적인 이기심’이 또 다른 계급화를 만들게 되고 상대방에 대한 자신의 이념을 ‘옳기’때문에 강요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계급의식 조장은 전문직 직업군에서 역사적으로 이어져 왔다. 의사들이 그리스어와 라틴어가 합쳐진 의료용어를 사용하고 경제학자들은 매년 수천 개의 새로운 경제용어를 만들어 내어 그들끼리 사용하더니 지금은 모든 직업군에서 자기들만의 용어와 언어들을 새로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현대의 직업 전문화 과정중 일어나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인정되는 면도 있으나 중세시대 성직자들의 성경 독점이나 조선시대 한문이 신분계급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 것처럼 전문화라는 미명하에 언어와 용어를 달리하여 진입장벽을 높이거나 정보에 대한 독점으로 집단적 우월의식과 특권의식으로 변질되는 현상 또한 경계되어야 한다. 한 달 전, 정부의 친환경농업 5개년 사업계획 수립을 위해 자문위원으로 참석한 적이 있었다. 친환경 농산물, 친환경가공식품 소비촉진 방안을 논의하면서 국민들에게 친환경농업의 우수성과 가치를 ‘교육’ 해야 하고 그를 위해 ‘소비자 교육’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지금의 친환경농산물, 친환경가공식품의 소비 부진이 ‘교육부재와 소비자의 친환경농업 가치에 대한 무지의 탓’이라는 논리였다. 그러나 ‘교육’보다는 ‘홍보’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한 소통의 장’이라는 용어가 더 적절하지 않나 생각한다. ‘교육과 홍보’는 비슷한 것 같지만 상대방에 대한 우리의 잠재적 의식과 태도가 투영된다는 점에서 매우 큰 간극이 존재한다. 우리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가치만이 옳다는 생각에 너무 몰입하여 ‘집단적 독선주의’에 빠져 무의식적으로 차별을 조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 스스로 돌아봐야한다.

차이와 차별은 어떤 결과를 내는가? ‘차이’는 수평적 관계에서 다름을 인정하기에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할 수 있다. ‘다양성’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차별’은 ‘나는 맞고(우월하고) 너는 틀리다(미개하다)’로 시작한다. 따라서 상대방은 내가 설정한 수직적 관계에서 아래에 있다고 인식되어 개혁의 대상이자 교육의 대상이 된다. 그래서 결국 갈등이 생긴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지금, 세대차별, 남녀차별, 종교차별, 직업차별, 인종차별 등 사회가 온통 ‘차별’문제로 시끄럽고 갈등상황이다. 그런데 살아온 시대의 차이, 겪어온 경험의 차이, 처해있는 환경과 문화의 차이 등 내가 겪어보지 않아 잘 모르는 그 ‘차이’를 분리하여 정리해보았으면 한다. 대화를 통해 소통하여 서로 차이를 알고 인정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비록 지금의 ‘시대정신’에 맞지 않는 생각과 주장이라고 생각될지라도 ‘차별’ 하고 ‘매도’하는 행위와 생각들을 멈추어야 한다. 역사적으로 시대정신이나 가치이념은 항상 변해 왔고 변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합의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면 우리 개개인이 우선 내 주변에 있는 차별대상에 대해 ‘차이’가 무엇인지 분리하는 의식적 노력을 하였으면 한다. 각자가 생각하는 가치에 입각해 ‘정의’을 앞세워 서슬 퍼렇게 상대방을 심판하기에 앞서, 입장의 ‘차이’는 없는지 한 번 생각을 쉬고 사색하고 갔으면 한다. 그러다 보면 차별이 세대차이, 남녀차이, 종교차이, 직업차이, 문화차이, 인종차이가 되어 이 혼란과 끝없는 반목이 조금이라도 해소될 수 있지 않을까? 왜냐하면, 나 개인이 주변에 미치는 영향력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자연(自然)을 유지하기 위해서 ‘종의 다양성’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인정하듯 인간 사회도 마찬가지다.

1) 두산백과 : 기본적으로 평등한 지위의 집단을 자의적(恣意的)인 기준에 의해 불평등하게 대우함.

2) 기의(記意) : 소쉬르의 기호 이론에서, 말에 있어서 소리로 표시되는 의미를 이르는 말.

3) tvN 서울촌놈 5화 이범수, 한효주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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