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의 ‘자조(self-help)’와 팀 기업가정신
이예나(HBM사회적협동조합 팀코치)
우리말로 흔히 ‘기업가정신’이라는 번역되는 ‘앙트러프러너십(Entrepreneurship)의 어원은 불어인 Entreprendre 이다. 이 단어는 ‘착수하다, 시작하다, 감행하다’ 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어원에 비추어 보았을 때 ‘기업가’란 어떤 일을 착수하고, 시작해내는 사람이라고 유추해볼 수 있다. 프랑스의 경제학자 장 밥티스트 세이(Jean-Baptiste Say)는 기업가를 ‘낮은 수준의 경제자원을 보다 높은 수준의 자원으로 전환시키는 사업을 일으키는 사람’이라고 정의했고, ‘창조적 파괴’라는 개념을 제안한 조지프 슘페터(Joseph Schumpeter)는 기업가를 ‘혁신을 이끄는 주체’로 보았다.
1970년대 미국의 빌 드레이튼(Bill Drayton)은 이 앙트러프러너라는 단어 앞에 ‘사회적(Social)’을 붙여 ‘사회적기업가정신(Social Entrepreneur)’이라는 말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가 강조했던 사회적기업가는 사회의 난제들에 대한 혁신적인 해결책을 지닌 개인을 의미한다. ‘사회적기업’은 사회적기업가가 혁신적 해결을 위해 만든 조직으로,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이 사회적기업가가 아니라 사회적 기업가가 운영하는 조직을 사회적기업이라고 보았다. 또한, 그는 평생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혁신적인 기업가를 발굴하기 위해 아쇼카재단 (Ashoka Foundation)을 설립하고 전 세계 사회적기업가들의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2012년에 아쇼카 재단의 한국지부가 설립되었으며 현재 12명의 혁신적인 사회적기업가들이 한국의 아쇼카펠로우로 선정되어 활동하고 있다.
어떠한 조직이든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무한하지 않으므로,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을 효율적,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원하는 성과를 창출해야 한다. 기업가정신의 어원에서 살펴보았듯이, 한정된 자원에도 불구하고 기회를 발견하고 과감하게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태도를 우리는 기업가정신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의 필요를 충족하기 위한 사업을 수행하는 조직이다. 그렇다면 협동조합에서 필요한 기업가정신의 요소는 무엇일까? 필자는 팀기업가정신(Teampreneurship)을 통해 협동조합에서의 기업가정신을 이해해 보고자 한다.
스페인의 노동자협동조합 기업인 몬드라곤그룹은 2008년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에 대응하여 혁신적인 임팩트를 창출할 인재들을 양성하기 위해 핀란드 티미아카테미아(Tiimiakatemia)의 팀 기업가정신 교육방법을 받아들였다. 오늘날 몬드라곤의 팀 아카데미(Mondragon Team Academy, MTA)는 전 세계 곳곳에서 팀으로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창출할 젊은 세대들을 키워내고 있다. ‘팀기업가’는 일반적인 ‘기업가’와 어떻게 다를까? 용어를 통해 직관적으로 알 수 있듯이, 팀기업가는 ‘혼자’가 아닌 ‘팀’으로 일한다. 몬드라곤 팀아카데미에서는 개개인의 뛰어난 능력에 의존하기보다는, 팀으로 함께 일할 때 더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으며, 이를 위해 팀이 함께 학습하고 성장하고자 한다. 몬드라곤 팀 아카데미에서 강조하는 팀 기업의 세 가지 요소는 실행을 통한 학습 (learning by doing), 대화와 팀 리더십 및 역할에 대한 원칙들, 그리고 팀 전체를 이끄는 생각(leading thought)이다.
서로 협력하며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청년세대를 길러내기 위해 설계된 팀아카데미의 철학과 방법이 현실의 조직들에 얼마나 적합할지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관점이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협동조합의 중요한 가치 중 하나인 자조(self-help)는 팀기업가정신과 통하는 측면이 있다. ‘협동조합이 곧 팀’이라는 말에 모두가 동의하지는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여러 사람들의 협력을 통해 공동의 사업이나 프로젝트를 수행한다는 점에서 협동조합과 팀 어느 곳에서나 자원의 제약을 극복하고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기업가정신이 필요하다. 아마 다른 사람들과 함께 무엇인가를 해 본 사람이라면 팀으로 일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공감할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민주적 의사결정방식과 공동소유구조를 가진 협동조합 또한 결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동조합이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이어져 온 이유는, 나와 내 주변의 문제에 그저 좌절하고 손 놓고 있을 수 없어 어려운 일이지만 ‘과감히’ 시도했던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협동조합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을 스스로, 그리고 함께 찾는 방법이다. 협동조합에 조합원으로 참여하는 것은 단순히 조합이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나와 우리의 문제를 해결할 솔루션을 함께 만들고 발전시키는 과정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것이다. 조합에 자본을 출자하는 것이 그 방법 중 하나일 수 있지만 인적 결사체인 협동조합에서 더 중요한 것은 조합원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이다. 즉 조합원의 참여를 통해 조합의 지속가능성과 발전에 기여하는 것은 조직의 구성원이 자기조직을 돕고 책임지는, 스스로와 서로를 돕는 행위가 될 수 있다. 협동조합이 장기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협동조합의 일상적인 운영을 이끄는 이사진을 포함한 조합원 모두에게 ‘실행을 통한 배움’을 바탕으로 하는 팀 기업가정신이 필요하다. 협동조합은 서로 힘을 합쳐 개인과 조직이 스스로 자립하는 ‘자조’의 가치를 기반으로 하는 조직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