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사람들 그리고
고명희(재단법인 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이사장)
단상1. 연구소 사람들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새로운 곳에서 건강하시고 잘 해 나가실 거라 믿습니다.”
지난 2월 6일 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에서는 7년 동안 연구소에서 일해오신 김형미 소장을 위한 조촐한 환송파티가 열렸습니다. 김형미 소장은 상지대학교 사회적경제학과 전임교수로 채용이 되어서 그동안 연구소에서 수행했던 역할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대학이라는 배움의 전당에서 연구와 가르침을 통해 후학을 양성하고 사회적경제의 활성화에 기여하게 될 것입니다. 그 밤 연구소 이사진과 연구원들 그리고 직원들이 함께 모여 아쉬운 석별의 정을 나누었습니다. 많은 덕담이 오가고 환송사와 답사가 오가는 가운데 ‘연구소 사람들’에 대한 단상이 떠올랐습니다. 올해 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는 14년이라는 세월을 지나면서 작은 씨앗이 나무가 되어 우뚝 서 있는데 이 나무를 만들기 위해 다녀간 수많은 사람들을 말입니다. 작은 뿌리가 흙에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물과 영양분을 잘 흡수할 수 있도록 만든 사람들, 비와 바람에 흔들리더라고 다시 꼿꼿이 일어서는 가지와 줄기를 만들었던 사람들, 눈보라에도 작은 꽃 품었다가 햇빛 좋은 봄에 기어이 작은 꽃을 밀어 올리게 했던 사람들… 여기 모인 사람들이 그리고 많은 집단지성의 연구자들 그리고 누구보다도 28만 조합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우리는 연구소라는 나무 그늘에서 만나기도 하고, 이곳에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어 떠나기도 하고, 힘든 여정 속에 다시 돌아와 힘을 얻기도 합니다. 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는 누구에게나 힘이 되는 협동조합 운동의 플랫폼입니다.
단상2. 연구에서 연구행동으로
“머리 좋은 것이 마음 좋은 것만 못하고, 마음 좋은 것이 손 좋은 것만 못하고, 손 좋은 것이 발 좋은 것만 못한 법입니다. 관찰보다는 애정이, 애정보다는 실천이, 실천보다는 입장이 더욱 중요합니다. 입장의 동일함, 그것은 관계의 최고 형태입니다.” – 쇠귀 신영복
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이하 연구소)의 로고는 입니다. 2006년 연구소가 탄생했을 당시 한국의 협동조합에 대한 연구 환경은 척박하고 열악했습니다. 연구원도 없이 처음 시작한 연구소에 대해 아이쿱의 조합원들이 거는 기대는 먼 길을 갈 때 꼭 필요한 나침반의 역할이었을 것입니다. 수많은 정보와 새로운 문물이 쏟아지는 시기에 어려운 시대를 해석하고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가지고 묵묵히 걸어가는 우리에게 이 길이 올바른 것인가,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 맞는 것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을 하도록 만드는 나침반말입니다. 시대를 해석하는 힘을 가지고 협동조합 운동의 큰 배를 움직여가는 힘은 단순히 ‘연구’가 아닌 ‘연구행동’이어야 했습니다.
사업과 활동의 양 날개를 가지고 움직이는 협동조합의 운영원리는 머리도 마음도 손도 발도 모두 있어야 하며, 그중에서 으뜸은 신영복선생님의 말씀처럼 발로 뛰는 행동일 것입니다. 결심은 하되 움직이지 못한다면, 움직이되 무엇을 하는지 생각하지 못한다면 낭패가 아닐 수 없습니다. 어지러운 시대를 관찰하고 애정하고 실천하고 입장의 동일함을 가져오기 위해서 애쓰는 일은 연구소가 존재해야할 정체성이 아닌가 싶습니다. 연구를 넘어 연구행동을 만드는 노력은 아이쿱협동조합 연구소의 지향점입니다. 은 2016년 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10주년을 기념하면서 연구소이사회에서 만든 로고입니다. ‘아이쿱생협의 싱크탱크와 한국 협동조합 운동의 플랫폼’으로서 연구소를 상징하는 정체성입니다.
단상 3. 2020 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의 발걸음
지난 2019년은 연구소를 둘러싼 환경이‘아이쿱의 집에서 세이프넷의 마을로’ 변화하는 해였습니다. 세이프넷은 생활의 안심과 사람중심 경제를 통해 시민의 건강하고 행복한 삶에 기여하려는 사회적경제 네트워크입니다. 세이프넷의 구성원은 협동조합·사회적경제기업, 중소기업, 생산자조직, 비영리단체로 다양한 부문에 존재하며 자발적으로 합류하고 서로 돕습니다.
2020년 연구소의 핵심연구분야는 인구감소, 고령, 사회전환 시대의 협동조합 생태계의 연구입니다. 협동조합의 비즈니스 모델과 거버넌스, 법제도 개선 연구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협동조합 연구는 무엇보다도 연구 협력과 네트워크가 중요합니다. 공제연구회, 협동조합과 노동연구회, 협동조합 조세제도 연구회 등을 통해 깊이 있는 연구와 실천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또한 연구소는 협동조합운동을 견인하기 위한 다양한 실천활동을 하고자 합니다. 다양한 수탁연구를 통해서 기본조사를 이어나가고 경제와 소비의 동향을 파악하며, 조합원의 생활일기를 수집하여 어수선한 시대의 다가오는 변화의 흐름을 미시적으로 살펴보고자 합니다. 그리고 올해 발간한 지 10주년을 맞이하는 생협평론은 이미 많은 협동조합인들의 교과서처럼 인용되고 강독이 되고 있으며 협동조합운동의 정론지로서 대중화와 전문성을 제고하는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나아가 2014년 아이쿱생협과 한국 생협운동의 기록 자료 보존을 위해 문을 연 아이쿱 아카이브는 과거의 기록물을 수집·보존하여 후일의 실천가와 연구자의 토대가 되는 지식창고로써 기능할 것입니다. 그리고 12월 서울에서 열리는 2020 세계협동조합대회(World Cooperative Congress 2020)는 다양한 연구자와 현장 활동가들이 참여함으로써 한국사회에서 협동조합 운동의 성장과 발전을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조합원의 기여로 일구어 온 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는 2020년에도 협동조합 지식의 숲을 이루는 다양한 연구와 활동으로 여러분과 반갑게 만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