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이 일을 해낼 수 있습니까?
이예나(쿠피협동조합 조합원)
“당신은 이 일을 해낼 수 있습니까?”
누군가가 질문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대답하겠는가? 자신 있게 “네! 할 수 있습니다.” 라고 대답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아니오, 할 수 없습니다.”라고 대답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 질문과 관련된 개념이 자기효능감(self-efficacy)이다. 캐나다의 심리학자인 알버트 밴듀라(Albert Bandura)라는 학자가 제시한 이 개념은 ‘주어진 수행의 유형들을 조직하고 실행하는 자기의 능력에 대한 판단’이다.흥미로운 점은 이 자기효능감은 실제 자신에게 어떠한 일을 수행할 능력이 있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과는 조금 구분된다는 것이다. 자기효능감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자기효능감은 자신이 어떠한 일을 수행할 능력이 있다고 믿는지 여부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즉, 실제로는 구체적인 문제해결능력이 없는 상태에서도 자신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으면 자기효능감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믿음’의 힘이 생각보다 크다. 자기효능감은 인간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써, 개인이 행동을 선택하고, 난관에 직면하더라도 그 행동을 지속하게 만드는 중요한 동기로 작용한다. 충분한 능력, 즉 많은 기술과 지식을 보유하더라도 이것이 행동으로 직결되지는 않는데, 자기효능감이 이를 이어주는 교량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밴듀라(Bandura)는 사람들이 효능감을 갖고 있으며 자신의 노력이 가치 있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기대가 있을 때 행동이 일어난다고 설명한다. 즉, 행동을 통해 자신들이 바라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기대와, 그러한 행동을 스스로가 수행할 수 있다는 믿음이 효능감과 관련된다. 자기효능감 개념은 학습이나 직무, 소비행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되고 있다. 한편 효능감은 집단적 차원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데, 이것이 ‘집단효능감’이라는 개념이다. 집단효능감은 자기효능감과 유사하게, ‘우리가 함께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이다. 집단효능감은 개인이 느끼는 자기효능감보다 집단의 성과에 더 강한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다.
협동조합은 조합을 통해 개인의 자원과 역량을 모아 구성원들이 공동으로 추구하는 어떠한 목표를 달성하고자 만들어진 조직이다. 조합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조합원들의 참여가 중요한데, 이는 공동으로 목표를 달성해낼 수 있다는 동기부여가 없이는 이루어지기 힘들다. 앞서 설명한 효능감의 개념으로 설명해보면, 협동조합이 조합원의 참여를 통해 성공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조합원이 느끼는 효능감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조합원이 느끼는 효능감을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 밴듀라에 따르면 자기효능감의 원천에는 크게 네 가지가 있는데, 성공과 관련된 직접적 경험, 대리적 경험, 집단이 가지고 있는 능력에 대한 사회적 영향, 생리적 ? 정서적 상태 등이다. 협동조합이 조합원들로 하여금 이러한 원천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면, 조합원들이 조합에 참여하는 것에 대한 효능감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조합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헌신적으로 참여한 조합원은 조합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취를 이루어냈을 때 강한 효능감을 느낄 수 있다. 비록 함께 참여하지는 못하였지만 이 과정을 지켜본 조합원 또한 성취의 대리경험을 통해 효능감을 느낄 수 있다. 자신이 속해 있는 협동조합의 성과가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것으로 인정받고, 또 그 과정에서 자신의 기여에 대한 주변의 칭찬과 격려를 받았을 때에도 효능감이 높아질 수 있다. 긍정적인 감정상태와 편안함 또한 효능감에 영향을 미친다.
만약 조합원의 참여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아래와 같은 질문을 던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조합원들은 조합 참여에 대한 효능감을 느끼고 있을까? 효능감을 느끼고 있지 못하거나 그 정도가 낮다면, 왜 그럴까? 그 이유는 조합의 구성원들이 효능감을 느끼지 못할 만큼 조합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조합이 성과를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성과가 조합원의 효능감과 연결되지 않기 때문일까? 조합에서 어떤 일을 시도하기 전에 ‘안 될 거야.’ 라는 부정적인 판단을 먼저 하고 있지는 않는가? 우리 조합은 조합원의 참여가 의미있고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가?
물론 조합의 성과가 먼저 달성되어야 조합원의 효능감이 높아지고 적극적인 참여가 이루어진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조직의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그에 대한 누군가의 믿음과 행동이 반드시 필요하다. 조합에 가입한다는 것은 이미 그러한 믿음과 기대를 보여주는 행동의 일종이다. 조합은 이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조합원 참여의 의미를 알리고, 격려하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인적 결사체인 협동조합에게 중요한 일이다. 조합원과의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채널을 구성하고, 총회와 같은 행사를 통해 공동의 의식을 경험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제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져본다. “당신들은 이 일을 해낼 수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