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협동조합에 로그인하다] 16. 진정한 의미의 공유경제. 플랫폼 협동조합으로 가능할 것인가?
송주희(성공회대학교 협동조합경영학과 박사과정)
한국에서 2001년 출간된 ‘소유의 종말’을 처음 접한 것은 광고홍보학과 석사과정에 재학 중이었던 2006년경이었다. 당시 소비자에게 물건을 더 많이 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해왔던 광고기획자 지망생에게 이 책은 생각의 전환을 가져다주었다. ‘The Age of Access(소유의 종말의 원제)’는 우리 생활의 많은 것들이 서비스화될 것이라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강조했다. 이렇게 서비스화되면 상품을 교환하는 것을 기본으로 만들어진 자본주의 체제에서 경험에 접속하는 시스템으로 변화하게 될 것이며 사람들은 어떤 경험에 접속하는 시간으로 분할되고, 결국 인간의 삶 자체가 ‘시장’이 될 것이라고 미래 사회를 예측했다. 2019년 현재, 그가 예측한 미래는 현실이 되었다. 현재의 우리는 ‘공유경제’라는 용어에 익숙해져 있으며 다양한 서비스 형태로 쏟아져 나오는 ‘플랫폼 비즈니스’를 경험하기 위해 플랫폼에 접속하는 삶을 살고 있다.
소비자 행동 연구자인 러셀 벨크(Russell Belk)는 1988년에 논문에서 ‘당신이 소유하고 있는 것이 당신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2014년에 다시 ‘당신이 접속할 수 있는 것이 당신이다’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하고 온라인을 통한 공유와 협력적 소비에 대한 변화된 개념을 정리했다. 급진적인 기술 진보와 경제?사회적 변화가 우리의 삶에 미칠 영향력을 예측하며 미래사회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에 대한 방향 탐색과 역할에 대한 모색이 필요하다. 지속적인 경제 저성장, 실업증가, 가계소득 저하로 인한 경제적 문제와 환경오염의 문제, 그리고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y)와 소셜미디어의 발달은 소유하는 소비에서 타인과 공유하는 소비로의 전환을 마련하게 하였다.
2008년 세계 경제 위기 이후 낮은 비용의 경제적 이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자에게 ‘공유경제’는 의미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디지털 기술의 발달은 노동시장을 해체하고 있으며 고용시장에도 영향을 미치며 공유경제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산업 현장에서는 필요에 따라 인력을 구해 계약을 맺고 일을 하는 형태의 유연한 고용이 일반화되고 있으며 개인은 프리 에이전트가(Free Agent)가 되어 특정 프로젝트에 따라 온라인 플랫폼, 쇼셜미디어를 통해 일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비즈니스의 대표적인 사례가 우버와 그랩(차량공유) 서비스나 에어비앤비(숙박) 사업이다. 최근에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개인의 여가 시간과 재능, 자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긱 이코노미(Gig Economy)’가 부각되고 있다. 이것은 필요에 따라 인력을 공유하거나 이합집산하는 ‘독립형 일자리 경제’ 혹은 ‘프리랜서 경제’를 의미하기도 한다. 긱(Gig)은 1920년대 미국 재즈 공연장 주변에서 즉석으로 연주자를 섭외해 공연하는 행위를 일컫는 데서 유래했다.
긱 이코노미의 성장은 플랫폼 비즈니스와 함께 성장했다. 사람들이 자신이 가진 재능과 잉여자원을 홍보하고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전통적인 방식의 서비스 공급 구조가 필요 없게 되었다. 기업이 플랫폼을 만들면 긱 노동자가 이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 점차 일반화 되고 있다. 긱 이코노미를 통해 플랫폼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낮은 비용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고 기업은 고정적으로 나가는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 플랫폼을 통해 노동을 하는 긱 노동자들은 유연한 근무시간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며 수입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긱 노동자들이 기존의 계약직 노동자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정규직 근로자들에게 제공되는 각종 복지혜택과 퇴직금이나 연금과 같은 사회적 안정망도 제공되지 않는다. 특별한 기술을 보유하거나 경력이 없는 프리랜서는 불안정한 수입이 문제가 된다. 긱 경제에 대한 비관적인 예측은 로버트 라이시(Robert Reich)의 ‘부스러기 경제(scraps economy)’라는 용어로 함축된다. 로버트 라이시는 공유경제를 목돈(bigmoney)은 플랫폼 기업에 들어가고, 남은 푼돈(scraps)만 노동자에게 돌아간다는 의미로 부스러기 경제라고 비판했다. 법의 사각지대에 위치한다는 문제점도 존재한다. 이들은 노동법 적용대상자가 아니기에 법의 보호 및 혜택을 받기 어렵다. 즉, 최저임금, 해고보호, 단체협약에서 제외되며, 일반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건강보험, 고용보험, 연금과 같은 4대 보험을 받을 수 없다. 그렇기에, ‘진정한 일자리’로 볼 수 없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디지털화 된 사회에서 새로운 기술이 가능하게 해준 이동성은 대리운전이나 배달 어플리케이션과 같은 새로운 방식을 일자리를 만들어주었으나 온라인으로 연결이 되어 어디서나 일을 할 수 있게 되면서 하나의 작업장에 고정된 노동이란 노동개념은 의미를 잃게 됐다. 이런 변화 속에서 전일제냐 파트타임이냐의 구분은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 있으며 ‘언제나 연락 가능한 상태’가 되면서 직업과 사생활 영역의 구분이 희미해진다. 이로 인해 개인이 자율적으로 근무시간과 장소를 선택할 수도 있게 되지만 시도 때도 없이 일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또한 종업원을 채용하지 않고 제삼자에게 위탁하는 노동이 늘어나면서 노동 관련법이 사회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는 영역이 늘어나고 있다. 디지털 ‘프레카리아트’라 불리는 플랫폼 노동자는 모호한 정체성만큼 법적인 보호의 사각지대에 있다.
2018년 경기도 공유경제 국제 포럼의 연사로 참석한 뉴욕 뉴스쿨 대학의 트레버 숄츠(Trebor Scholz) 교수는 기술력으로 수수료를 통해 이익을 창출하는 ‘플랫폼 비즈니스’의 대안 모델로 로버트 오웬이나 에드워드 파머 톰슨이 주창한 ‘노동자 협동조합’을 제안했다.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이 가지고 있는 기술력을 공유하고 그것을 활용한 비즈니스에 필요한 노동력을 협동을 통해 실현하게 된다면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공유경제’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트레버 숄츠는 <플랫폼 협동주의 대 공유경제 (Platform Cooperativism vs. the SharingEconomy)>에서 ‘플랫폼 협동주의 운동은 우리의 생활을 점점 더 중개하는 플랫폼 안에서 소유권과 통치의 민주화를 추구 한다’고 주장했다(TreborScholz, 2014). 협동조합이 모든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만들어진 플랫폼 비즈니스의 완벽한 대안이 될 수 있지는 않지만 인간의 존엄성을 우선으로 하며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협동조합의 가치를 통해 21세기에 새롭게 맞이하고 있는 디지털 노동방식을 보호해 줄 수 있는 최소한의 윤리적 기반을 만들어 줄 수 있는 모델이라고 제안한다. 현재 플랫폼협동조합은 전 세계적으로 250여개가 운영되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도 돌봄, 가사도우미와 같은 사회서비스 분야에서 플랫폼협동조합의 형태를 고민하는 움직임이 있으나 플랫폼을 제작하는 비용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새로운 기술력과 함께 시대가 급변하고 있다.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고 이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플랫폼 비즈니스가 나타나고 있다. 이와 함께 다양한 형태의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있다. 플랫폼협동조합을 작은 규모로 다양하게 만들어 네트워크로 연결한다면 진정한 의미의 공유경제를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플랫폼협동조합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이를 실험하며 함께 발전시켜나갈 사람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