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협동조합에 로그인하다] 15. 더 많은 청년들이 사회적경제와 조우하기를!

이예나(경남과학기술대학교 사회적경제 전문인력양성사업 전담교원)

매 학기 사회적경제 연계전공 수업을 진행하면서, 사회적경제 관련 도서를 읽고 독후감을 쓰는 과제를 제출하곤 한다. 그런데 이번 가을 학기에 받았던 학생들의 독후감들 중 인상적인 구절들이 있었다.

“(…) ‘사람을 위해 경제가 있는 것이지 경제를 위해 사람이 있는 것은 아니다.’ 라는 구절이 나의 심장을 빨리 뛰게 했다. (…) 생협을 비롯한 사회적 기업은 (…) 내가 생각하던 일반적인 기업과 달리 이상적이고 사람 중심적이며 그 속에서 정당한 이윤 창출을 이루어내는 정의로운 사업형태였다. 이는 곧 사회로 나아갈 나에게 단순히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보다 가치 있게 ‘일하고 싶다’는 열정과 동기부여를 주었다.”

“(…) 내가 ‘사회적경제, 우리 다 잘 먹고 잘 살자고 사는 건데… 사소한 하나를 포기하면 더불어 살고, 더 나은 세상이 될 수 있다‘고 말하면 ’그건 이상사회일 뿐이다. 우리는 자본주의, 그런 시장에서 살고 있는데 무엇인가를 포기해가며 사는 것은 호구‘라며 답할 뿐이다. 나 또한 처음에 그런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사회적경제에 대해 알아보면 볼수록 생각이 바뀌었다.(…)”

독후감을 읽으며 사회적경제를 처음 접하는 학생들이 어떻게 그것을 자신들의 삶에, 가치관에 적용해가고 있는지 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물론 ‘사회적경제가 아직 너무 어렵다’ ‘아직 잘 모르겠다’는 반응도 다수이다.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너만 잘 되면 돼’하는 세상에서 ‘함께 잘 사는 게 중요해’라고 하는 말이 쉽게 먹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생들에게 사회적경제를 가르치는 일은 꽤 보람있는 경험이다. 특히 정식 학위로서 사회적경제 연계전공, 부전공, 복수전공 학위를 받을 수 있는 교육과정 운영에 참여하면서, 대학에서 사회적경제를 교육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느끼고 있다. 이는 사업단에서 2014년, 2015년, 2018년 세 차례에 걸쳐 이루어진 사회적경제 연계과정 교육성과 조사 결과에서도 볼 수 있다. 연계과정을 통한 학생들의 인식이나 태도 변화를 묻는 질문에서, 협동의 중요성, 사회적관계의 중요성, 직업관과 가치관의 변화 여부, 등 7개 항목에 대한 응답은 해가 갈수록 더 높은 점수를 나타내었다 (그림 참조, 7점 척도). 2017-18년 조사의 경우 각 영역에 걸쳐 5.65점 이상의 높은 점수를 보이고 있어 학생들의 인식이나 태도에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직업관의 변화와 사회적 관계 및 협동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뚜렷하게 변화해 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더하여 연계과정 참여 학생들 중 16명이 사회적경제 영역으로 취업 또는 창업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사회적경제 전문인력 양성’이라는 사업단의 목표에 걸맞는 나름의 성과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림) 사회적경제 연계전공 교육과정을 통한 학생 인식 수준의 변화

우리나라에서 사회적경제 교육은 다양한 층위의 대상에게 상이한 수준과 내용으로 제공되고 있다. 특히 2000년대 중반 이후 사회적경제가 정책 차원에서 주목을 받으면서 사회적경제 영역의 인재양성에 많은 관심이 쏠려왔다. 전문 연구자를 양성하는 대학원 과정 및 단기 비학위 과정, MBA과정, 각종 공공기관 또는 민간기관에서 자체적으로 개설하는 사회적경제 관련 교육들, 중앙정부 차원에서 제작하여 배포하는 온라인 교육자료 등 마음만 먹으면 사회적경제에 대해서 공부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의외로 대학 학부 과정에 사회적경제 관련 교육을 찾기는 상대적으로 쉽지 않다. 물론 대학교에서 근무하면서 학부에 정식 학과나 과정을 개설하는 요건이 상당히 까다롭다는 것도 알게 되었지만, 사회적경제 인재양성과 관련된 담론들에서도 대학생들에 대한 교육은 그 비중이 미미한 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작년에 정부가 발표한 ‘사회적경제 인재양성 종합계획’의 정책과제에 ‘사회적경제 학부 개설 지원’ 및 ‘대학생협 활성화 지원’ 계획이 포함되어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향후 이러한 계획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될지는 모르지만,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적경제 교육만큼이나 대학생과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적경제 교육도 보다 체계적이고 비중 있게 이루어 질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청소년기에 진로에 대한 폭넓은 경험과 선택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에서, 청년기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며 사회의 구성원으로 성장해 나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나에게도 대학시절은 현재 나의 가치관과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기반이 되어 주었다. 대학생협을 통해서 협동조합을 처음으로 접할 수 있었고, 현재의 진로를 정하는 데에 큰 영향을 미쳤다. 또한, 단지 사회적경제가 무엇인지 아는 것 뿐 아니라 협력, 다양성, 지역, 공동체 등 사회적경제 영역과 맞닿은 여러 가치들을 학습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법적으로 성인이 되며 얻어진 자유와 책임을 알게 되고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시행착오를 겪게 되는 시기가 청년기가 아닐까 싶다. 그 소중하고 중요한 시기에 사회적경제의 가치를 경험할 기회를 갖는 것, 그리고 그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삶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지난 5년여 간 지방대학 특성화사업(CK-Ⅰ)의 일환으로 진행되었던 경남과기대의 사회적경제 전문인력양성사업은 다음 달에 종료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사업 종료 이후에도 사회적경제 연계전공은 학내에서 지속될 예정이다. ‘전국 최초의 사회적경제 학위과정을 개설한다’는 사업단의 실험은 대학과 지역사회에서 청년들을 위한 사회적경제 교육이 왜 중요하고 어떠한 성과를 낼 수 있는지 보여주었던 의미있는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더 많은 청년들이 이러한 교육과정을 통해 사회적경제를 접하고, 그 중 누군가는 이를 통해 가슴 뛰는 경험들을 쌓아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