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협동조합에 로그인하다] 14. 사회적금융이란 무엇인가?
주세운(동작신협)
사회적금융 영역에 몸담은지 이제 햇수로 만5년차가 되어간다. 이 업에 종사하면 할수록 실무적으로나 이론적으로나 채워가야 할 빈 틈이 많음을 느낀다. 그리고 그러한 배움이 가능하다는 것이 사회적금융업의 장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다만 그 와중에 점점 분명하게 인식하게 된 명제가 하나 있다면, 그것은 사회적금융이 곧 사회적경제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은 아니라는 것이다.
사회적금융은 사회적가치를 추구하는 금융이다. 사회적가치 창출을 위해 금융수단을 사용하는 것이다. 그러한 가치추구를 위해 사회문제해결에 기여하는 조직과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는 일이다. 그래서 사회적경제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은 사회적가치 추구의 결과일 뿐이지 사회적금융 자체의 목적은 아니다.
굳이 이러한 개념적 선후관계를 시시콜콜하게 구분하고자 하는 이유는, 특히 이번 정권 들어 많은 정책자금이 사회적금융의 이름으로 쏟아지고 있지만 정말 무엇이 ‘사회적인’ 금융인지에 대한 질문은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저 협동조합, 사회적기업에 대출해주기만 하면 사회적금융일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사회적기업에 자금을 지원한다고 해서, 그 기업의 사회적가치는 고려하지 않으면서 일반금융처럼 재무제표에 나타난 수익률로만 판단해서 대출 혹은 투자를 해준다면 그것이 과연 사회적금융일까.
진정한 의미에서 사회적금융이란 일반금융과 다른 문법으로 움직이는 금융이다. 금융이란 기본적으로 리스크를 다루는 분야이다. 일반 영리금융은 리스크를 통해 수익을 추구한다. 반대로 사회적금융은 사회적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필요한 리스크를 감내하는 것이다.
근데 한국의 현실은 어떠한가? 많은 정책기금과 은행권자금의 상당수가 무늬만 사회적금융이다. 즉 사회적기업에 몇 십·몇 백억의 자금을 공급했다는 생색만 낼 뿐 정말 사회적금융답게 어떠한 사회적가치를 창출했는지, 그리고 그러한 사회적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얼마의 리스크를 감수할 것인지에 대한 알맹이는 없다.
올 초 캐나다 퀘벡의 사회적금융 종사자들과 워크샵을 함께 한 경험이 있었다. 그 때 첫번째로 놀랐던 것은 퀘벡의 사회적금융기관이 하나의 사회적경제조직을 평가하기 위해 사용하는 수십가지의 세세하면서도 총체적인 관점의 평가지표들이었다. 그들은 공동체 기여도와 조직의 역량, 재무적 지속가능성이라는 3가지 대주제 아래 12가지의 소주제, 67개에 달하는 세부적인 체크리스트를 통해, 하나의 사회적금융 프로젝트를 심사하는데 거의 책 한권 분량의 보고서를 만들었다. 그만큼 철저하게 사회적금융이 추구하는 가치를 고민하고 또 분석하고 있었다.
그리고 두번째로 놀란 것은 리스크에 대한 감수였다. 상환율 90%를 당당하게 기금의 성과로 내세우는 그들의 태도를 보면서, 그간 놓치고 있던 부분이 무엇인지 되물을 수 밖에 없었다. 단순히 저리의 자금을 사회적경제기업에 제공한다고 사회적금융이 아님을 말이다. 사회적금융은 사회적가치를 철저하게 고민하고 이를 추구하기 위해 필수적인 리스크를 분명하게 감수하는 것임을 배울 수 있었던 경험이었다.
정부는 올해 2월 8일 사회적금융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앞으로 당분간 사회적경제기업을 위한 자금공급이 양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데 기여할지는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사회적금융이란 무엇인가. 사회적금융이 정말 ‘사회적’이려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질적인 성찰이 필요한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