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마을 – 공정을 꿈꾸다

유정아(강서아이쿱소비자생활협동조합 이사장)

서울시는 2012년 ‘공정무역도시, 서울’ 추진 선언을 시작으로 올 7월 공정무역 도시가 되었습니다. 공정무역 마을의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 레바논에 이어 한국, 인도 대만에서 공정무역 마을이 탄생했습니다. 한국은 인천, 서울, 경기를 시작으로 공정무역 마을운동이 첫 발을 딛고 있습니다.

시민사회운동이자 사회적경제 비즈니스인 공정무역의 필요와 의미를 확산하는 것에 많은 사람들은 동의합니다. 공정무역 마을운동은 지역사회에서 공정무역에 대한 인식을 확장하는 활동입니다. 그래서 서울시의 공정무역 도시 달성은 의미가 큽니다.

우리는 공정무역의 장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공정무역이 생산자에게 경제적 소득을 제공하고 선진국 소비자에겐 현재 세계무역의 불평등함을 알게 합니다. 그래서 착한 소비의 필요를 부각시키고, 사회정의를 고민하게 하는 점은 높이 평가 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공정무역 규모로는 자유무역 환경을 개혁하기에는 많이 부족합니다. 그리고 일부 기업에서 공정무역의 가치보다 기업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 공정무역을 활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품에 공정무역 라벨을 붙이지만 공정하게 거래 된 원부재료는 일부일 뿐입니다. 또한 공정무역 인증라벨 제도가 영세 생산자에게 또 다른 중간상인 역할을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여러 가지 문제에도 공정무역은 확산되고 있습니다. 공정무역의 의미를 살리고 장점이 훼손되지 않도록 알리는 것이 더욱 필요합니다.

아이쿱은 해마다 공정무역 실천단을 양성합니다. 실천단은 지역에서 초·중·고등학교에 공정무역 수업을 나가고 시민에게 공정무역을 알리는 캠페인을 합니다. 서울 수도권만 아니라 지방에서도 공정무역 캠페인을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제가 속한 지역조합은 구청과 함께 청소년 공정무역 실천단 양성과정을 진행중입니다. 실천단 양성과정을 진행하면서 추후 청소년과 함께 할 활동의 지속성에 대한 고민을 해봅니다.

공정무역을 인지하고, 처음 캠페인을 진행했을 때 아이들은 참으로 어색해했습니다. 그러나 점차 캠페인이 이어질수록 어색함은 사라지고 공정무역을 알리겠다는 의지, 재미와 기대를 보였습니다. 그리고 활동가들은 공정무역 캠페인이 지속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하였습니다. 청소년 활동만 아니라 우리 활동가를 위해서도 필요한 고민입니다.

이제는 공정무역 마을이라는 큰 틀에서 내가 사는 마을이 진정 공정무역 마을이 되길 구체적으로 꿈꾸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공정무역이 특정 기업이나 지자체 이미지를 위한 수단이 아니려면 공정무역 가치를 지키는 시민들이 시작하는 마을운동이 중요합니다.

공정무역 마을운동은 영국의 작은 마을 가스탕에서 3명의 활동가에 의해 시작되었습니다. 출발이 거창하진 않았으나 지금은 세계에서 함께하는 운동으로 발전했습니다. 광역시 보다는 더 좁은 단위의 지자체에서, 여러 곳에서 함께 공정무역 마을운동이 일어나면 좋겠습니다. 공정무역을 알리고 활동할 수 있는 거점을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마을에서 지속가능하게 함께 행복한 의미 있는 활동이 펼쳐지면 좋겠습니다. 물론 공정무역 마을이 되기 위한 필요조건인 공정무역마을위원회, 공정무역 조례 만들기도 함께 진행되어야 합니다.

공정무역 마을운동이 공정무역을 알리는 것을 넘어 ‘공정한’ 마을 만들기로 넓혀 사고한다면 할 수 있는 일은 다양할 것입니다. 동네 곳곳에서 공정이란 키워드로 축제를 하고 내 자녀가 다니는 학교와 내가 단골로 다니는 상점에서 관공서에서 공정이 일상이 되는 마을을 상상해봅니다. 마을에서 담을 수 있는 것은 다채로 울 것입니다.

공정무역을 알고 공정무역 마을 안에서 사는 것을 넘어서 ‘공정’이 일상이 되길 꿈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