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경제에서 희망을 찾다

주영선(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이사 / 성공회대학교 협동조합경영학과 석사 과정)

애덤스미스의 국부론이 발간된 이래로, 약 250년간 경제학의 고전파 및 신고전파의 기본 전제는 인간은 이기적이고, 시장은 효율적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장만능주의는 1930년대 대공황을 초래하였고, 2008년 금융위기까지 이르게 되었다. 이런 배경을 가진 시장실패이론은 불완전한 경쟁 등으로 시장에서 자원배분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음을 입증한다. 시장실패의 또 다른 원인은 정보의 비대칭성, 공공재의 문제를 시장이 해결하지 못하는 것, 외부효과, 독과점 등을 들 수 있다. 시장에서의 효율적 자원배분은 완전경쟁시장에서만 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은 항상 실패 상황에 놓여 있는 현실은 정부의 시장 개입에 대한 근거가 되고, 케인즈학파라는 주류 경제학의 다른 줄기가 생겨나기도 했지만 이 또한 정부규제의 비효율성, 관료주의의 폐혜, 대리인 비용 등의 한계도 있다.

시장실패나 정부실패의 상황은 사회적 경제 영역 하에서 사회적 자본에 주목하게 한다. 사회적 자본의 개념에 관한 콜맨, 퍼트남의 정의 등에서 알 수 있듯이 사회적 자본은 네트워크를 기반하며, 공식, 비공식적인 것을 포괄하는 것이고, 신뢰, 규제, 수평적 네트워크로 이루어진 공공재적인 사회적 속성을 가지고 있으며, 자발적인 시민참여를 고양시키고, 시민사회의 활력을 회복하는 것으로 인식된다. 또한 원할한 자원동원을 할 수 있다.

사회적 자본은 신뢰를 기반으로 거래비용을 감소시키고, 경제적 목적과 사회적 목적을 같이 추구함으로써 사회적 효율성을 높여준다. 또, 정보 비대칭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정보의 공유도가 높아지고, 사회복지서비스 비용을 낮출 수 있다.

하지만 사회적 자본은 한계점도 있다. 신뢰를 통한 각 개체간의 평판에 의지해야 하므로, 일정부분 폐쇄성이 존재하는데, 이로 인해 외부와의 네트워크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 계량적 성과 측정이 어렵다는 점, 다양한 주체들의 민주주의적 참여로 갈등이 야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사회적 경제 혹은 비영리부문에 있어서 규모와 구조는 한 사회가 갖는 관계성, 계급, 체제등과 관련된 복잡성이 내재되어 있다고 보는 사회적 기원론은 각국, 사회의 다양한 사회, 역사적 맥락 속에서 태동하였고, 그것은 인위적이 아닌 Needs에 의해 생겨났다고 보는 것이다.

시장실패론과 사회적 자본론에서 보았듯이 제3섹터가 시장과 국가의 관계를 조정하고 실패를 보완하는 중재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점이 제3섹터 존재의 근거가 될 수 있다. 물론 제3섹터가 최근의 성장 속에서 지나치게 관료화되고, 신자유주의 정부의 파트너 역할을 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정도는 아니다. 또한 사회적 기원론 측면에서 보면 사회적 경제는 창발하는 것이지, 인위적으로 조성해 왔던 것은 아니다. 따라서 한 사회의 공동 필요로부터 시작하는 제3섹터의 존재 근거는 경제적인 유용성과 성과를 떠나 사회, 역사적인 맥락 속에서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사회적 경제는 자본주의의 시장실패와 정부의 실패를 보완할 수 있는 경제 시스템이며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반영하기 때문에 국가와 지역별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그래서 각 지역의 사회적 경제는 그 지역(공동체)의 사회적 문제(needs)를 해결하기 위해 작동하며, 이를 위해서는 공동체의 참여와 헌신이 필수적이다. 또한 참여와 헌신은 지역공동체의 신뢰와 규범에 기반 했을 때에 의미가 있을 수 있다. 즉 신뢰와 규범에 바탕을 둔 공동체의 참여와 헌신, 상호작용을 통한 민주적 의사결정을 통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사회적 경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 경제는 규범적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자본 중심이 아닌 인간 중심, 민주적 의사결정구조, 자치적 운영을 기반으로 한다. 잉여의 배분은 공동체와, 사회에 배분되어야 한다.

이런 사회적 경제의 원리들이 잘 작동될 때 ‘희망’이라는 선물을 가질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 경제의 범위가 더 확대되고, 특히 젊은 세대가 사회적 경제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깊이 관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