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협동조합에 로그인하다] 10. 블록체인에 숨겨진 철학, 협력과 공유의 힘

송주희(성공회대학교 협동조합경영학과 박사과정)

비트코인과 관련해서 한동안 대한민국의 언론이 뜨거웠다. 주변의 지인들에게 비트코인으로 수백·수천만원을 벌었다는 이야기를 종종 전해 들었다. 재테크 목적으로 금융투자를 해본 적이 없어 비트코인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 오히려 비트코인과 청년이 엮여서 생산된 언론 기사들을 접하면서 비트코인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청년들이 비트코인을 많이 산다는 뉴스와 비트코인으로 피해를 본 사례, 규제와 관련된 기사들이 연일 미디어를 통해 보도됐다. 신자유주의 시대를 사는 청년들은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믿고 살았을 것이다. 그러나 비트코인에 투자하여 ‘어쩌면 나도 용이 될 수도 있다 ’ 라는 기대를 했을 수 있다. 안타깝지만 청년들은 비트코인을 기회로 생각한 것이다.

청년은 기회가 필요하다. 기회도 자본과 비례해서 만들어진다고 믿고 있는 이 시대의 청년에게 비트코인은 하늘에서 내려준 동아줄로 보였을 것이다. 비트코인을 튼튼한 동아줄로 생각하고 이에 투자한 청년들은 왜 비트코인에 매력을 느꼈을까? 이를 알기 위해서는 이해하기 위해서는 첫번째로 비트코인과 그것의 탄생배경을 알아햐 한다. 그리고 두번재로 청년이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과 태도를 이해해야 한다.

먼저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화폐와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에 대한 정보는 쉽게 접할 수 있다. 남들이 투자해서 큰돈을 벌었다는 정보보다 가상화폐가 만들어지게 된 배경과 철학이 더 매력적이다. 비트코인이라는 가상화폐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블록체인’ 시스템을 알고 있어야 한다. 비트코인이 등장한 배경은 금융기관이 비대화·권력화된 것에 대한 반감과 은행과 같은 금융기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이에 따른 사회적 불안감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기술적으로 해결 하기위해 만들어진 것이 블록체인이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는 사토시 나카모토의 철학이 담겨 있다. 그가 만든 비트코인의 첫 블록의 암호화된 메시지에는 미국의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과 이와 함께 찾아온 글로벌 금융위기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그는 권력의 탐욕에 의해 개인이 피해 보지 않는 사회, 개인의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경제활동이 가능한 사회를 꿈꿨다.

청년들은 사토시가 그의 비트코인 첫 블록을 통해 전달한 메시지에 공감했을 것이다. 1990년대 말 IMF를 겪고, 2008년 미국발 글로벌금융위기와 같은 사건들을 경험한 청년들은 공공기관이나 큰 은행과 같은 곳을 통해 금융 거래를 하는것에 대한 불신이 있다. 최근 온갖 미디어에서 중앙을 점유했던 권력자들의 폭력과 부패가 보도되고 있다. 이 사회에 대한 불신과 불안감이 더 커지고 있고 이를 해결하는 것은 우리가 속해 있는 공동체의 중요한 과제가 됐다. 부패와 비리로 얼룩진 사회를 변혁하는 데 힘쓰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시도가 국민들의 지지를 얻고 있는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기득권의 적폐는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사회적 약자들을 분노하게 만든다. 기회의 부족으로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시간을 쪼개며 사는 청년들은 권력을 통해 불로소득으로 이익을 챙기는 권력에 반감을 품고 있다. 이것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투명하고 분산된 거래 시스템인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에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청년들이 비트코인에 매력을 느끼게 된 이유는 블록체인을 통해 거래되는 가상화폐의 투명한 거래와 공유되는 시스템이 사회에 대한 불신을 해결 할 수 있다는 기대심리가 반영된 것이다. 권력을 가진 사람이 아닌 개인들이 서로 협력하여 자원(돈, 정보)을 거래할 수 있도록 개발된 블록체인은 청년들에게 사회 변화의 가능성과 희망을 품게 해준다. 영국 옥스퍼드대 비즈니스 스쿨의 교수 레이첼 보츠만은 그녀의 책 『Who Can You Trust?: How Technology Brought Us Together and Why It Could Drive Us Apart』 를 통해 다양한 블록체인이 서로 협업하지 않는다면 그 효과는 낮을 것이라고 말한다. 블록체인은 여러 주체들의 협력을 기반으로 형성된다.

우리는 금융업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블록체인과 같은 협력적 기술을 통해 거래 혹은 소비를 할 수 있다. 이러한 협력을 기반으로 개발된 기술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산업혁명 이후로 과도하게 생산된 자원들을 소비하면서 살아온 사람들의 마음 한쪽에는 소비하고 버려진 자원들로 인해 발생된 환경오염에 대한 죄책감이 자리 잡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생산한 자원을 다시 기회로 만들 방법은 무엇일까?

‘소유’ 중심 자본주의 경제의 대안으로 유·무형 재화를 공유하거나 교환하고 임대하는 공유경제(sharing economy)가 제안되면서 생산품이나 서비스를 여러 사람이 공유하여 빌려 쓰거나 나누어 쓰는 ‘협력적 소비’ 가 주목받고 있다. 이런 움직임과 함께 ‘미니멀 라이프’ 관련 컨텐츠들과 공유경제 플랫폼들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중계자 없이 P2P 거래 방식으로 사람간에 직접거래하는 방식의 협력적 소비를 하기 위해서는 신뢰를 검증 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여러 주체에 정보를 분산 저장하여 블록체인으로 검증하고 투명하게 유지하는 시스템 운영을 통해 온라인 거래에서 신뢰를 구축할 수 있다.

우리 주변에는 이미 수많은 유·무형의 자원들이 존재하고 있다. 이것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면밀하게 주변을 살펴보며 이미 존재하는 다양한 자원들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협력적 소비의 과정에서 숨겨진 자원이 재발견될 수 있다. 그리고 이 자원들을 사람들이 교환하며 공동의 가치가 만들어지고 이 가치는 지속가능한 사회의 기반이 된다. 블록체인과 같은 혁신적인 기술이 악용되지 않고 사회에 대한 불신을 해결하여 신뢰를 회복하는데 잘 활용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