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협동조합에 로그인하다] 9. ‘팀 쿱(COOP)’을 완성하는 대화
이예나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사회적경제 전문인력양성사업단 전담교원)
아마 최근 한 달여 간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가 ‘팀’이 아닐까 싶다. 평창에서 열린 동계올림픽 때문이다.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부터 시작하여, ‘영미!’라는 유행어를 낳은 여자 컬링 ‘팀 킴’, 그리고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스피드 스케이팅 팀추월 경기까지, 올림픽을 통해 다양한 ‘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필자도 최근 ‘팀’의 의미에 대하여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스페인 몬드라곤 경영대학에서 운영하는 Mondragon Team Academy(MTA)의 팀코치 양성과정에서였다. MTA는 쉽게 말하면 창업교육 프로그램이지만, 기존의 창업 교육과 다르게 개인의 창업이 아닌 팀 단위로 창업을 하는 ‘팀 창업’을 위한 교육을 진행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에 배운 이론들 중 팀의 발전과정에 관한 이론 하나가 인상적이었다. 해당 이론에 따르면, work group으로 시작한 팀은 시간이 지나면서 fake team을 거쳐 potential team – real team – high performance team으로 발전한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work group으로 시작한 팀의 성과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음 단계인 ‘가짜 팀(fake team)’단계에서는 오히려 처음 팀이 만들어졌을 때보다도 못한 낮은 성과를 보이게 되는데, 그 이후에야 성과 달성의 잠재력을 가진 팀(potential team)으로 발전한다는 것이다. 이 ‘가짜 팀’의 단계에서는 외형적으로 팀이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실제 성과는 개개인의 합에도 못 미치는 결과가 나타난다고 한다.
아마도 팀으로 무언가 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가짜 팀’ 단계에 대해 쉽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서로를 잘 알아서 팀 성과가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점점 어려워지거나 성과가 떨어지는 경험 말이다. 필자도 대학 시절 학생회 활동이 떠올랐다. 처음 모여서 일했던 2~3달 간 정말 호흡이 잘 맞았던 친구들은, 시간이 지나며 갈등과 오해 속에서 회의조차 점점 힘들어지더니 결국 하나 둘씩 떠나게 되었다. 어쩌면 우리는 1년 간 ‘가짜 팀’으로 지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니, 왠지 마음이 아팠다.
협동조합도 하나의 팀, 또는 팀 창업 방식으로 설립된 조직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조합 설립 단계에서 발기인들로 구성된 팀은 그 조합의 정체성과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단위이다. 따라서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성장시켜나가는 과정에서 그 구성원들이 ‘팀 정신’을 기반으로 상호작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협동조합이 양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많은 조합들이 이러한 팀 정신의 중요성을 간과한다. 팀 정신을 공고히 하기보다, 조합의 설립 자체나 양적 성장에 치중하게 되어 막상 조합원들 간 의사소통과 이해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이다. 이는 결국 조합의 지속가능성 및 성과와 연결될 수밖에 없다. 협동조합은 애초에 혼자서 운영해나갈 수 없는 -혼자 운영해봐야 아무 의미가 없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MTA에서는 개인, 팀, 그리고 조직(회사)의 각 단위에서 일어나는 학습과정과 그것들 간의 연결을 강조하는데, 그 핵심이 되는 도구가 바로 대화(dialogue)이다. 팀 창업에 대해 배우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팀 구성원들 간의 대화와 성찰을 통해 ‘실천을 통한 학습(learning by doing)’을 지향하는 것이다. 하나의 ‘팀’으로서의 협동조합이 결사체로서 더 공고해지기 위해서도, 구성원들 간 적극적이고 끊임없는 대화들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히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차원이라기보다는, 개인의 방향과 조직의 방향을 일치시켜 나가는 과정이다. 협동조합은 자발적인 참여와 민주적 거버넌스를 기반으로 하므로, 이러한 조정의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필자가 언급했던 학생회의 경험을 돌이켜 보면,우리 스스로를 최고의 팀이라고 여겼음에도 얼마 지나지 않아 학생회에 참여한 각자의 목적과 관점이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많은 팀과 조직에서 그렇듯, 우리는 ‘달성해야 할 무엇’에만 지나치게 집중하고, 그 일을 함께 해내야 할 서로의 내적 동기와 열정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이번 올림픽의 여자 컬링팀이 낳은 유행어인 ‘영미!’는 어쩌면 치열한 팀 내 의사소통의 결과일 것이다. 서로의 이름과 작전을 외치고 격려하던 그녀들의 모습처럼 협동조합이 ‘가짜 팀’을 넘어 발전해나가기 위해서는 치열한 대화의 노력이 끊이지 않아야 할 것이다. 여러분의 ‘팀’과 협동조합에서는 어떠한 대화들이 이루어지고 있는가? 같은 팀 또는 조합의 구성원으로서,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대화들이 어떤 형식으로 얼마나 자주 일어나고 있나? 한번쯤은 우리가 ‘가짜 팀’은 아닐지, 질문을 던져보는 것도 좋겠다. 당신이 속한 팀이 현재 가짜 팀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당신의 팀이 더 나은 성장을 위한 한 단계를 지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