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협동조합에 로그인하다] 7. 비즈니스 중심에 사람이 있다

송주희(수원시청년지원센터 총괄팀장)

‘청년, 협동조합에 로그인하다’ 3번째 원고는 유럽 ‘스터디투어’ 중에 작성했다. 도시를 옮겨 다니며 새벽마다 숙소에서 노트북을 몇 번이나 여닫고를 반복했지만, 일정에 쫓겨 다니다 보니 결국 스터디투어 중에는 원고를 완성하지 못했다. 한국에 도착해서 일주일간 이번 투어를 회고하며 몇 번의 수정과정을 거쳐 원고를 완성하게 되었다.

 

이번 스터디투어는 필자가 일하는 청년바람지대의 청년공간에 “청년들이 더 많이 오게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라는 고민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지역을 변화시키고자 노력했던 지난 활동을 정리하고 앞으로의 활동을 좀 더 혁신적으로 만들어 보겠다는 의도가 포함되어 있었다.

 

가장 왕성하게 활동력을 가지고 있는 20대 중·후반에서 30대 중·후반의 청년들은 일 혹은 활동을 통해 삶의 철학이나 정체성이 형성되기도 한다. 그래서 이시기의 청년들에게 사회는 사회혁신을 주도하고 변화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청년들이 ‘도전과 실패’를 사회혁신의 자양분으로 삼아 도약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것이 기성세대의 역할이라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혁신을 만드는 환경이란 무엇일까?’ 이번 스터디 투어는 청년공간 혹은 혁신공간들을 벤치마킹하고 이 공간들의 운영 원리와 프로그램들의 특징과 한국에 있는 청년공간들과 비교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리고 이번 원고에서는 스터디 투어중 방문한 공간 몇 곳을 소개하고 몇 가지 인사이트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프랑스의 통신사업가 Xavier Niel가 설립한 는 이번 스터디투어에서 가장 가보고 싶었던 공간이었다. 1,000개의 벤처기업이 입주할 수 있고 3,000개의 작업공간이 확보된 유럽에서 가장 큰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공간이다. 요즘은 기업을 설립하는데 많은 자본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래서 소규모의 벤처기업들을 위한 coworking space(협업공간)들이 전 세계적으로 붐을 이루고 있다. 시대의 흐름에 빠르게 적응하는 청년들은 일하는 환경의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래서 이런 공간에는 유난히 젊은 청년층의 이용이 많다.

협업공간을 이용하며 소규모의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기업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Station F는 매년 운영비만 7,8백만 유로에 달한다. 그러나 Station F의 궁극적인 목적은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프랑스 스타트업 생태계를 지원하고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Station F의 입주한 벤처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Audrey는 IT기반으로 일하는 사람이 많은 벤처기업들은 철저한 보안 시스템이 매우 중요하다고 이야기 했다. 또한 창의적인 공간디자인과 입주자들을 위한 네트워킹 프로그램들이 중요하다고 이야기 한다. 이는 스타트업을 위한 공간에만 필요한 조건이 아니라 사회 진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모두 필요한 환경이다. 그들이 공부하고 일하는 공간은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게 디자인 되어 있어야 하며 그들은 타인과 끊임없이 네트워킹하며 성장해 나아가야 한다.

 

언제나 위기는 새로운 변화 혹은 기회를 창조해 낸다. 그리고 그 위기를 만든 문제를 직시하고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중심에는 청년이 있다. 최근 ‘여리박빙’이라는 말로 한국경제의 현재 상황을 말한 임종룡 경제부총리 내정자가 한 말에 대해 JTBC 뉴스룸의 앵커브리핑에서 손석희 앵커는 한국사회 ‘청년들의 궁핍’을 예를 들며 출발 선상에서 빚부터 먼저 짊어져야 하는 ‘젊음의 위기’에 대해 이야기했다. 대한민국의 보통 청년들이 겪고 있는 이 위기를 통해 우리는 어떤 기회를 창출해 낼 수 있을까?

 

영국의Co-living공간인 The Collective Old Oak는 주택난이 심각한 런던이라는 큰 도시에 살고 있는 청년들에게 혁신적으로 도시에서 살아갈 수 있는 방식을 제안한다. The Collective Old Oak에는 546명이 10층 규모의 건물에 입주해 있다. 일주일에 최소 178파운드(260,000원)의 금액을 지불하는데 이는 런던의 주당 집값보다 100파운드 가량 저렴하다. 이곳은 런던 센트럴(시내 중심)에서 약간 떨어져 있는 3존(zone)에 위치해 있다. 튜브(전철)이나 버스를 타고 시내 중심에서 40분 정도의 거리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금 저렴한 집값을 선택하면 포기해야 하는 것이 많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The Collective Old Oak 는 아주 저렴한 집값은 아니지만 도시에 거주하는 청년들에게 새로운 방식으로 함께 사는 방법을 보여준다. 입주자에게는 사생활을 보장하는 개인 공간이 기본으로 제공된다. 그 이외의 것들(헬스장, 도서관, 게임방, 영화방 등)을 다른 입주자들과 공유한다. The Collective Old Oak 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활성화된 커뮤니티 프로그램이었다. The Collective Old Oak의 사업 규모가 크다는 것도 강점이지만 이 건물에 모여 있는 사람들이 더 큰 자산이라는 것을 그들은 놓치지 않았다. 건물 입구를 지나면 개인 우편함이 있고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면 본인 숙소로 가는 승강기가 있다. 이 엘리베이터 앞에는 매주 진행되는 커뮤니티 프로그램이 빼곡하게 적혀있다. 이곳은 끊임없이 입주해 있는 청년들이 네트워킹할 수 있는 모임을 만들고 그들의 관계를 만들어 내는 것이 The Collective Old Oak 비즈니스의 핵심이다.

청년들은 개인주의화 되어가는 시대 흐름 속에서도 지속해서 연결되어 있기를 희망한다. 그것이 SNS를 통해 표현되기도 하지만 실제 우리가 만남을 이어가는 현실에서도 청년들은 커뮤니티를 통해 서로 연결되어 있고 함께 도우며 발전해 나갈 수 있다는 것에 희망을 품고 있다.

 

전 세계 곳곳에서 사람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더불어 사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이것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다. 이번 유럽 스터디투어를 통해 다녀온 7개국의 7개의 사례는 모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공간을 운영하고 있지만 그들의 중심에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운영하는 공간에 사람이 없으면 의미가 없기 때문에 사람들의 욕구를 발견하고 이를 다른 사람들과 연결해 주는 것에 집중한다.

 

급변하는 시대에 맞춰 매력적인 공간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매력적인 공간은 자본이 바탕이 된다면 누구나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을 중심에 두고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공간을 운영하는 곳은 많지 않다. 이것은 공간을 운영하는 비즈니스의 지속가능성을 만들어내는 핵심이다.

 

협동조합의 도시로 알려진 볼로냐에서도 이와 비슷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볼로냐는 ‘협동조합의 도시’라는 정체성과 더불어 문화를 통한 도시재생으로 ‘창조도시’라는 타이틀도 가지고 있다. 도시 중심에 있는 살라보사 도서관(Biblioteca Salaborsa) 2층의 Sala Studio는 스터디룸으로 청년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는 공간이다. 필자가 방문했을 때 이 도서관 1층에서는 지역주민을 위한 도서전이 열리고 있었다. 부산하게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를 지나 2층에 올라가면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청년들과 1층의 풍경이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지하 1층에는 로마 시대의 유적지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고 천정은 유리로 되어 있다. 유리 천정 아래로 1층의 도서전에 방문한 시민들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온다. 이 공간이 가지고 있는 창의성은 이곳에서 살고 있는 시민들에게 큰 자산이다. 그리고 그들은 공간이 가지고 있는 역사를 통해 자부심을 느끼고 공간에 애착을 갖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창의적인 것은 ‘새로운 것’이여야 한다고 생각해서 새로운 건물을 짓거나 새 물건들로 공간을 채우려고 한다. 창의적인 생각은 ‘기존의 것’을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보는 태도에서 시작된다. 우리가 가진 자원을 되돌아보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우리가 문제 혹은 위기라고 생각하는 것이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필자는 청년들을 지원하는 기관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청년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듣는 귀가 발달하고 있다. 최대한 간섭하지 않고 그들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찾도록 지원하고 있다. 한국사회의 많은 청년이 “열심히 노력해서 평범해지고 싶다”고 말하는 사회가 된 것이 안타깝다. 우리는 그들이 다른 사람이 만든 기준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자기다워질 기회를 갖도록 도와야 한다. 청년들을 위한 공간을 구상하고 이를 유지하는 과정에서 청년들이 소외되지 않아야 한다. 타인과 협력하여 새로운 혁신을 만들 수 있는 청년의 가능성에 투자하고 응원해야 한다. 청년들은 지금도 끊임없이 사회와 연결되기를 희망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