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02월 칼럼]또다시, 윤리적 소비다.

염찬희 (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연구위원)

 

성공회대학교 앞 횡단보도에서였다. 초록 신호를 기다리던 나는 옆에 있던 김형미 소장과 연구원들께 불현 듯 질문을 던졌다. “내일 아이쿱연구소가 10년 넘게 있던 성공회대를 떠나 신길로 이사하는데 소감이 어떠세요?” 밤 9시가 넘어 어두웠고 겨울 찬바람이 제법 불어 우리는 가볍게 떨고 있었다.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운을 뗀 김형미 소장은 얼마 전에 읽은 글귀라며 폰에 적어놓았던 것을 소리 내어 읽어주었다. “과감한 시도로 인간은 잠시 자신의 위치를 잃을 수 있다. 그러나 과감한 시도가 없으면 인간은 자기 자신을 잃는다.”(쇠렌 키에르케고르)
연구소의 이사가 김 소장에게는 어떤 의미인지를 이해하면서 그녀의 뒤를 따라 걸었다. ‘과감한 시도… 자신을 잃는다…’를 입안에서 되뇌던 중이었다. 며칠 전에 본 다큐멘터리 영화 <7년, 그들이 없는 언론>이 갑자기 생생하게 떠오른 때는.
YTN과 MBC에서 기자, 피디로 일하다가 이명박 정권 시절 해고되어 8년째 해직 언론인으로 살고 있는 ‘그들’이 주인공이다. 공정 보도를 위한 파업 투쟁에서 선봉에 섰다. 그 당시 그런 행동이 불이익을 가져올 것이라는 것을 ‘그들’이 몰랐을 리 없다. 그렇지만 ‘그들’은 그렇게 했다. 그리하지 않는다면 자기 자신을 잃게 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만일 그때 몸을 사리고 정권에 야합해서 정권의 입맛에 맞는 보도를 했더라면 언론인이라는 스스로의 정체성은 무너졌을 것이다. 스스로에게 떳떳치 못한 남은 생을 살아야했을 것이다. 자기 자신을 잃지 않는다는 것, 그것은 분명 안정된 직장, 안정된 경제력보다도 더 중요한 삶의 가치다.
대통령이 선거 캠프에서 일했던 이를 공영방송의 사장으로 임면한다는 것은 제대로 된 언론인이라면 당연히 문제 삼아야 한다. 공정보도와 진실보도가 방해받을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공정보도와 진실보도를 하지 않는다면 그런 언론은 존재해서는 안 된다. 사회 구성원들에게 미치는 해악이 크기 때문이다. 언론은 진실한, 그렇기 때문에 올바른, 정보를 사회 구성원에게 알릴 의무가 있다. 사회 곳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정치 및 경제 권력이 어떤 일을 하는지 우리 일반인은 직접 경험하지 못한다. 직접 경험하지 못하는 다양한 분야의 정보를 미디어는 매개한다. 이때 정보는 진실에 입각해야한다. 관련된 다양한 정보들을 가지고 구성원들은 자신의 삶을 조직한다. 그런데 그 정보가 잘못되었다고 가정해보라. 구성원들의 삶은 잘못 조직될 것이고, 결국 사회는 잘못될 것이다. 언론운동단체 들이 ‘나쁜 언론은 나쁜 정부보다 더 나쁘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여기에도 있다. 좋은 언론을 위해서 구성원들이 할 일이 있다. 진실보도를 하도록 감시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어떤 상황에서도 거짓되지 않은 정보를 생산하도록 정보 생산자를 격려해야 한다.
나와 이웃과 지구를 위해서 아이쿱생협 조합원은 생활재를 윤리적으로 소비 한다. 인간이 자신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은 한 시민으로서의 권리이자 의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식품을 소비할 때 윤리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당연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머리와 마음을 건강하게 유지시켜주는 중요한 수단인 언론 미디어도 윤리적으로 소비해야만 한다.
윤리적 소비는 윤리적으로 생산된 재화나 서비스를 소비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결코 작은 몸짓이 아니다. 왜곡되고 모순된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 그리하여 좋은 사회로 변화해 나가기 위한 희망찬 날갯짓이다. 2008년부터 정체성으로 선언하고 희망해왔던 그것, 2017년 올해도 어김없이 아이쿱생협은 윤리적 소비를 실천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