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곳으로부터의 연대와 혁신(5): 사회적경제정책의 기본방향(1)

 

 

김종걸 한양대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교수

1. 성공하는 정책의 조건

성공하는 정책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먼저는 정책의 목표, 대상, 수단을 명확히 규정하고 이에 맞게 부처별 사업의 교통정리를 하는 것이다. 또한 민간과의 파트너십을 구축하며 이 모든 것을 알기 쉬운 메시지로 국민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새마을운동의 예를 들어보자. 정책목표는 빈곤극복이었으며 수단은 농지, 도로, 주택 정비였다. 정부의 힘을 결집했으며 주민의 자발적인 참여도 조직화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패키지화하여 새마을운동이라는 명확한 언어로 표현했다.

이에 비해 사회적경제정책은 한참 못 미친다. 명확한 국민적 아젠다로 만드는 작업도 부족했으며 정책의 통합과 조율에도 미흡했다.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사업 등 많은 사업의 목적은 일자리 창출과 사회서비스 확충에 있다. 그러나 각기 움직인다. 거의 붙어 있는 ‘협동조합의 날’(7월 첫째 토요일)과 ‘사회적기업의 날’(7월 1일)은 따로 기념된다. 각 사업별로 시장지원, 금융지원, 네트워크, 교육계획도 따로 세운다. 자활기업(보건복지부)이 마을기업(행정자치부)으로, 그리고 사회적기업(고용노동부)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단계별로 필요한 것을 해결해 주어야 하나 조율할 수 있는 단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자활기업 출신이 마을기업 지원을 받은 후 협동조합 형태의 사회적기업이 되어 있다면 매년 사업보고서 및 경영공시를 각기 다른 형태로 보건복지부, 행정자치부,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에 제출해야 한다. 과도한 사무비용이 소요되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정부의 칸막이가 사회적경제계의 칸막이로 전이되며 결국 자발적인 운동의 분열을 조장시킨다는 점이다. 특히 이쪽 영역이 정부자원의 의존도가 높은 현실을 생각한다면 이러한 경향은 더욱 강화된다.

둘째로 본래의 정책목표에도 충실한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원래 사회적경제 정책이 실시된 이유는 10조 원의 사회서비스예산, 11조 원의 재정일자리사업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함이었다. 그렇다면 사회서비스와 재정일자리사업 예산의 일정 부분이 사회적경제영역의 발전에 연결되어야 했다. 그러나 그렇지 못했다. 고용노동부의 1,500억 원 예산 범위내로 스스로를 축소시켜 버렸던 것이다. 사회적기업이 이럴진대 이제 막 태동한 사회적협동조합이 복지영역에서 역할을 하기에는 긴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강고한 칸막이가 부처간 정책조율을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로 우호세력의 확대에도 그리 좋은 점수를 줄 수 없다. 사회적경제란 시장실패와 정부실패가 야기하는 각종의 사회문제를 풀기위한 시민의 주체적 노력을 말한다. 당연히 정부자원을 별도로 친다면 자발적인 선의의 자원을 동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 종교, 학교, 일반시민의 기부와 자원봉사, 윤리적 소비와 투자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현실은 많이 열악하다. 사회적자본은 OECD 최하위 수준이라고 일컬어진다. 자신의 자금과 노동력을 무상으로 제공할 수 있을 정도의 사회적 신뢰가 없는 것이다. 사회적경제정책의 최대목표는 정책적 지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시민 스스로 호혜적 협력망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사회적경제란 시민의 신뢰와 호혜의 공간인 ‘사회’를 기반으로 하며 사회적경제의 크기란 그 ‘사회’의 총량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것이다.

2. 비전 설정과 정책담당체계의 재정비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확실한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다. 협동조합기본법 제정, 사회적기업 육성, 미소금융 등 개별적으로는 좋은 정책체계가 구비되어 있음에도 이 모든 것이 국정의 ‘브랜드’로서 기능하지 않는 현실은 곤란하다. 개별정책을 사회적경제정책이라는 형태로 패키지화하고 정책의 메시지를 명확히 국민들에게 제시해야 한다. 국가 차원에서 이러한 정책을 대대적으로 실시하는 곳은 아마도 영국 데이비드 캐머런(David Cameron)의 보수당 정부였을 것이다. 2010년 5월 총선거에서 승리한 후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정부, 그리고 민간의 시민사회조직들이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바로 더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큰 사회(Big Society) 정책은 이들이 더 큰 역할을 담당할 수 있게 하는 것이며, 정부의 엘리트들로부터 길거리의 일반인들에게 가장 크고 획기적인 권력의 이양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주1). 즉 전통적인 보수당 정책이었던 ‘시장’의 확대가 아니라 ‘사회(시민사회)’의 확대에 의한 정부 기능의 축소로 그 정책적 주안점이 변화했던 것이다(주2). 이것은 비단 영국만의 사례에 한정된 것만은 아니다. 필자가 알고 있는 한 프랑스, 이탈리아 등 많은 선진국 정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