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칼럼]지역개발의 대안을 만드는 사회적 경제 – 지역순환경제로의 전환
조현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적경제센터장)
지난 2012년 5월부터 100여일 동안 서울 강북권에 위치한 영구임대아파트에서 6명의 주민이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2012년 기준 한국의 자살로 인한 평균 사망률은 10만명당 29.1명으로, OECD 회원국(평균 12명) 중 1위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시 해당 아파트의 자살율은 1000명당 1.41명으로 전국 평균 0.29명과 단순비교해도 약 4.9배에 이른다. 단일 주거환경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영구임대아파트 단지 내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겪어왔던 경제난과 박탈감, 외로움의 무게를 짐작하게 하는 사건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단순히 정부의 정책실패가 불러온 참사라는 진단 역시 껄끄럽다. 근본적인 책임 공방을 뒤로 하면, 정부 역시 제한적인 ‘복지체계’를 통해 이들의 삶에 관여해왔다. 20년이 넘은 해당 영구임대아파트 단지 안에는 대학에서 위탁 운영중인 종합사회복지관과 장애인복지관이 운영중이었다. 하지만, 자살한 6명은 아무도 복지관의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았다. 대대적인 행정조직 및 인사혁신으로 현장 사회복지서비스로의 집중 배치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비극을 막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사회적 경제’ 영역은 이같은 관 주도의 일방향적 행정관리 체계를 보완하기 위해, 지역주민이 소통하며 서로를 살리고 돌보는 돌봄사회, 지역순환경제로의 전환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자율적으로 관리하고, 서로 연대하고, 친환경적이고, 시민이 중심이 되는” 지역사회를 일구는 게 목표다.
사회적 경제 생태계 구축의 핵심은 사회적 경제 행위자들이 상호의존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시장의 틈바구니에서 사회적 경제 영역은 동원 가능한 자원의 부족이라는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상호의존을 강화해야 한다. 부족한 자원들을 효율적으로 연계하여 지속 가능한 성장 환경을 확보하는 것이 생태계 구축이다. 지역의 부족한 자원들을 연계하면서 지역의 자치역량을 키워낼 방법을 강구해야 할 시기다.
하지만 여전히 행정의 재정지원에 의존하고 있고, 지역의 자립구조는 취약한 상황이다. 한국 사회에서 지역발전을 위해 채택된 지역균형발전 정책의 골간은 중앙정부가 중심이 되어 지역사회에 물적 자본과 금융 자본을 재분배하는 방식이다. 시민사회의 지역사회개발과 지역공동체운동이 사회적경제 영역과 결합하면서 행정체계의 주요한 협치 파트너가 되어가고 있는 와중이다. 다만, 당연히 행정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 지역 바깥에서 지역개발의 동력을 확보하는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역사회가 우애로운 관계를 이루는 것 자체가 지역개발의 목적이 되면 어떨까. gobog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