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 칼럼]‘협동조합간 협동’의 세가지 국면

김성오(IRC 연구소 대표)

 

‘협동조합간 협동’은 국제협동조합연맹이 정한 7원칙중 6번째 원칙인데 1966년 총회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세계경제는 2차세계대전 이후 급격한 성장국면에 놓여 있었고 미국과 유럽 국적의 전세계시장을 상대로 하는 거대한 다국적기업들이 활개를 치기 시작했던 시기다. 이전까지 자국내에서 일반기업들과 경쟁하면서 성장하던 협동조합들에게 이것은 새로운 위협으로 다가왔다. 협동조합은 새로운 상대들과 ‘규모’의 관점에서 경쟁하는 새로운 전략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방법은 두가지였다. 단위조합의 규모를 키워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것인가 ? 아니면 현재규모의 협동조합들이 연대와 네트워크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것인가 ? 이중 후자가 협동조합의 경쟁전략으로 채택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오늘날 힘이 약한 스타트업 단계의 협동조합들이 한달에 200여개씩 생겨나는 한국의 협동조합운동에서 이 원칙은 ‘생존’과 ‘성장’의 관점에서 모두 중요하다. 주식회사가 가지지 못하는 사업의 ‘기회요인’이 될 수 있다. 그것은 대략 다음의 세가지 국면에서 의미를 갖는다.
1. “협동조합들간 거래를 늘리는 국면”이다. 협동조합들은 가격과 품질이 비슷하다는 전제하에서 다른 협동조합들의 상품과 서비스를 우선구매해야 한다. 이는 업종과 유형에 관계없이 스타트업단계 협동조합들의 활로를 여는데 사활적인 중요성이 있다.
2. “합병내지 연합회를 만드는 국면”이다. 업종과 유형이 비슷한 협동조합들은 합병을 통해, 그리고 연합회 건설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 과정은 기존의 협동조합경영자들에게는 약간 불편할 수 있지만 조합원들에게는 무조건 유리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생협운동에서 이것은 시간이 갈수록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이다. 사소한 차이를 극복하고 하나의 사업연합회를 구성하는 것은 아마도 불가피할 것이라 생각된다. 그렇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3. “협동조합지역사회를 만드는 국면” 이다. 지역내 유협과 업종을 달리하는 협동조합들이 연대와 네트워크를 통해 다양한 조합원들의 삶의 문제, 즉 요람에서 무덤까지 걸쳐져 있는 대부분의 문제들에 대해 대응하는 국면이다. 보육, 교육, 친환경 먹거리, 의료, 여행 및 레저, 생활필수서비스, 요양 및 실버서비스, 장례까지… 현재 생협이 활동하는 지역이라 하더라도 이중 친환경먹거리 정도만이 준비되어 있다. 몇몇지역에서 의료서비스 정도… 협동조합방식으로 생활서비스영역을 확대하는 것은 지역내 협동조합블럭 전체의 힘을 강화하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지역내에 협동조합 일자리가 늘어나고 협동조합방식의 생산활동이 전개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될 것이다.

이중 세 번째 국면에 대해 깊이 성찰하고 준비할 것을 제안한다. 이는 지역내의 생협운동과 후배협동조합들, 그리고 농협이나 신협등과 같은 선배협동조합들과의 연대를 통해 생협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해법이기도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