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칼럼]헬조선 시대,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새로운 전환

이필구 한국YMCA전국연맹 정책국장

작년 한해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군 단어가 있다. 일명 헬조선과 수저 계급론이다. 청년들 사이에서 공공연하게 사용되는 이 말은 “한국이 지옥에 가깝고 전혀 희망이 없는 사회”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특히 부모 재산에 따라 자식의 경제적 지위가 금·은·동·흙수저로 결정된다는 ‘수저 계급론’은 청년들 사이에서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아무리 노력해도 계층간 이동이 힘들다는 열패감이 확산되고 있고, 취직·결혼·출산을 포기한다는 뜻의 삼포세대를 양산하고 있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작년에 발표된 한국의 ‘부의 불평등 2000-2013 보고서’를 보면 상위 10%가 전체 자산의 66%를 보유하고 있고, 하위 50%는 2%로 돈이 돈을 버는 사회로 갈수록 심화되고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21세기 자본>을 쓴 피케티 교수 역시 “성장률이 떨어지면서 노동을 통해서 얻는 소득보다 과거에 축적된 부와 그로부터 얻는 수익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며 향후 자본주의 사회는 부의 불평등이 가속화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결국 저성장속에서 부의 대물림이 심화되는 사회는 부의 정당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고, 이런 악순환의 고리가 반복되면 사회 공동체 전체에게 심각한 위기가 올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남들처럼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없는 사회는 그 자체로 불행한 사회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대물림되고 더 나은 삶에 대한 희망을 스스로 포기하는 사회는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 지금의 청년이 겪고 있는 고통은 한국사회의 문제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그렇다면 헬조선 시대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 그 출발은 근대화 이후 한국사회를 끌고 온 경제성장, 효율성, 경쟁에 대해 의문점을 갖는 것으로부터 시작될 수 있다. 현재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방법으로는 해결점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경쟁과 효율만이 아닌 협동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미국의 초등학교 교실에서 인디언 아이들이 어려운 시험문제를 풀기 위해 둥그렇게 모여 앉았다는 일화가 있다. 오랫동안 인디언 마을에서 살았던 아이들은 어려운 문제는 각자 푸는 것이 아니라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결해야 함을 당연하게 생각 한다는 것이다. 2016년 현재, 헬조선 사회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인디언 부족의 이야기는 깊이 생각해볼만 하다. ‘2007년?사회적기업지원법’과 ‘2011년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되면서 사회적경제는 한국사회에서 법적 지위를 얻었다. 아직은 미약하지만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사회적경제센터’,‘협동조합지원센터’같은 중간지원조직을 만들어 사회적경제 영역을 점차 확장하고 있다. 이런 제도에 기반해 협동의 방식으로 헬조선을 극복하려는 청년들 또한 늘어가고 있다. 청년의 문제를 청년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전체의 문제로 인식하고 함께 해결하기 위한 노력 역시 필요하다. 청년들이 삶에 희망을 품는 사회, 사회적경제가 작동하는 사회의 꿈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