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으로 바뀌는 학교

『협동조합으로 바뀌는 학교』 . 박주희, 주수원 저. 맘에드림. 2015.04.30.

정설경,활동연합회 의제기획국

학교협동조합이란? 학교에서 만드는 협동조합!

학교 구성원들이 만든 협동조합을 학교협동조합이라고 한다. 학교는 학생과 교직원만 있을 것 같지만, 학부모와 지역공동체까지 구성원 포함하면 학교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는 충분한 동력이 된다. 다중의 학교 구성원들이 엮어본 학교협동조합은 다른 어떤 협동조합보다 흥미로운 과정을 보였고, 학교의 혁신을 이뤄낸 중요한 매개였다. 학교협동조합을 일군 과정만으로 학생들의 삶은 요동쳤고, 이것을 지켜보고 힘을 보탠 가정과 학교, 그리고 지역사회는 각자의 역할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학교에서 협동조합을 하자는 주장은 협동조합 붐 시대를 맞아 학교로 옮겨 협동조합해 보자는 차원은 아니다. 책의 서문에서 밝히듯 필자들은 ‘학교와 마을의 만남’을 꺼내들어 학교는 교육의 새로운 돌파구로서 마을(지역사회)의 참여가 필요하고, 마을은 교육이 마을 사람들의 공통의 관심사이자 대표적인 사회적인 공공서비스 분야라는 확신을 강조하고 있다. 학교와 마을이 만나 무엇을 함께 할 수 있을지 과제가 산적하지만, 학교와 지역사회, 그리고 교육하는 당사자들은 교육혁신을 위해서라면 협동조합이 모종의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렇다고 학교협동조합이 이 모든 것을 다 해결해 줄 것이라고 믿지는 않는다. 다만 최소한의 변화와 혁신을 위해서 학교협동조합은 하나의 플랫폼으로서 역할하며 학교와 마을이 만나는 중간다리로 기대하고 있었다.

학교에서 협동조합을 어떻게 운영해?학교협동조합으로는 엄마들이 건강한 먹거리를 공유하기 위해 학교매점을 협동조합으로 설립한 서울의 영림중 사례와 어머니들이 주축이 되어 방과후교육과 돌봄을 해결한 부산의 금성초 사례가 있다. 이들은 모두 혁신학교라는 공통점이 있다. 혁신학교가 가야할 좌표를 찾는 동안 ‘협동조합’의 실험은 큰 다리 역할을 했다고 평가한다. 학교에서 벌어지는 참여와 소통이 학교를 변화시키는 출발점이라면, 참여와 소통이 운영원리인 협동조합은 중요한 실천 원리가 되기 때문이다. 혁신학교가 아니더라도 변화하는 학교의 힘은 학생, 학부모, 교사의 적극적인 참여와 상호간 수평적인 소통을 들 수 있다. 다양한 관계자들의 수평적 소통은 협동조합을 운영하고 유지하는데 크나큰 유전자가 되며, 혁신을 이루는 단계에서도 빠질 수 없는 요소임을 확인한 것이다.

2013년 6월부터 시작된 성남 복정고의 학교협동조합 만들기 과정은 협동조합 교육, 조합원 조직, 그리고 매장오픈이라는 일련의 과정으로 이어졌다. 학교협동조합의 초기모델이면서 학교협동조합을 설립하려는 다른 학교들에겐 교과서가 되었다. 학교협동조합은 협동조합을 만드는 차원뿐만 아니라 교육 자치를 이루는 매개활동이 되고, 생생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교육적 효과를 강점으로 들고 있다. 또한 생산과 소비의 기반을 바꾸는 거점을 만드는 데서 교육활동의 성과를 안고 있다. 복정고학교협동조합의 이사를 지낸 학생의 소감에는 자치와 자립을 실현해 보려는 주인의 경험담이 잘 드러나 있다.

“실제 제 주위 친구들의 경우도 학교협동조합 1년의 경험으로 학교에 대한 자부심이 굉장히 커졌고, 무엇보다 무슨 문제가 생겼을 때 학교 안에서 학생 스스로 해결해 보려는 자세를 갖게 되었어요. (중간생략) 내가 작은 것을 도전해서 이뤄냈을 때 그 과정을 보고 좀 더 자부심 갖고 용기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2014, p. 104 / [만들자 학교협동조합], p. 249에서 재인용)

학교협동조합도 다른 협동조합처럼 사업체를 운영하는 결사체여서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이 합의한 협동조합의 운영원리에 따르고 있다. 협동조합의 7원칙에 입각하여 ‘자발적이고 개방적인 조직’, ‘조합원들이 민주적으로 관리하는 조직’, ‘조합원이 경제적으로 참여하는 조직’, ‘자율성과 독립성을 가진 조직’, ‘교육, 훈련 및 정보를 제공하는 조직’, ‘협동조합 간 협동의 조직’, 그리고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조직’으로서 협동조합의 고유한 역할을 정관에 담고 있다. 협동조합기본법 발효 이후 학교협동조합이 생겨나서 기본법에 의거해서만 설립될 것 같지만, 성격상 소비자생활협동조합같은 개별법에 근거해서도 학교협동조합은 조직할 수 있다.

학교는 협동조합의 훌륭한 놀이터!

학교 협동조합을 구상하는 사람들은 꼭 이 책속으로 들어가 더 탐색할 것을 권한다. 일선 학교에서 협동조합으로 풀어가야 할 생활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아직 매점과 방과후로 협동조합을 시작했지만, 급식과 수학여행 등도 협동조합안에서 충분히 풀어갈 수 있는 생활문제이다. 학교에서 벌어지는 생활 문제를 협동조합으로 풀어간 선험 사례가 해외에 많기 때문에 낯설지도 않다. 욕구를 해결하는 것에서 생활과 문화의 기반을 바꾸는 것까지 협동조합의 가능성을 학교에서 찾아보기를 이 책은 충분히 권고하고 있다. ‘협동조합’을 넘어 학교를 바꾸고 문화를 바꾸는 혁신의 키워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누구라도 협동조합 하나쯤 참여해야 하는데 성인이 되기 전에 좀 더 일찍 학교에서 경험해 볼 수 있는 시스템이 많아지면 좋겠다.

학교협동조합의 선진국으로 불리는 나라들의 공통적 목표는 학교협동조합을 통해서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것이라고 한다. 협동조합연합회와 학교 교사들간의 긴밀한 협력은 있되,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은 통제가 아닌 학교협동조합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정책으로 이어지고 있는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협동조합은 살아있는 교육활동이자 민주시민을 양성할 수 있는 교육시스템이라는 것을 주장하고 싶다. 시장과 정부가 실패한 정책을 공동체가 나서서 협동조합으로 주도한 힘은 민주적 운영 질서에 있기 때문이다. 주인이 되어서 함께 운영하는 학교협동조합은 단순히 경제사업을 경험해 보는 것보다 훨씬 큰 가치인 민주주의의 주인으로 나서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