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인 7색 아우라

『사람을 탐하다』 . (재)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인물탐구동아리. 2015.

공정경, 생협평론 편집위원

아우라(AURA)라는 단어가 있다. 아우라란 겉모습이 아닌 내면의 빛을 뜻한다. 고결한 내면과 초긍정적 기운이 빛처럼 카리스마로 표출될 때 우린 아우라를 느낀다. 한때 ‘형광등 100개의 아우라’라는 말로 잠깐 왜곡이 되기도 했다. 사실 아우라라는 단어는 ‘형광등이 몇 개’ 같은 비유가 필요 없는 단어다. 태양을 보면서 옆 사람에게 “태양이 형광등 100개만큼 밝다.”라고 말하면 우습지 않은가.

지금 아우라 있는 책을 소개하려 한다. 아우라도 하나가 아니라 일곱 색이나 뿜어 나온다.
<사람을 탐하다>

먼저 아래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입으로 소리 내 읽어보자.

“ 마가렛 르웰린 데이비스, 비어트리스 포터 웹, 크로포트킨, 에르네스트 푸아송, 모제스 코디, 안창호, 장기려, 레이들로 ”

7명 중 생전 처음 봐서 발음이 꼬이는 이름도 있을 것이고, 익숙해서 바로 읽어지는 이름도 있을 것이다.

이젠 아래의 이름을 읽으면서 얼굴을 떠올려보자.

“ 김형미, 박은경, 정설경, 박성화, 이정주, 송은주, 조형숙 ”

6명 중 이름을 보는 순간 얼굴이 바로 떠오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누구지?’ 하며 고개를 갸웃하는 이름도 있을 것이다. (이 책 12쪽을 보면 사진이 나온다.)

책의 제목인 <사람을 탐하다>는 2013년 5월 만들어진 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연구동아리의 이름이다. 매월 한두 명의 탐하고 싶은 사람을 골라 연구하는 동아리이다. 위에서 직접 일곱 사람의 이름을 불러봐서 알겠지만, 익숙하지 않은 사람을 탐하고 나서 그 사람에 대한 자료를 찾는 다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사진 한 장 찾는데 꼬박 하루가 걸렸다고 한다.

이 책의 가장 큰 공은 ‘협동조합의 역사적 인물’ 하면 떠오르는 로버트 오언, 로치데일 선구자, A. F. 레이들로 외 중요한 인물을 여럿 발굴하고 현재의 의미로 해석했다는 점이다.

레이들로가 협동조합에 대한 확신을 하게 된 계기는 모제스 코디 (Moses Coady) 신부와 일하면서였다. 코디는 추상적인 개념을 단순화하고, 쉽게 이해시키고, 무엇이 잘못됐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적절하고 구체적으로 예를 드는데 뛰어난 사람이었다. 전통적 의미에서 교육은 가르치는 것만을 의미했다. 코디는 ‘인간은 행동함으로써 배운다’ 라고 믿었기에, 모여서 논의하고 말만 하면 안 되고 반드시 행동으로 이어져야한다고 생각했다. 코디는 새로운 스타일의 교육을 시도했다. 동부 캐나다 사람들이 특정한 선생 없이 스스로 생각하고 연구하고 움직이는 토론그룹을 만들도록 권했다. 그 결과 거실학습모임, 부엌학습모임 등 손쉽게 모일 수 있는 장소에서 수시로 학습이 이루어졌다. 이점이 안티고니쉬 운동의 가장 큰 성과라고 모제스 코디를 쓴 이정주 이사장은 얘기한다. (5장 모제스 코디 : 성인교육과 협동조합을 접목한 안티고니쉬 운동의 선구자, 130쪽)

<프랑켄슈타인>을 지은 작가 메리어 셜리의 엄마인 메리어 울스턴크래프트 이야기로 시작한 1장은 로치데일 선구자 협동조합운동이 성공한 시기에도 여전히 아무런 권리가 없던 여성들의 이야기를 꺼낸다. 협동조합 여성길드는 1880년대에 탄생했는데, 그들의 치열한 활동으로 남성과 동등한 투표권을 61년 만에 획득한다. 그 중심에 ‘식탁에서 회의탁자로’ 나아간 여성, 협동조합과 노동 여성을 위해 헌신한 마가렛 르웰린 데이비스가 있다.

3장은 협동조합 이론의 바탕이 된 상호부조론을 쓴 크로포트킨 이야기이다.
크로포트킨은 다윈의 <종의 기원>에 깊은 감명을 받았고, 다윈의 발견을 존경했고, 적자생존이 종의 진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부정하지 않았다. 크로프트킨이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은 헉슬리 같은 다윈의 추종자들이 진화과정에서 경쟁과 갈등만을 강조한다는 점이었다. 크로포트킨이 1862년 직접 극동지역에 가서 관찰한 결과, 자연에는 서로 죽이는 무자비한 경쟁만 있는 게 아니라 상호부조 현상도 있었다. 학자로서 크로포트킨은 <상호부조론>과 <빵의 쟁취>를 썼고, 활동가로서 크로포트킨은 영국과 러시아 아나키스트 운동의 창설자이기도 하다.

“우리는 각각 대한의 주인이기에 ‘나의 대한을 어찌할까?’하는 문제에 대해 일당을 받고 일하는 일꾼마냥 자기의 공로를 내세울 필요가 없다. 다만 우리의 일인 대한의 일만 잘되면 그만일 것이다.” 6장 도산 안창호 선생의 이 말을 통해 민주시민의 태도란 무엇인지 배울 수 있다. (168쪽)

“돈 없어 치료 못 받는 사람이 없도록 하겠다.”며 평생을 나눈 옥탑방 의사 장기려 선생님의 이야기를 읽으며, 의료민영화 가속도가 붙은 지금 시대 ‘이런 탐하고 싶은 의사가 많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숨도 쉬었다.

<사람을 탐하다>를 다 읽고 나서 생각났다. 나도 작년부터 탐나서 이야기해주고 싶은 사람이 있었다. 작년 3월 괴한이 쏜 총에 숨진 필리핀 공정무역운동가, 필리핀의 가난한 농민들을 위해 싸웠던 로메오 카팔라 PFTC 의장이다. 난 이분을 필리핀의 넬슨 만델라라 생각했다. 이분을 탐했으니 곧 로메오 카팔라의 이야기를 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