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 한겨레와 조선의 이상동몽(異床同夢)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흔히 조선일보와 한겨레는 우리 사회 보수와 진보를 대표하는 언론사로 불린다. 많은 사안에서 관점이 확연하게 다를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때론 같은 시각을 갖는 부분도 있다. 두 신문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지향하며 비슷한 섹션을 별도로 만들고 있다. 한겨레경제연구소가 지속가능한 세상 만들기 프로젝트로 <헤리리뷰(HERI Review)>를 7년째 분기별로 내고 있다. 조선일보 공익섹션 <더나은미래>는 5년째 격주로 나온다.
<헤리리뷰>와 <더나은미래>는 우리 사회의 현재와 미래가 더 나아지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내용을 주로 다룬다. 사회문제를 풀어가기 위한 정부, 기업, 비영리, 사회적 경제 조직들의 활동들을 소개한다. 두 매체의 담당자들은 ‘사회적경제언론인 포럼’이란 공부모임에도 함께 하면서 정보도 나눈다.
지속가능성이 대표적인 보수와 진보 언론의 공통 관심사이듯, 사회적 경제도 진영의 논리를 넘어서서 봐야 한다. 사회적 경제는 우리 사회가 지속가능하도록 공공과 시장 사이에서 사회적 가치를 구현하는 경제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경제는 기존 자본주의의 한계를 보완해온 정부가 재정적 문제 등으로 역할의 한계에 부딪히자 이에 대한 대안으로 나타났다. 단순한 시장경제 원리나 정부 재정 등에만 의존하지 않고 시민들의 자발성을 토대로 사회적 목적을 추구한다.
그런데 최근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을 앞두고 보수진영 일각에서 사회적 경제에 대한 거부감이나 왜곡된 주장이 나오고 있다. 사회적 경제를 진보가 선점한 이슈로 보고 이들을 지원하는 기본법 처리를 꺼려하는 여당 의원도 적지 않다. 보수단체에서는 토론회 등을 열어 사회적 경제 문제를 공론화하기도 했다. 주장의 골자는 사회적 경제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의 근간이 흐트러진다는 것이다. 또한 경쟁을 통한 국가와 개인의 발전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사회적 경제를 헌법에서 사용하지 않는 ‘반헌법적’ 용어로 규정 짓기도 했다. 사회적경제기본법 목적으로 ‘양극화 해소’ ‘건강한 공동체 조성’을 규정하는 데 대해 ‘포퓰리즘적 표현’이라 지적했다.
만일 사회적 경제를 정쟁이나 진영의 논리로 끌어가는 이들이 구례자연드림파크 같은 사회적 경제 현장을 직접 봤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일까 궁금하다. 구례에선 텅 비었던 지역의 농공단지에 소비자생협의 유기식품 클러스터가 들어서 지역농산물을 소비하고 지역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주며, 지역민에게 의료?문화 시설도 제공하는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구례모델처럼 사회적 경제는 시장경제를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경제의 한계를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미래학자인 요르겐 랜더스 노르웨이 경영대학원 교수는 “더 나은 미래는 쉽게 오지 않는다”며 “사회가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가 고속성장 그늘의 양극화를 방치해서는 언젠간 심각한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시장실패를 보완하는 사회적 경제 조직들이 자생력을 갖고 지속적으로 활동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사회적 경제의 건강한 생태계와 통합적인 정책추진체계를 마련하는 사회적경제기본법이 더 늦기 전에 제정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