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의 시대이다. 단장(斷腸)의 시대이다.

『세월호 참사 알고 싶은 것과 밝혀야 할 것들』

공정경, 아이쿱생협 언론활동팀

야만의 시대이다. 단장(斷腸)의 시대이다.

지금은 유민 아빠로 유명해진 김영오 씨를 단식 첫날부터 43일째 매일매일 지켜봤고, 지켜보고 있다. 단장(斷腸)의 아픔을 갓 구워져 나온 머핀마냥 기삿거리로만 머물게 해서는 안 된다.

그와 세월호유가족이 가리키는 달이 무엇인지 자세히 들여다보는 게 우선이다.

지난 8월 15일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린 ‘세월호특별법제정을 위한 범국민대회’에서 한 권의 책을 샀다. 지금 시대에 가장 중요한 인쇄물이지만, 서점에서 구할 수 없는 책이다.

<세월호 참사 알고 싶은 것과 밝혀야 할 것들>

목차의 마지막은 416특별법 전문이다. 수많은 입과 매체에 오르내리는 세월호특별법의 정식 이름은 ‘416 참사 진실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안)’이다. (이하 416특별법)

헌법을 제외하고 대부분 법조문의 1조는 그 법률의 목적으로 시작한다.

“제1조(목적) 이 법은 2014.4.16. 전라남도 진도군 관매도 부근 해상에서 발생한 4.16참사 사건의 직·간접적, 구조적인 원인을 규명하여 책임소재를 밝히고, 희생자의 명예로운 넋을 위로· 기억하며, 피해자 및 그 가족 지원 등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을 기리고, 재난 방지 및 대응책을 수립함으로써 안전한 사회를 건설·확립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원인규명과 책임소재를 밝히는 게 제1 목적이다. 그 목적이 달성되면 자연스럽게 재난 대응책이 수립되고 비슷한 재난은 방지될 것이다.

대한변호사협회에서 내놓은 416특별법 초안을 만든 사람은 21년 전 서해 훼리호 참사 당시 주임검사였던 김희수 변호사이다. 다시 비슷한 참사를 지켜본 그는 “참사의 진실에 다가서려면 특별위원회가 반드시 수사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416참사 특별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는 것을 여당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에 대한 그의 답이다.

“과거 여러 과거사위원회에서 진실 규명을 하려고 했지만, 권한은 미약하고 국가기관이 협조하지 않아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고민 끝에 나온 게 수사권 부여다. 같은 과오를 되풀이할 수 없지 않은가. 수사권은 참사의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세월호처럼 특별한 경우엔 특별하고 비상한 수사를 강구하는 게 맞다.”

416참사 특별위원회 위원은 여당이 말하는 특검의 자격과 다르지 않다. 제4조(위원회 구성) 2항을 보면 ‘판사, 검사, 군법무관 또는 변호사의 직에 10년 이상 재직한 자’라고 명시돼있다. 피해자가족이 특별위원회에 들어가는 게 아니다. 특검은 대통령이 추천하고, 특별위원회는 위원 16명 중 8명을 참사피해자단체가 추천할 수 있다. 똑같은 자격인데 특검에게 부여된 수사권과 기소권을 특별위원회의 조사관에게 주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 이상하다.

특별위원회와 특검의 중요한 차이는 활동기간이다. 특검은 90일 동안 수사한다. 여당이 주장하는 특별위원회의 기본활동기간은 6개월이고 3개월 연장 가능하다. 416특별법 제19조 (위원회 활동기간)은 기본활동기간 2년에 1년 연장 가능하다. 여러 정부기관이 조사의 대상인데 총 9개월 안에 진실을 낱낱이 밝히는 게 상식적으로 가능할까? 또 하나, 416참사 특별위원회는 민간조사기구가 아니다. 제4조(위원회 구성) 2항에 나오듯, 위원 16명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정식 국가조사기구이다.

자식이나 가족을 잃으면 어떨 것 같으냐고 이웃에게 물었다. “미치지. 돌아버리지.”

억울하기 전에 돌아버리는 게 보통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의 순서이다. 유가족은 미칠 것 같은 넉 달의 시간을 견뎠다. 죽은 이들은 “사는 게 역시 쉽지 않아.”라고 느끼고 말할, 삶에 대한 고민자체를 빼앗겼다. 소소한 실패와 성공의 가능성을 빼앗겼다. 죽은 자식과 가족이 단지 희생된 사람으로만 기억된다면 억울하다. 그나마 덜 억울하기 위해 416특별법은 유가족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하려 노력했다.

416특별법 전문을 보니, 상식적이고 정상적 사회라면 당연히 일사천리로 통과됐을 사안이란 생각이 든다. 지극히 특별한 경우이기에 인간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 지극히 이례적인 경우이고 사회적 정의와 필요성에 따라 입법자가 결단을 내리며 된다고, 헌법상 전혀 문제없다고 230명의 법학자와 1천 명의 변호사가 지난 7월 28일 전문가로서 입장을 밝혔다.

법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뇌과학적으로나, 세월호특별법을 정쟁으로 내모는 것 자체가 비정상적인 사회라는 걸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