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그 아름다운 구상』. 애드가 파넬 지음, 염찬희 옮김(2012. 그물코)

이선옥, 생협평론 편집위원

협동조합이 뭔지 잘 모를 때(물론 지금도 잘 모르지만) 1인 1표가 협동조합의 가장 큰 특징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주식회사는 주식을 많이 소유할수록 기업의 소유와 경영에 막대한 권한을 가지는데, 협동조합은 평등한 경영의 원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이론이든 현실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터라, 협동조합에 대한 그런 ‘이상적인 예찬’을 들을 때마다 ‘이론은 그런데 과연 그럴까?’라고 삐딱하게 생각하게 된다. 이런 의문은 사업체를 운영하지 않는 협동조합의 경우 “평등한 권한의, 대등한 행사가 가능한가?”라는 물음으로도 적용된다.

가령 내가 조합원으로 활동하는 생협의 경우도, 과연 평조합원인 나와 지역생협 이사장의 권한은 같은가? 조직의 사업과 정책에 내 영향력이 작용하는가? 지역생협의 이사장과 연합회의 경영진의 권한은 대등한가? 협동조합 연합체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때, 과연 조합원인 나는 그 사업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가? 그런 질문들을 늘 던져보는데, 결론은 ‘그렇지 않다’로 나온다. 조합원이 협동조합의 주인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지역조합이든 연합회든 경영진과 운영진 소수가 이끌어가고 규모가 커질수록 일반 조합원은 의사결정과 조직의 정보에서 멀어지는 상황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그럼 협동조합이 평등하고 정의롭다는 말은 과연 어디에서 입증할 수 있는 것일까?

협동조합과 관련해서 책이 많이 나와 있는데, 이를 조합원과 대중들에게 다시 한 번 권해보자는 기획으로 이 꼭지를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집어 든 책이 바로 <협동조합, 그 아름다운 구상>이다. 이 책을 고른 이유는 먼저 서정적인 제목에 끌렸고, 얼른 읽고 쓰기에 가장 얇은(!) 책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얇아 보이는 것과 내용이 얇은 것은 정말 다른 문제라는 걸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됐다. 서정적인 제목과는 달리 이 책은 협동조합에 대한 아름다운 구상을 펼쳐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이 책에서 제기하고 있는 문제들을 조화롭게 해결하면서 협동조합을 꾸려가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이 세상을 아름답게 구상할 수 있을 거란 장담은 할 수 있겠다.

이 책은 협동조합에 관한 오해와 이해들에 대해 얘기해주는 실용적인 지침서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간혹 가슴을 날카롭게 찌르는 말들이 있어 협동조합의 이론서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실사구시형 지침의 가운데에 들어 있는 아래와 같은 말들은 읽는 도중 신선한 자극이 된다. 나처럼 초보 조합원이 협동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오해들에 대한 지적이 특히 그렇다.

예를 들어, 협동은 마냥 순수하고 정의로운 사회적인 가치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내게,

협동은 개인주의의 연장이다. 경쟁을 위해 협동을 하기도 한다…비록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협동은 우리가 갖고 있는 개인주의에 대한 의식을 전적으로 받아들이면서 동시에 삶에 대해 더 균형 있게 다가가도록 한다.”라는 말이 그렇다.

또한 선한 일로 평가되는 자선 행위에 대해서도 “자선이 자조나 상조를 대체할 수는 없다. 게다가 가난한 사람들로부터 그들을 지도할 수 있는 사람들을 뺏는 일은 발전을 거스르는 짓이다.”라고 따끔하게 지적하는 대목을 읽었을 때는, 마냥 순수한 가치로만 오해하는 행위보다는 협동이 더 가치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 신선했다.

이처럼 이 책은 협동에 대한 오해를 이해로 바꿔주면서 현실감각을 놓지 않는다. 아름다운 세상을 구상하는 활동가들에게는 그들이 부딪힐 현실의 문제들을 냉정하게 알려주면서도, 다만 협동 본래의 가치를 잊지 않고 가야한다는 사실을 잊을 만하면 일깨워준다.

“진정한 협동을 위해서는 정직한 의도가 필요하다.”와 같은 말들이 그렇다.

그렇다면, 앞서 제기한 의문, “협동조합이 평등하고 정의롭다는 말은 과연 어디에서 입증할 수 있는 것일까?”에 대한 해답은 과연 무엇일까?

설마, 책을 읽으라고 권하는 이 글에서 그 답을 알려주리라 기대하는 분은 없을 것이다.

답은 짐작하다시피 이 책 안에 들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