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적 생산에 대한 제안
정은미, (재)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연구위원
최근 인체 내 독성물질을 분석한 방송을 보고 마음이 불편해졌다. 평소 합성첨가물을 배제한 식품 소비에 노력하는 편이지만 일반 상품은 정보를 알 수 없기에 디자인만 보고 선택했기 때문이다. 우리 몸에 이미 들어온 독성물질은 많이 “배출”하여 줄일 수 있단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물성 식품을 먹고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것, 그런데 애초에 먹거리가 안전하지 않다면 해결의 실마리 찾기는 더 어려워지지 않을까?
먹거리를 신뢰할 수 없다면 인간다운 생활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농산물이나 가공식품 생산 현실은 어떠한가? 우리 농업은 대량 생산을 장려하는 규모화, 단일품목 전문화, 주산지화를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매진했고, 요즘도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한 때깔 곱고 큼직한 농산물이 높은 값을 받을 수 있다. 일부 생산자가 친환경농업을 실천하고 있지만 아직 대다수 생산자는 농업 생산력을 농약과 화학비료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자신이 먹는 농산물과 판매할 농산물을 똑같은 방법으로 재배하거나 가공하는 생산자는 과연 몇이나 될까?
생산자가 처음부터 농약과 화학비료를 즐겨 사용했던 것은 아니다. 정부 보조금으로 값싸게 보급한 탓이다. 연간 수십 일만 이용하는 농기계도 정부의 반값 공급정책으로 농사일에 반드시 필요한 도구가 되었다. 소출이 늘 것이라는 과학적 근거가 솔깃하고 살림살이가 나아진다는 기대에 농자재를 몇 번 사용해보니 농사가 수월했다. 자식들 교육시키고 풍요롭게 살기 위해 현금이 필요했고 더 많은 생산량을 얻기 위해 더 많은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고 각종 농기계를 이용해야만 한다. 농사가 자연의 순환성보다 농약과 농기계에 의존하면서 생산자는 어느 순간 농자재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되었다.
생산자라 하더라도 자신이 생산하는 몇 가지 품목을 제외한 먹거리 소비자이다. 제 가족에게 농약 범벅인 농산물을 먹일 생산자는 없고 설령 그런 농산물을 판매한다면 마음이 편할 리 없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시로 농산물에 기준치 이상 잔류농약이 발견되었다는 보도에 안전성 강화 입법 운운하는 소비자가 있고 맘 졸이는 생산자가 있다.
앞의 방송 말미에 제도적인 규정없이 개인의 노력만으로 독성물질을 방어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한 참가자의 말에 적극 공감하지만, 규정을 만들고 관리하는 비용을 생각하면 막막하기만 하다.
그렇다면 차라리 생산자에게 자율적으로 규정도 만들고 관리감독까지 하라 하면 어떨까? 먹거리를 오염시키는 농자재는 생산자에게도 안전하지 않다. 안전하지 않다면 그것은 위험한 것이고, 위?험한 것이라면 그것은 안전하게 사용되어야 한다. 오히려 생산자가 반길 일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