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의 발전원리에 충실한 사회적경제기본법이 제정되길!
장종익(한신대 사회혁신경영대학원)
올해 우리나라에서도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의 움직임이 여야 정당에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국회에 여야의 법안이 각각 제출되어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필자는 정치권의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 움직임을 보면서 환영과 동시에 우려를 하는 편이다. 그 첫 번째 이유는 어린 새싹에 비료를 과도하게 주었을 때 협동의 새싹과 사회적 혁신 및 사회통합의 의지를 죽여 버리기 때문이다. 소위 정부정책의 구축효과(crowding-out effect)가 사회적경제부문에서는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이 말은 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 등 사회적경제부문에 포함된 조직들의 발전원리와 자본주의적시장경제부문의 발전원리가 다르다는 점에 기초해 있다. 일반적인 주식회사를 통하여 제품 및 서비스의 생산 및 공급을 조직화하는 논리는 경제주체들의 경제적 이익 극대화논리로 단순화될 수 있다. 주식회사창업자들은 창업시에 쏟아 부은 노력과 헌신에 대하여 회사가 성공하게 되면 주식의 상장을 통하여 커다란 금전적 보상을 기대할 수 있다. 자본주의적시장경제부문에서의 대부분의 구직자들은 최고의 근로조건과 금전적 보수를 기대하는 곳으로 자신의 노동을 팔고자 한다.
그러나 사회적경제부문에서 창업자들은 자신의 금전적 이익 극대화를 목표로 창업을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등에서 자원봉사를 하거나 기부를 하는 사람들은 주식회사에서의 구직자들과는 참여의 동기가 다르다. 예를 들면, 위캔두댓 영화에 나온 CoopNoncello를 성공시킨 사회적기업가정신으로 충만되고 헌신적인 CEO인 넬로는 어디서 나왔는가? 신고전파 경제학의 자기이익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합리적 인간의 가정에 어긋나게 행동하는 그 핵심 주체들은 도대체 어떻게 형성되는 것인가?
이 질문에 사회적경제 발전원리가 숨어있다. 사회적경제에 관한 적지 않은 국내외 문헌을 살펴보면, 사회적경제는 시장경제의 한 부분이지만 자본주의적시장경제부문의 원리와 다르기 때문에 시민사회영역과 긴밀히 결합할 때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 유럽의 사회적경제는 시민사회가 주도하여 정부의 파트너십을 통하여 발전한 반면에 미국의 사회적기업은 시민사회가 주도하여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통하여 발전하였다. 한국의 사회적기업에 대한 국내외연구결과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시민사회의 역량이 취약한 상태에서 정부가 주도하여 사회적기업을 육성하고 있어서 사회적기업이 정부의 보조를 항시적으로 받는 공기업으로 전락하거나 자립을 강조하면 일반 주식회사로 전락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사회적경제기본법의 내용과 구체적인 정책의 입안 및 집행과정에서 견지해야할 가장 중요한 원칙은 이러한 과정이 시민사회의 우리 사회의 사회경제적 문제의 해결역량을 키우는데 기여하고 있는가의 여부이다. 현 단계에서 우리나라에서의 사회적경제부문의 가장 큰 과제가 보통 사람들의 협동의 의지를 모으고 이타심을 고양시키는데 필요한 기업가정신을 지닌 사회적경제의 핵심주체들을 발굴하고 배출하는 시민사회의 조직화역량을 키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개발독재시대에 정부 주도하에 자원을 동원화하였던 방식에 익숙해온 우리 사회에서 이러한 시민사회의 역량을 키우는 것은 낯 설은 일일 수 있지만 이러한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사회적경제부문은 활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점에서 사회적경제의 생태계 조성을 위하여 제도적 차원에서 깊이 천착해야 하는 것은 협동조합에 대한 투융자를 담당하는 협동조합투자금융 및 사회적금융시스템을 구축하는 일과 사회적가치를 고려한 공공조달의 개혁방안을 마련하는 일로 보인다. 이 두 가지 생태계를 어느 정도 수준으로 조성하는가에 따라 잠재적 사회적경제조직 주체들에게 커다란 희망과 가능성을 부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릭 이 두 가지 과제를 수행하는 방식에 있어서 사회적경제 주체의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즉, 풀뿌리금융조직의 법적인 뒷받침과 지원, 그리고 공공조달을 위한 사회적경제조직간의 콘소시움을 통한 연대역량의 강화 등이 그 한 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