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운동과 주택복지
정승일, (재)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연구위원
1가구 1주택 소유 원칙에서 벗어나자
과거우리나라의 진보에는 ‘1가주 1주택’을 가장 이상적인 주택 상태로 간주하는 사고방식이 있었다. 심지어 ‘1가구 1주택’원칙을 위반하는 다주택 소유를 법으로 금지시키자고 할 정도였다.
그런데 영국과 미국, 독일과 스웨덴의 역사적 경험은 자가주택 소유에 최우선 가치를 부여한 것은 늘 보수주의 혹는 자유주의자들이었으며, 그에 반해 진보는 늘 공공임대주택 또는 사회주택 등 ‘사회적으로 통제되는 주택’을 지향했음을 보여준다.
자기집 소유는 항상 사유재산제 수호자들의 꿈과 이상이었다. 왜냐하면 “자기집과 자기 기업(소규모 자영업과 중소기업 등)”을 가진 소(小) 소유자들이 많아질수록 자본주의 체제와 사유재산제의 안정성이 굳건하게 유지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미국의 부시, 영국의 마가렛 대처가 꿈꾼 이상향이 바로 자산소유 민주주의’(Property Democracy) 또는 ‘소유자 사회’(Ownership Society)였다.
자가주택과 공공임대주택을 넘어, 사회주택 개념에 대해 이야기하자
그렇다면 ‘자기집 소유’(분양아파트)를 넘어서는 다른 대안에 무엇이 있을까?먼저 공공임대주택이 있다. 과거 우리나라의 진보는 공공임대주택 확대를 유일한 대안적 주택소유 형태로 제시해왔다.
그런데 유럽과 미국의 역사적 경험을 보건데, 진보가 지향할 주택소유 형태가 반드시 ‘사회적으로 소유된 주택’ 즉 공공이 소유하며 임대하는 필요는 없다. 공공임대주택 이외의 대안도 찾아내야 한다.
더구나 우리의 경우 그것이 더욱 절실하다. 우리 주변 사방에 널려 있는 전월세 주택들은 보라. 이 사유재산 주택들을 국유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당장 시급한 것은 폭등하는 전월세 가격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통제할 것인지, 그것을 위한 정책적, 공공적 수단은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이다.
일반론적으로 ‘사회적 소유’(국유)는 ‘사회적 통제’의 여러 수단의 하나일 뿐이다. 주택의 경우, 개인 또는 사기업이 소유한 주택이라 할지라도, 그 소유물이 공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법령에 의해 임대료와 건물 설계(친환경, 친아동 설계 포함), 최저주거 요건 등이 통제된다면, 그 주택은 이미 ‘사회적으로 통제된 주택’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적, 공적 통제를 수용하여 사회적, 공적 의무를 이행하는 사유재산 주택들(다주택 소유자 포함)에 대해 우리는‘사회주택’이라는 개념을 부여할 수 있다.
협동조합주택은 사회주택의 핵심
협동조합 주택은 사회주택의 가장 중요한 구성요소이다. 독일과 스위스의 경우 공공임대주택의 비중이 미미한데 비하여 대도시 주택의 30~50%가 협동조합 주택이다. 스웨덴과 덴마크 등 북유럽의 경우에도 대도시 주택의 30%가 협동조합 주택이다. (북유럽 대도시에서 공공임대주택의 비중은 10~20%이다).
사회적, 공익적 의무를 준수하는 사유 주택(즉 사회주택 또는 준공공주택)에 대하여 정부는 그 대가로 각종 재정적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 예컨대 독일과 스위스의 경우 주택협동조합과 종교적 비영리 주택복지 법인처럼 ‘공익적 주택법인’으로 규정된 법인에 대하여 두 가지 주요한 재정지원을 제공한다.
첫째는 저금리의 정책자금 대출인데, 이것은 주로 건축비(재건축 포함) 및 주택수리비로 사용된다. 둘째는 시유지와 국유지 등 공유지를 매우 낮은 임대료(연 1~2%의 수익률)로 이들 공익적 주택법인에 50년, 100년간 장기 임대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듯 특혜(!)를 제공받는 주택들에게는 임대료 상한선 및 그 인상율 규제와 에너지절약 기술 채용과 같은 다양한 공적, 사회적 의무를 수용할 것이 최우선적으로 요구된다.
협동조합 주택의 역사를 시작하자
우리의 경우 서울시가 ‘사회투자기금’(연이자 2%)을 주택협동조합에 대출하고 있으며 또한 일부 시유지에서 협동조합주택 신축 사업이 시작되고 있다. 그리고 그 덕택에 서울 성미산의 ‘함께주택’같은 협동조합주택이 첫 출발하고 있다. 환영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이제 겨우 시작에 불과하다. 협동조합주택에 대한 사회투자기금 투자를 더 과감히 확대해야 하고 또한 각종 시유지와 SH공사가 조성한 택지(특히 미분양 택지)를 더 과감하게 협동조합주택에 제공하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 역시 유럽의 사회주택 정신을 수용한 ‘준공공주택’제도를 시작하였다. 바람직한 일이다. 앞으로 준공공주택의 주요 범주로 주택협동조합도 포함시키고 그것에 대하여 ‘국민주택기금’ 및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저리대출과 그리고 국유지 제공(특히 LH공사가 조성한 미분양 택지 제공), 그리고 각종 세제 혜택과 같은 혜택을 과감하게 제공하는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 그것이 이루어질 경우 우리나라에서도 사회주택, 협동조합주택의 역사가 새롭게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