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문제 보다 인구증가문제의 심각성

이상훈 (성공회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요즘 미래세계를 바탕으로하는 영화나 소설의 주제가 균형이다. 인간이 만들어낸 많은 문제점으로 인해 지구의 균형이 깨져 인간의 삶이 파괴된 후 한정된 공간에서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일정한 공간에서 균형을 유지하며 살아가기 위해 불평등이 행해지고, 불평등에 신음하던 계층의 사람들이 그 사회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사회를 만든다는 줄거리다. 예를 들면 설국열차와 엘리시움이라는 영화에서는 인간의 무분별한 오남용으로 지구의 균형이 깨져 거의 모든 인간이 죽거나 지구가 황폐화된다는 전제하에 영화가 전개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부의 사람들이 보다 나은 삶을 위해 불평등한 사회를 만들고 그들만의 특권을 누리다가 불평등에 신음하던 사람들의 도전을 받아 그 사회가 무너진다는 줄거리다. 인페르노라는 소설을 보면 인구과잉으로 인해 세계가 멸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인구를 급격히 감소시키려고 하는 과학자의 시도에 맞서 이를 저지하는 내용이다. 결국 가까운 미래에 불균형으로 인해 현재의 사회가 지속되기 힘들다는 내용을 암시하고 있다. 이러한 미래세계에 대한 예상은 현실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바탕으로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을 예측한 것이다.

현재 벌써 지구의 균형이 깨져 많은 문제점을 발생시키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자원고갈, 환경파괴, 지구온난화, 오존층 파괴, 환경호르몬의 증가 등에 대해 경고하고 있으며, 이러한 문제는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에 원인이 있다. 즉, 인구문제는 식량, 자원, 환경, 기후 등의 문제와 서로 얽혀 있다. 인구증가로 인해 발생한 문제가 인류의 생존을 가까운 미래에 위협할 것이다라는 것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다. 그러나 서서히 뜨거워지는 냄비 속에 있는 개구리처럼 사람들이 현재 심각하게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 1800년대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1908년에 질소비료가 생산되기 시작하고 1950년 대 이후 의학이 급속도록 발달하면서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수만 년 동안 증가해 1800년대 초반에 10억 명이었던 인구가 200여 년 만에 70억 명이 넘어서고, 2050년에는 91억 명이 넘어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오늘날 지구 인구의 8억 명이 만성적인 기아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용수 부족과 지구환경 악화 등으로 2030년에는 5억 톤 이상의 식량이 부족할 전망이다. 결국 깨진 지구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인구증가를 막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국가적 단위에서 이야기하면 전혀 다른 주장들이 힘을 얻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출산율이 낮다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출산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낮은 출산율과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경제활동인구가 축소되어 경제가 위축되는 것을 걱정한다. 또한 이로 인해 경제성장율이 낮아지는 것을 걱정하며 더 높은 성장률을 달성하기를 원하고 있다. 결국 지구의 균형을 걱정하지만, 국가적 또는 개인적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지구의 균형을 파괴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는 분명 잘못된 것이다. 이러한 생각을 이제는 전환해야 할 때이다. 경제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출산율을 높이는 것만으로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출산율이 낮다고 꼭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2000년대 들어 1년에 45만여명 가까이 출생하고, 그 이전에는 60만명 대의 인구가 출생했다. 현재 대학을 졸업하고 20대 후반에 경제활동을 시작한 후 50대 후반에 퇴직을 하게 되면 약 30여년 정도 일을 하게 된다. 1년에 60만명이 출생한다고 가정하면 총 1800여만명이 경제활동인구의 대상이 된다. 1년에 45만여명이 출생하고, 약 40년 정도 일을 하게 되면 경제활동인구가 총 1800여 만명으로 같게 된다. 평균수명과 건강상태가 지속적으로 좋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활동 기간을 10년 정도 늘린다고 해서 문제될 것은 없다. 다만, 정년을 한꺼번에 10년 늘리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이 있다. 이러한 문제를 최소화하거나 해소하면서 정년을 늘리기 위해서는 점진적인 정년연장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20여년에 걸쳐 10년 정도의 정년을 연장하고, 연장되는 기간 동안의 급여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여 낮춘다면 정년연장에 따른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따라서 경제적 관점에서의 출산율에 대한 생각을 이제는 바꾸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인구의 문제는 인류 생존의 문제와 직결된다. 인구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지구의 균형을 해치는 문제를 하나도 해결할 수 없다. 이러한 인구문제는 국가적 또는 개인적 관점이 아니라 인류 공동의 과제로 접근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당장 느끼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불균형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들이 점차 악화될 것이고, 이는 우리가 사랑하는 자식들의 생존문제를 야기 시킬 것이다. 현재 혹은 미래에 지구에서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생각과 행동을 변화시키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