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협동조합의 날 행사 유감
장종익 (한신대학교 글로벌협력대학 교수)
협동조합기본법이 2012년 12월 1일부터 시행되면서 이 법에 근거하여 제1회 협동조합의 날 공식 행사가 지난 7월 첫째 주에 다양하게 개최되었다. 기획재정부는 이벤트회사에 용역을 주어 협동조합의 날 행사를 기획하도록 하였고, 7월 6일에는 기획재정부장관을 비롯하여 농식품부장관, 여성가족부장관, 경기도지사 등 행정부 고위관료들과 정치인들이 대거 참석한 기념식이 코엑스에서 개최되었다. 이날 농협중앙회 회장이 기존 협동조합들의 협의회 대표자격으로, 그리고? 아이쿱소비자활동연합회 회장이 협동사회경제연대회의 대표자격으로 각각 축사를 하기는 하였지만 정부 주도의 행사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우리나라의 자본주의 성장 자체가 강력한 정부 주도에 의해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농협, 수협, 중소기업협동조합 등은 정부의 통제하에서 물적 성장을 이루었다. 신협과 생협이 민간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발전해왔지만 신협은 적지 않은 내적 어려움으로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고, 생협도 성장단계에 있다. 이런 와중에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되었고, 법 시행 7개월 만에 1400개 이상의 협동조합이 설립 신고되었거나 인가되었다. 당초 기재부가 의뢰한 보사연의 전망에 따르면, 돌봄 등 사회복지분야의 조직들이 대거 협동조합으로 전환되거나 신설될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사업자협동조합이 주로 설립되었다. 중소상공인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얼마나 크고, 4050세대들의 조기은퇴 후 경제적 고민이 적지 않다는 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협동조합에 대하여 사람마다 다양한 기대와 바람이 있기 때문에 민주적 의사결정구조를 특징으로 하는 협동조합은 동일한 종류의 애로사항을 갖고 있는 사람들끼리 결성할 때 협동하기가 쉽고 가치창출의 가능성도 높은 편이다. 그런데 문제는 수없이 다양한 산업 및 지역에서 협동조합 설립이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서 시도될 때, 이러한 시도들을 지원해줄 수 있는 체제가 협동조합섹터 내부에 갖추어진다면 이러한 도움을 받은 협동조합이 나중에 새로 설립될 협동조합을 도와줄 용의를 갖게 되는 상호성(reciprocity)의 관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 있고, 이것이 거미줄처럼 확산되면, 이를 ‘사회적 연대의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연대는 조합 차원에서 조합원들이 배우게 되는 ‘협동의 의지와 노하우’와 더불어 소위 사회자본(social capital) 혹은 시민자본(civic capital)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개발연대에 정부가 주도하고 통제해온 협동조합을 통하여 고리대 청산에 성공하였고 농협은 엄청난 물적 성장을 이루었지만 조합원의 협동의 의지와 노하우나 사회적 연대의식은 축적되지 못하였다. 이는 정부 주도 협동조합의 한계라고 할 수 있으며, 부문별 협동조합 발전의 길의 한계이기도 하다. 요즘 불고 있는 협동조합의 열풍을 보면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걱정하는 점은 이러한 시민자본의 축적 없이 정부의존형 협동조합이 또 다른 형태로 출현하지 않겠는가 하는 점이다. 그러한 점에서 협동조합 내에서 개별 협동조합을 지원하고 이종의 협동조합간에 연대를 촉진할 수 있는 체제를 형성하는데 정부가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는가를 고민해보아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내년에는 이러한 협동조합주체들이 미약하지만 주최하고 정부가 후원하는 협동조합의 날 행사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