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GMO세대다

임사랑(재단법인 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이사)

1996년 나의 초등학교 6학년. 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에’ 라디오 주파수를 맞춰놓고 과자를 먹으며 힐링하던 기억이 난다. 특별한 날이면가장 받고 싶었던 선물 중 하나도 과자선물세트였고 동생들과 다툼의 주제도 우스꽝스럽지만 누가 더 과자를 많이 먹을 것인가였던적도 있다. 그만큼 어린 시절 추억 속에 꽃이었던 과자. 우리가 그렇게 좋아했던 간식들이 대부분 GMO 원재료들로만들어졌다는 것을 알게 된 건아이들을 키우며 생협 활동을하면서였다. 결혼 후 임신이 쉽지 않았고 조산으로 아이들을 어렵게 출산하고 아토피와 신장이 약한 아이를 키우면서 GMO의 진정한 배신을 경험한다. GMO 찬성론자들은GMO가 인체에 큰 해를직접적으로 입히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조차 알지 못한 채 20여 년 가까이를 GMO와 함께 해온 내 몸은 고스란히 내 아이들에게까지 영향을 주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두렵다.

얼마 전 빌게이츠가 한국을 다녀갔다.

기업들이 앞다투어 그와 만나기를 원하고 정부는 정치인도 아닌 빌게이츠와 보건 협력에 대해 논의했다. 생명산업을 빙자한 식량&백신 주권을 손에 쥐려는 빌게이츠 영업 마케팅에 정부가 나서서 기업들의 투자유치를 돕는 모습이 어딘가 이상하지만 누구도 그를 거부할 수는 없다. 2018년 다국적 제약회사인 바이엘과 합병한 세계 최대 GMO 종자 생산기업인 몬산토(바이엘)의 최대주주도 다름 아닌 빌게이츠다. 몬산토는 고엽제와 같은 화학물질을 개발하던 회사에서 미래 가치가 높은 먹거리 사업 중 하나인 종자사업에 뛰어들었고 몬산토에서 생산해 판매하던 하수관 청소 용액 글리포세이트가 제초제 효과가 뛰어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부터 작물에 적용하기 시작한다. 글리포세이트를 사용해도 살아남는 박테리아 물질을 이용해 유전자를 변형시켜 GMO 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몬산토는 GMO 기술 및 종자 특허권을 장악하며 세계 최대 종자회사로 성장한다.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청양고추 (일부) 종자도 몬산토에 특허권이 있다는 사실을 우린 잘 알지 못한채 즐겨 먹는다.

우리나라는 쌀을 제외한 식량자급률이 높지 않아 곡물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할 수 밖에 없어 1996년부터 적극적으로 상용화된 GMO 종자와 식품을 수입하기 시작해 세계 1위 식용 GMO 수입국으로 지금껏 우리 식탁을 점령당하고 있다.1) GMO의 혼입률을 3%로 제한하고 있다지만 실질적으로 외국산 콩이나 옥수수, 감자를 원료로 사용하는 두부, 간장, 식용유,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자, 시리얼, 감자튀김 등과 같은 식품은 유전자변형식품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GMO완전표시제2)가 시행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소비자는 GMO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는 현실이다.

유럽 같은 경우는 식량자급률이 높은 편이고 농업 수출국이다 보니 자국의 농업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GMO를 엄격하게 관리하고 재배도 금지하고 있다. 또한 GMO 식품을 원료로 사용했을 때에는 식품 표시를 무조건 할 수 있도록 법적 안정장치를 만들어 놓았다.

GMO식품 때문이라고만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유전자조작 식품이 유통되기 시작한 세대와 같이한 20~30대가 원인을 알 수 없는 피부질환, 알레르기, 자폐, 불임, 암 발병률등이 높아져만 가고 있는 상황이다.

몇 해 전에는 미국 법원이 GMO 종자 기업인 바이엘(몬산토)에 ‘암 유발 농약(글리포세이트) 피해자에게 3조 원 배상’ 명령을 내린 바 있다.

유해 물질로부터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것은 정부의 역할이다. 그런데 최근 ‘GMO가 검출된 유채를 유기농으로 보는 판결’이 나는가 하면 ‘GMO 완전표시제’를공약으로 내걸었던 윤 정부가 출범했지만 시민들의 의견은 반영하지도 않은 채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신규 유전자변형생물체에 대한 위해성 심사 등의 면제, 유전자변형생물체 개발·실험 관련 규제 완화 등의 내용이 담긴 법안을 국회 제출하였다.

안전성 심사를 받지 않고도 GMO 수입 길이 열릴 수 있으며 소비자는 GMO 원재료 성분 표시가 의무화되지 않은 이 나라에서 GMO 없는 밥상을 차리는 일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인간에게는 물론 독성 농약을 사용해 생산하는 과정에서는 토양과 기후 위기에악영향을 끼치는 GMO. 시민들은 지금껏 GMO 완전표시제를 외쳐 왔고 아이들 급식만큼은 GMO로 채워지지 않게 하기 위해 안감힘을 써왔다. 이젠 정부차례다. GMO 안전성에 대해선 누구도 이야기할 수없는 상황을 정부는 인정하고 최소한 소비자가 먹는 식품의 원재료가 GMO 인지아닌지 알고 선택할 수 있는권리를 지켜주길 바란다.

1) 나눔문화, 『내 밥상의 GMO』, 나눔문화(2016), p23

2) GMO완전표시제란 GMO작물을 원료로 사용할 경우 그 함량과 관계없이 사용 여부를 표시하는 제도이다. 현재 유럽연합은 이와 같은 방식으로 GMO완전표시제를 시행중이다.

<참고자료>

김성률. “GMO표시제도에 대한 헌법적 쟁점에 대한 소고”, 『외법논집』제41권 제1호, 한국외국어대학교법학연구소, 2017

내 밥상의 GMO_유전자조작식품의 숨겨진 진실, 나눔문화, 2016

이유미, “GMO 허위와 진실”, 국제농업개발원,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