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에 대한 정부지원은 정당한가? : 사회적경제 관련 법과 정책의 평가(2)

김종걸(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원장)

3. 정부지원체계의 법적 정비: 사회적경제기본법의 성격

1) 전체적 성격

문제는 이 정책들에게 있어서 법적 근거가 약하다는 것이다. 국민기초생계보장법, 사회적기업육성법, 협동조합기본법 등에 의해서 자활기업, 사회적기업, 협동조합에 대한 개별지원은 가능하나, 기금의 마련 등에는 또 다른 법적 기초가 필요해 진다. 마을기업은 행정자치부의 정책명에 불과할 뿐 마을기업만의 지원근거가 법적으로 정비된 것은 아니었다. 다양한 사회적경제기업에 대한 지원과 정책조정의 필요성이 제기됨으로서 모든 개별법을 통할하는 ‘기본법’을 만드는 것이 요구된다. 이것이 바로 사회적경제기본법의 제정목적이었다. 무었인가 ‘기본법’을 만드는 이유는 분명하다. 첫째는 정부가 ○○○이 중요하다고 공식적으로 천명하는 것이다. 둘째는 그 중요성에 걸 맞는 지원의 근거조항을 만드는 것이며, 셋째는 이 정책을 책임지고 이끌어 갈 주체를 분명히 하는 것이다. 그 외에 ‘○○○의 날’ 등의 기념사항, 벌칙조항 등이 이어진다. 사회적경제기본법도 마찬가지였다. 정부가 사회적경제가 중요함을 천명하고, 금융, 재정, 세제, 시장지원 등의 근거조항을 마련하며, 그 담당주체(가령 기획재정부)를 명확히 하는 것이었다.

19대 국회에서 유승민(새누리당), 신계륜(새정치민주연합), 박원석(정의당) 등 총 142명의 국회의원이 발의한 사회적경제기본법은 비록 임기만료에 의해 자동폐기 되었으나 당시로서는 상당히 야심찬 시도였다. 사회적경제 정책조율의 최고단위로서 대통령직속 위원회와 광역단위의 위원회를 만들고 기획재정부를 주무부처로 지정하며, 실행기관으로서 중앙에 사회적경제원, 지역에 통합지원센터를 지정하는 내용이었다. 발전계획, 발전기금, 공공조달, 조세감면, 재정지원, 민간자원연계, 교육훈련지원, 조직간 협력 등 사회적경제 발전을 위한 거의 모든 수단들을 종합시켰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컸다. 19대 국회 때 폐기된 법안은 20대 국회에 들어와 더불어민주당 윤호중의원 대표발의법안(총 27명 발의, 이하 윤호중법), 새누리당 유승민의원 대표발의법안(총 15명, 이하 유승민법)으로 다시 제출되었다. 현재는 정부의 수정의견까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계류되어 있는 상태다.

20대 국회에 제출된 법안은 19대 국회의 법안과 거의 유사하다. 전체적으로 윤호중법은 사회적경제의 개념과 국가의 역할 등을 세세하게 규정하고 정부의 지원의무도 명확히 규정한다. 유승민법은 정부지원의 필요성 등 전체적인 원칙을 천명하고 있으나 세세한 지원체계를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따라서 법조문도 유승민법이 전체 29조로 편성 되어 있으나 윤호중법은 41조로 크다. 사회적금융에 대한 지원만 비교해도, 유승민법은 “사회적경제 발전기금 조성”(제17조) 하나로 통합되어 있으나, 윤호중법은 “사회적금융의 제도정비”(제26조), “사회적금융기관의 설립과 육성”(제27조),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사회적경제 발전기금조성”(제28조), “민간기금의 조성” 등 각각 정의하고 지원체계를 정비한다.

정부의 수정안은 여당인 윤호중법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지원 이라는 차원에서 본다면 과거 여당안인 유승민법보다 더욱 후퇴한 측면도 있다. 특히 사회적경제기금의 마련에는 상당히 부정적이다. 그러나 법조문에서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지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일례로 2017년 10월 발표한 정부의 <사회적경제활성화방안>에는 모태펀드 추가조성(100억원+α), 사회투자펀드 신규조성 300억원 등의 정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기본법 속에 그것을 ‘공식화’하는 것에는 저항이 있는 듯하다.

2) 쟁점(1): 사회적경제의 개념과 범위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의 목적에 대해서 정부수정안의 제1조에서는, “이 법은 사회적경제의 기본원칙에 따른 공통의 법적 토대를 마련하고, 사회적경제조직 간의 협력과 연대를 촉진하며, 효과적인 정책추진체계 구축 등을 통해 사회적경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생태계 조성을 목적으로 한다.”고 설명한다. 즉 지금까지, ①공통의 법적토대가 존재하지 않아, ②민간조직 간의 협력과 연대가 미흡하고, ③효과적인 정책추진이 어려웠다는 상황인식을 반영한다. 그렇다면 당연히 먼저 도출되는 과제는 다음과 같다. 먼저는 무엇을 대상으로 공통의 법적 토대를 만들 것인가? 그리고 사회적경제를 묶는 기본정신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표 1] 사회적경제기본법의 비교(개념과 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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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과제는 사회적경제의 개념을 법적 정책적 용어로 정리하는 것이다. 한국의 사회적경제기본법가지는 장점은 이 논제를 ①공통의 가치와 운영원칙의 열거방식(가치규정), ②법 혹은 정책의 열거방식(포지티브리스트)을 겸용함으로서 해결했다는 점이다. 이것은 ‘사회적경제’라는 학문적 용어를 법과 정책의 용어로 재탄생시키는데 있어 아주 탁월한 방식이었다고 필자는 평가한다.

둘째는 법의 목적과 관련된 것이다. 유승민법에서는 제1조에 양극화 해소, 건강한 공동체 조성, 국민경제 균형발전을 위해서 사회적경제가 중요하다고 언급한다. 윤호중법 또한 국민경제 균형발전과 국가공동체발전에 사회적경제가 기여했음을 강조한다. 그러나 정부수정안에는 이 문구가 빠져있다. 적어도 법 제1조의 중요성을 생각하면 사회적경제기본법의 국민경제적 의미에 대해서 명확히 기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는 사회적경제조직이 가지는 기본원칙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에 대한 논제다. 윤호중법, 유승민법 모두 ①사회적 가치실현, ②자율적이고 투명한 운영, ③민주적 의사결정구조 및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 ④구성원 공동이익과 사회적 목적 실현을 위한 이윤의 우선사용, ⑤사회적경제 조직간 상호협력 등을 규정한다.

이러한 원칙은 유럽에서 주로 논의되고 있는 사회적경제 원칙들과 크게 차이가 없다. 가령 1990년, 벨기에의 왈론 지역권 사회적경제심의회(CWES)에서는, 사회적경제는 “주로 협동조합 형태를 가지는 회사, 공제회, 자치조직(어소시에이션)에 의해서 수행되는 경제활동”이라고 규정한다. 구체적으로는 ①이윤이 아니라 조합 혹은 그 집단에 대한 서비스를 궁극의 목적으로 하는 것, ②관리의 자율성, ③민주적 의사결정, ④이익을 자본이 아니라 인간과 노동에게 우선적으로 분배하는 것을 그 주요한 구성요소로 규정한다. 1994년의 EC위원회의 발표, “EC에서의 협동조합, 공제조직, 어소시에이션, 재단을 위한 3개년 계획(1994-96)”에서는 사회적경제의 조직은 “사회적 목적을 가지고 참가의 원칙(1인 1표 원칙)과 연대의 원칙(구성원 간 연대, 조직 간 연대, 생산자와 소비자 간 연대)에 입각해서 운영된”다고 말한다. 구체적인 조직의 특징으로서는 ①자본보다 인간우선, ②훈련과 교육에 의한 인간발달 중시, ③자유의지에 의한 결합, ④민주적 운영, ⑤자율과 시민참여 중시 등이다.(주11).

넷째로 사회적경제조직의 운영원칙 천명은 유럽에서의 통상적 용어법을 따른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작동되는 상황은 다르기 마련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윤처분과 관련된 것이다. 이윤처분이 자본소유자에 의해 사적(private)으로 점유되고 처분된다면 일반경제조직과 사회적경제조직과의 차이점은 없어진다.

이 측면에서 가장 강하게 규정하고 있는 것은 윤호중법이다. 윤호중법의 제2조4항에는 사회적경제조직은 “이익을 해당 조직과 지역공동체 발전을 위해 재투자해야 하며”, 그 “사용과 배분은 구성원 전체의 공동이익과 사회적 목적의 실현을 위하여 우선적으로 사용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만약 윤호중법을 문면 그대로 읽는다면 이윤의 전액배당금지 형태로 읽힐 수 있다. 사회적기업의 인증조건인 “이윤1/3 이상 배당금지” 혹은 주식회사 형태의 마을기업은 이 강한 규정에서 보았을 때 원칙에서 벗어난다. 이에 비해 유승민법은 “구성원 공동의 이익과 사회적 목적의 실현을 위하여 우선 사용하여야 한다(3조4항).”고 규정하여 조금은 완화된 표현으로 되어 있다.

가장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정부수정안이다. 수정안에는 “우선적으로 사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윤호중법의 이익재투자 의무조항이 사회적경제조직에 대한 민간투자를 저해하게 할 것이라는 금융위원회의 의견, 그리고 이익의 우선사용 의무조항은 농협법 등 관련법과의 충돌이 우려된다는 농림부의 의견이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노력’이라는 표현으로 넘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회적 목적을 실현하는 사업이라는 성격은 사회적경제의 가장 핵심적이며 출발점이 되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목적 실현을 위한 이윤사용이라는 항목을 완화시키는 것은 마치 성경에서 창세기를 없애버리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한 대답은 향후 한국의 사회적경제를 어떻게 규정하며 발전시켜 갈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과 연결되어 있다. 현실 제도로서 작동되는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정책을 보다 사회적경제의 기본원칙에 조응하도록 재설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이러할 경우 가치규정은 더욱 더 강화되어야 한다.

다섯째로 윤호중법의 장점은 사회적경제와 관련된 제반 개념들을 명확히 규정했다는 점이다. 특히 ‘사회적경제’와 같이 학문적으로 누구나 인정하는 공통된 개념이 성립되어 있다고 보기 어려운 단어에 대해서 법적 개념을 명확히 규정함으로서 정책실시의 예측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주12). 예를 들어 사회적경제의 정의(제2조)에서 유승민법은 ‘사회적경제조직’을 하나로 통틀어 규정하고 있으나, 윤호중법은 그것을 ‘사회적가치’, ‘사회적경제기업’, ‘사회적경제 중간지원조직’, ‘사회적경제 연대조직’, ‘사회적경제조직’, ‘사회적금융’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전체적으로 사회적경제조직이란 사회적가치를 실현하는 ①사회적경제기업, ②사회적경제 중간지원조직, ③사회적경제 연대조직의 총칭이며, 이들을 도와주는 금융이 바로 사회적금융인 것으로 정리되어 있다.

여섯째로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이 바로 사회적경제기업의 범위다. 가장 폭넓게 규정하고 있는 것은 유승민법이다. 유승민법에서는 사회적경제조직을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①「사회적기업육성법」에 따른 사회적기업, ②「협동조합기본법」에 따른 협동조합, 협동조합연합회, 사회적협동조합, 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③「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른 마을기업, ④「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광역자활센터, 지역자활센터, 자활기업, ⑤「농어업인의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지역 개발촉진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재정지원을 받는 법인?조합?회사?농어업법인?단체, ⑥「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에 따른 조합, 연합회, 전국연합회, ⑦「농업협동조합법」에 따른 조합, 중앙회, ⑧「수산업협동조합법」에 따른 조합 및 중앙회, ⑨「산림조합법」에 따른 조합, 중앙회 및 조합공동사업법인, ⑩「엽연초생산협동조합법」에 따른 조합과 중앙회, ⑪「신용협동조합법」에 따른 신용협동조합 및 신용협동조합중앙회, ⑫「새마을금고법」에 따른 금고 및 중앙회, ⑬「중소기업협동조합법」에 따른 중소기업협동조합, ⑭「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따른 장애인 표준사업장, ⑮「장애인복지법」에 따른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사회복지사업법」에 따른 사회복지법인, ?그 밖에 사회적경제를 실현하거나 사회적경제조직을 지원하기 위하여 설립된 법인 또는 단체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윤호중법은 중앙자활센터, 지역자활센터, 사회복지법인, 협동조합의 금융부문, 장애인사업장 등을 사회적경제조직에서 제외시켰다.

각 제도는 과거부터 이어지는 제도고유의 관성이 있으며 그것을 하나로 묶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중앙 및 광역자활센터는 복지부 정책전달의 중요한 전달기구이며 신설될 기획재정부 산하의 한국 사회적경제개발원 혹은 광역위탁기관과 통합하는 것에 대해서는 상당한 반발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사회복지법인 혹은 장애인사업장 또한 노동통합, 사회서비스 제공 차원에서 고용노동부의 사회적기업과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음에도 쉽게 융합되지 않는다. 더구나 농수협의 금융부분은 협동조합으로서의 성격이 거의 없으며, 이미 영리기업화 되어 있는 부분까지 사회적경제영역으로 넣는 것에 대한 반발 또한 적지 않았다. 윤호중법은 이러한 반발에 대한 타협의 산물이며, 그것은 그것대로 정치적인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사회적경제기본법이 각각의 개별법을 저촉하지 않는다는 것을 상기해야 한다. 사회적경제기본법은 각각의 조직이 가지는 고유의 역할을 중시하면서도 전체의 발전과 상호협력을 규정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자활사업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사회적기업은 사회적기업육성법, 협동조합은 8개 개별협동조합법 및 협동조합기본법에 의해 규율되며 지원체계도 정비되어 있다. 따라서 개별법 체계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지금 요구되는 것은 각 제도 간의 조율이 필요하다는 점이며 그 조율하는 법적근거를 사회적경제기본법으로 하자는 것이다. 필자는 사회적경제정책의 목적이 전통적인 시장과 국가 사이의 다양한 영역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육성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가능한 넓게 사회적경제 영역을 규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각국의 입법사례에서도 이러한 정신은 공통된다. 그렇다면 농축·수산협동조합, 사회복지법인, 장애인시설까지 포함해 굳이 그 포괄대상을 좁게 잡을 필요는 없는 것이다.

3) 쟁점(2): 국가의 지원체계

다음의 쟁점은 국가가 사회적경제를 위해 무엇을 해 줄 것인가이다. 이에 대해 윤호중법의 제4조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지역기반의 사회적경제 발전을 위한 종합적인 시책과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지역균형 발전정책을 세우고, 그 추진에 필요한 예산과 조직을 확보하고 관련 시책을 수립·추진하여야 한다.” 국가의 책무와 지원을 의무화한 것은 유승민법에서도 마찬가지다.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5년마다 사회적경제의 현황, 정책목표, 지원정책, 필요재원 등을 내용으로 하는 “사회적경제발전 기본계획”을 세우며, 시·도지사는 마찬가지로 ‘지역계획’을 세우고 이에 따라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유승민법과 비교해 윤호중법은 지원정도가 더욱 두텁다. 사회적경제육성을 위한 전체의 ‘기본계획’ 및 ‘지역계획’만이 아니라, “분야별 육성계획”도 세우게 하며, 사회적경제발전위원회에 이 계획에 대한 평가단을 설치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전문평가기관을 지정·운영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국가재정법, 산업발전법, 고용정책기본법, 그 밖에 사회복지, 지역균형발전, 공정거래 등 정부가 수립하는 모든 계획에 있어서 사회적경제 기본계획을 고려하거나 부합되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정부수정안에서는 계획의 중복가능성, 그리고 타법의 자율성 저해라는 이유로 부분별 계획 수립의무와 전문평가단 규정, 타법에서의 의무고려 규정 등은 삭제되어 있다.

[표 2] 사회적경제기본법의 비교(국가의 지원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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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으로 작동 가능한 지원체계 중 가장 강력한 것은 아마도 금융 및 공공조달 분야일 것이다. 조세감면, 시설비지원, 교육훈련지원 등의 각종 지원들은 개별법에서 충분히 근거가 있기 때문에 사회적경제기본법에서는 “지원할 수 있다” 정도의 상징선언 정도로 처리가능하다. 그러나 금융과 공공조달 분야는 개별법에서 구체적으로 지원이 규정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 분야에 있어서도 윤호중법이 가장 지원정도가 강력하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민간의 사회적금융기관을 지정·육성하고(27조), 정부 사회적경제발전기금을 조성하며(28조), 사회적경제 민간기금에 대한 투자자에게 재정적·행정적 편의와 세제상의 감면을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32조). 이에 비해 유승민법은 사회적경제발전기금(17조)만을 규정하고 있으며, 기금조성방식에 있어서도 민간의 역할을 강조한다.

정부수정안에서는 일관되게 중앙정부의 기금설치에는 부정적이다. 정부기금조성은 의무사항이 아니며(22조), 지방자치단체의 기금도 자율이며(23조), 민간기금에 투자하는 투자자도 특별한 대우를 하지 않고 기존의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비해 정부의 공공구매와 관련해서는 사회적기업과 사회적 협동조합 제품에 한해서 공공기관별 구매총액의 100분의 5의 범위에서 기획재정부장관이 정하는 비율 이상으로 구매하도록 3법 모두 규정한다.

향후 사회적경제에 대한 지원정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가는 고민스러운 영역이다. 사회적경제영역, 즉 협동조합이든 사회적기업이든 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스스로 살고자 하는 의욕(self-help)을 잘 조직하는 일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과도한 정부의 지원 및 개입은 사람들의 자조능력을 상실시킨다. 국제협동조합연맹의 협동조합 7원칙 중 “자치와 자립”이 강조되는 것도 사실은 오래된 논쟁의 결과였다. 한때 협동조합에 대한 직접지원의 방식으로 후진국을 개발하려던 UN의 노력은 거의 실패한 것으로 평가되며, 지금은 협동조합에 대한 직접지원보다는 다른 기업에 비해서 역차별을 없애는 것, 그리고 교육 및 경영지원과 같은 간접지원체계를 구축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주13).

필자는 사회적경제의 발전을 위해서 너무 강력한 지원체계는 필요하지 않다고 본다. 사회적경제의 중요성을 국가가 인정하고 발전을 위한 간접적 생태계 조성 정도로 톤 다운시키지 않는 한 사회적경제의 생명력인 시민의 자발적 참여와 협력은 더욱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시민의 자발적 영역은 미래의 비전제시와 윤리적 요청, 그리고 교육 등의 간접지원에 의해 커 나갈 수 있으며, 그러한 면에서 중고장대(重高長大)형 거대 공장설비를 지원하는 산업정책의 틀과는 같을 수 없다. 중요성은 강조하나 과도하지 않은 지원, 사회적경제영역이 가져야 할 기본 정책방향이라 생각한다.

4) 쟁점(3): 정책 거버넌스

다음으로 검토할 사항은 사회적경제정책을 누가 계획하고 실행할 것인가이다. 3법 모두 정책의 최고 심의 및 결정은 대통령 직속 사회적경제(발전)위원회에서 담당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위원회 구성에 있어서 민간위원을 전체 1/2 이상으로 하며 위원장 혹은 공동위원장을 민간위원으로 위촉하는 것도 동일하다.

차이점은 위원회의 역할정도에 대한 논점이다. 유승민법은 위원회의 권한을 정책조율의 ‘단위’ 정도로 설정한다. 이에 비해 윤호중법은 권한의 범위 및 내용 모두 상당히 넓고 구체적이다. 18개의 사항에 대한 심의 및 조정권한을 부여하고 있으며 그 내용도 “사회적경제발전을 위한 국가전략”부터 타법과의 연계(국가균형발전법), 개별부처의 인증 및 지정제도의 정비통합, 사회적경제원의 점검·평가·개선사항까지 다 망라하고 있다(제15조제2항). 당연히 상임위원, 직할사무국, 전문위원, 실무위원회 등 조직이 커지게 된다(제16-17조). 이에 대해 정부수정안은 사무국 등의 조직에 대해서 대통령령에 위임하는 방식으로 논란의 소지를 회피하고 있다.

다음의 논점은 너무 강력한 중앙통제가 개별부처의 자율성과 의욕을 잃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보이는 개별부처 간의 강고한 칸막이행정을 보면 정책조율을 위한 강력한 중앙통제의 필요성은 인정된다. 그러한 면에서 윤호중법이 더욱 현실적이다.

[표 3] 사회적경제기본법의 비교(정책거버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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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논점은 소위 간사부처와 관련된 것이다. 3법 모두 기획재정부로 하고 있다. 대통령직속 위원회의 사무국이 사회적경제진영의 민간인으로 충용된다고 하더라도 정부부처의 특성 상 사무국의 간사부처를 어디로 할 것인가는 상당히 중요한 문제다. 민간인이 공적 업무수행에 있어서 공무원 세계 특유의 정보와 네트워크망에 진입하는 것은 무척 어렵기 때문이다.

필자는 사회적경제정책의 담당주체를 선정하는데 있어서 다음의 3가지 원칙을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첫째는 담당주체의 힘이다. 힘이 존재하지 않은 한 각 부처별로 산개되어 있는 사회적경제 관련정책을 조율할 방법이 없다. 재정관계법에 기초한 힘을 가지고 있는 기획재정부가 사회적경제정책의 간사부처로 된 이유이기도 하다. 둘째는 조직으로서의 지속성이다. 힘 차원에서만 본다면 청와대에 사회적경제 수석비서관실을 만드는 것이 정답이다. 실제로 문재인정부 들어와서 사회적경제비서관 직제가 만들어지고 기민하게 관련정책이 정비되고 있는 것은 청와대가 가지고 있는 힘에 기인한다. 그러나 조직의 안정성 차원에서는 문제가 있다. 정권의 성격에 따라 컨트롤타워로서의 기능을 쉽게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는 조직의 업무적합성이다. 많은 사회적경제 현장 활동가들이 기획재정부를 연상했을 때 걱정했던 것은 바로 이 지점이었다. 기획재정부는 현장부처가 아니기 때문에 현장의 세세한 문제를 파악하고 고려하는 데는 둔감할 수 있다. 경제부처로서의 성격이 강해 포용보다는 성장에 더욱 방점을 둘 가능성 또한 존재한다. 사회적경제정책은 단순한 경제정책이 아니라 사회정책의 일환이다. 복지전달의 효율성도 중요하나, 애초부터 효율을 기준으로 삼아서는 곤란한 부분이 또한 복지영역이다. 중장기 경제정책의 방향설정, 조세 및 예산수립 등에서 보여주던 사고방식만 가지고는 이 정책의 담당주체로서 부적합하다. 골목상권, 지역경제, 취약계층, 낙후된 농어촌 등을 세심하게 점검하고 서민경제 곳곳을 자세히 살펴보는 노력을 과연 기획재정부가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염려는 상당히 팽배하다.

한편, 사회적경제의 발전을 위해 광역단위의 ‘지역계획’이 필요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도 있다. 일반적으로 사회적경제의 작동공간은 광역이 아니다. 구체적으로는 마을인 것이고 행정적으로는 최대 시군구의 기초지자체 단위다. 주민참여, 골목상권, 지역복지 등 사회적경제가 해결해야 할 각종 과제는 마을과 기초지자체 단위에서 제대로 계획되고 실행될 수 있다. 사회적경제위원회를 기초단위로 내리고 그 발전계획도 기초단위에서 추진하며, 이것을 종합적으로 수집 보완하는 형태로 광역 및 중앙의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중간지원조직에 있어서도 이러한 문제제기는 동일하게 적용된다. 3법 모두 현 고용노동부의 사회적기업진흥원을 확대 개편하여 기획재정부(혹은 고용노동부, 행정안전부와 공동) 산하의 공공기관으로서의 한국사회적경제개발원을 만드는 것으로 되어 있다. 또한 광역단위의 통합지원조직을 지정·지원 하며, 이와는 별도로 시도지사가 사회적경제지원센터를 운영(정부수정안은 중앙정부의 중간지원센터와 통합도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윤호중법에서는 권역별지원센터 이외에도 교육, 공공조달, 판로촉진, 사회적금융, 지역공동체개발 등 특정분야의 지원기관도 지정 운영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기초지자체 단위의 지원조직에 대한 언급이 없다. 기초단위 사회적경제활동 및 지원체계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사회적경제기본법에서 강조해야 하는 사항이다.(주14).

마지막으로 사회적경제 당사자 연대조직과 관련된 것이다. 유승민법과 윤호중법 모두 연대조직에 필요경비를 일부 지원하거나 공적사무를 위탁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당사자 조직의 대표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는 상당히 어려운 난제다. 대표성을 결여한 채 정부지원에 의해 연대조직이 관료화되어 간다면 이 규정은 오히려 독소조항이 된다. 강한 연대조직이란 정부의 지원에 의해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의 자발적 참여와 민주적 의사결정구조의 산물이다. 정부의 지원을 규정한다면 연대조직의 대표성 문제, 구성원의 민주적 참여의 문제에 대해 좀 더 많은 고려가 필요하다.(주15).

(각주)

11. 사회적경제 개념과 관련된 논의는 後藤和子, 市民活動論, 有斐閣 (2005); 宮?賢治·川口?史, 福祉社?と非?利·協同セクタ?: ヨ?ロッパの挑?と日本の課題, 日本評論社 (1999) 참조.

12. 일반적으로 ‘사회적경제조직’이라고 일컬을 때 사람들은 다음의 2가지 구성요소를 머리에 떠올린다. 첫째는 그 조직이 사회적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조직이라는 점이다. 영국통산성(DTI)의 정의, “사회적기업이란 사회적 목적을 실현하는 기업으로서 기업의 이익이 주주 및 소유주들에게 귀속되기보다는 사업의 고유목적 혹은 지역공동체에 재투자되는 기업”이라고 정의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성격을 강조하기 위함이다.U. K. DTI(Department of Trade and Industry), Social Enterprise: A Strategy for Success, Department of Trade and Industry (2002). 사회적경제를 구성하는 두 번째 요소는 조직의 거버넌스가 사람중심의 민주적 원칙을 따른다는 점이다. 사회적 목적의 실현, 그리고 민주적 거버넌스라는 2가지 축에서 본다면 유럽의 대부분의 논자는 이 2가지를 모두 갖춘 조직을 사회적경제 조직으로 생각한다. Defourny and Nyssens, “The EMES Approach of Social enterprise in a Comparative Perspective”, EMES European Research Network Working Paper, no. 12·03 (2012). 그러나 미국에서는 다르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사회적 목적을 잘 실현하는 것에 있을 뿐이다. 소유?지배구조의 민주성과 같은 사람중심성은 부차적인 조건에 불과하다. 가령 미국 하버드대학의 디즈(Dees) 교수는 사회적기업이란 사회적 목적과 비즈니스의 수법을 결합한 조직이며 그 속에는 상업활동을 전개하는 비영리조직만이 아니라 영리목적과 사회적 목적을 동시에 추구하는 이중목적기업, 그리고 영리기업의 사회공헌활동까지 모두 포함한다. Dees, “Enterprising Nonprofit”, Harvard Business Review, Vol.76/1 (1998).

13. 이에 대해서는 Hans M?nkner, Co-operation as a Remedy in Times of Crisis,Institute for Cooperative Research at the Philipps-University of Marburg (2012년 제2장) 에 자세히 기술되어 있다.

14.영국의 중간지원조직에 대한 종합적 보고서를 발간한 사회적기업전문 컨설팅그룹인 OPM과 Compass Partnership에서는 ①국가차원, ②광역차원, ③준광역차원, ④기초차원, ⑤마을차원의 중간지원조직을 조사한 바 있다. 영국의 경우 약 4,000개의 마을에서 지역공동체단체를 지원조직이 있으며, 또한 8,900개 마을에 있는 마을회관이 비영리·공동체 조직을 지원하고 있다. OPM·Compass Partnership, “Working Towards an Infrastructure Strategy for the Voluntary and Community Sector”, OPM·Compass Partnership, (2004년2월), 21쪽. http://www.compasspartnership.co.uk/pdf/pr_1.pdf. 한국과 영국, 일본의 사회적경제 중간지원조직의 비교분석은 김종걸, “한국 사회적경제 중간지원조직의 발전방향”, 전국중간지원기관 정책토론회 (2013년7월3일 발표문) 참조. 간단한 요약은 김종걸, “사회적경제를 위한 중간지원조직”, 국민일보경제시평(2013년7월23일)

15. 이탈리아 트렌티노 협동조합연합체가 개별협동조합의 이익잉여금 중 30%를 납부 받는 거대한 조직체로 커 나갈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러한 자발성을 기반으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