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사각지대
김현숙(사천아이쿱소비자생활협동조합 이사장)
사물이 거울에 보이는 것 보다 가까이 있음
자동차의 사이드 미러에는 ‘사물이 거울에 보이는 것 보다 가까이 있음’ 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자동차 제조 국가에 따라 오른쪽 또는 왼쪽에 있기도 하고, 양쪽 모두에 있기도 하다. 이 글귀가 쓰이어진 쪽의 사이드 미러는 볼록 거울로 되어 있다. 이 볼록 거울이 먼 곳의 사물까지 볼 수 있게 도와주어 운전자의 시야를 넓혀준다. 사각지대를 줄여주는 기능을 하는 것이다.
사각지대는 생활이 이뤄지는 곳이라면 어디든 존재한다. 누군가는 비대칭적 정보에서 또는 조직의 시스템 안에서 이를 발견하고, 또 어떤 이는 인간관계에서 이를 경험하게 된다. 이 영역이 인지되었을 때 사람의 성향과 사안의 빈도, 강도에 따라 반응의 정도는 제각각이다. 누군가는 이를 Dead Zone으로 심각히 받아들여 해결을 시도하는 이도 있을 것이고, 더러는 일상적인 일이라며 지나치기도 할 것이다. 공공의 영역에서의 사각지대의 발견은 제도 개선의 계기가 될 수 있고, 이웃 간에서는 관계 회복의 시작이 되기도 할 것이다.
좋은 삶을 위함이 목적인 사회적경제 조직 안에도 사각지대는 있다. 외부와 연결되는 정책과 관련한 사각지대는 드러나기가 쉽다. 반면, 내부 구성원간의 관계에서 생긴 사각지대는 민감성을 가지고 제때 짚어내지 아니하면 드러나기도 어렵고, 관성적인 부분으로 자리하기 십상이다.
조직은 구성원들의 성장을 위해 역량 강화에 집중한다. 역량은 효과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하며 지식과 기술, 태도(Attitude)가 이에 속한다. 이 세 가지가 교육과 훈련을 통해 고루 성장할 때, 구성원의 강화된 역량이 조직의 힘으로 이어지고 외부로 확장된다.지식과 기술이 외관을 이룬다면 태도는 내면을 다듬어 간다. 공동의 선을 이뤄가기에 적합한 태도는 지식과 기술 보다 한참이 지나야 만들어진다. 배움과 실천, 성찰의 과정이 무던히 반복되어질 때 태도의 변화가 생기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성찰의 경제
사회적경제는 성찰의 경제이다. 좋은 자세를 지니기 위한 다양한 훈련이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 이를 소홀히 하면 향상된 지식과 기술은 교만이 되어 구성원간의 관계를 해칠 수도 있다. 좋은 삶을 목표로 만난 공동체에서도 좋은 사이를 유지하는 것은 어렵다. 뜻하지 않은 일로 관계가 서먹해지기도 한다. 이 때 리더는 갈등의 조짐을 빠르게 알아차려 지혜롭게 해결해 가야 한다. 리더의 세심함은 볼록거울이 되어 구성원들의 마음의 시야를 넓혀주고 사소한 일이 사각지대로 자리 굳히지 않게 도울 것이다.
사각지대는 어디에나 생길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거울에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기도 하다. 우리 내면의 볼록거울이 밖을 넓게 볼 수 있게 청결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지 돌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