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

윤유진(재단법인 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이사장)

 

북미정상회담이 있던 날, 북미정상회담과 우리정부의 역할 등에 대해 대학생인 아들과 감회 섞인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스물 세 살인 아들은 우리나라의 정부와 언론이 북한과 김정은에 대한 비판적인 태도가 부족하며, 대북미관계에 비해 문재인정부의 국내 현안들에 대한 변화나 조처는 너무 미진하고 더딘 것 같다는 의견을 피력하였습니다.

최악의 취업난을 체감하고 있는 지금의 젊은이들에게는, 세습권력인 김정은으로 대변되는 북한과의 관계 개선보다는, 당장 국내의 경제적 사회적 현안 해결이 더 다급한 현실로 보이는 것이겠지요.

지난 세월, 정부기관과 사회 곳곳에 뿌리박힌 폐단들을 하루아침에 해결하기는 어렵거니와, 단시간 내에 성과를 내려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성향이 아닌 것 같다. 현 정부는 욕을 좀 먹더라도 시스템과 제도를 바꿈으로써 우리 사회가 자정되는 것을 선호하는 것 같다. 고 달래듯 얘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그것이 제가 문제인 정부에게 가지고 있는 믿음이자 바램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한편, 사법부는 사법부 밖에서 단죄할 수 없다 주장하는 사법권력의 모습에서, 법외노조 직권취소를 둘러싼 전교조와 청와대간의 불협화음에서, 최저임금을 둘러싼 온도차이에서, 이러한 바램이 어느 정도 실현될 수 있을지 걱정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사상 최대의 지지와 득표율로 민주당이 전국을 휩쓴 지방선거의 결과를 후련하기보다 경계의 눈으로 보게 되는 이유입니다. 지방선거의 과정에서 일 잘하고 강직한 후보보다 계파의 이익을 보장할 수 있는 무능한 철새 후보를 밀어주는 사례나, 시민들의 바램이 당과 후보의 정치적 판단과 상황에 따라 왜곡되거나 적당히 얼버무려지는 것을 본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입니다.

촛불로 정권이 바뀌고, 남북관계가 극적으로 변화할 계기가 만들어지고, 국민들의 심신을 괴롭히던 보수권력들이 참패한 지방선거를 보면서, 흐뭇한 마음에 조금은 느슨해진 견제와 비판의 끈을 조여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하게 됩니다. 믿고 기다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겠지요. 현 정부가 더 성공하기를 바란다면 더욱 더, 각자 자기의 영역에서 불합리와 부조리를 걷어내기 위한 목소리가 필요할 것입니다.

지난 4,5월 GMO표시제에 대한 청와대 청원에 대한 답변이 있었습니다. 그 내용이 10년 전의 식약처의 입장에도 훨씬 못 미치는 것은 물론, 이전의 정권과 꼭 닮은 것을 보면서, 곳곳에 숨어있는 적폐의 후유증을 봅니다.

국민의 건강과 인류의 미래를 담보로 한 GMO 감싸기, 비윤리적인 다국적 기업과 대형 수입업체 편들기는 이제 그만 됐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그토록 외쳐대는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를 이루는 것에는, 우리가 먹는 식품, 의약품에 광범히 사용되고 있는 GMO를 국민이 알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포함됩니다.

국민은 바보가 아닙니다.

안전한지 아닌지, 판단은 우리가 하겠습니다.

청와대와 식약처는 묻지 않은 질문에 괴변으로 얼버무리지 말고, 국민들의 당연한 알권리를 부디 외면하지 말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