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와 경제발전⑤ 인간을 위한 4차산업혁명

 

김종걸 한양대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교수

1. 3가지 의미의 4차산업혁명

4차산업혁명이란 단어가 뜨겁다. 신문과 방송 그리고 정부정책 담당자도 모두 이 말을 자주 쓰기 시작했다. 무언가 새로운 변화가 시작되는 것은 분명하다. 필자가 보기에 이 단어는 대개 3가지 의미로 사용된다.

첫째는 무인(無人)공장이다. 독일정부가 발표한 ‘Hightech Strategy 2020’에서 강조한 ‘Industry 4.0’이라는 단어 속에 집약되어 있다. ICT 기술을 활용하여 생산 공정을 획기적으로 자동/효율화한 것이다. 6백 명이 일하던 연산 50만 켤레의 아디다스의 공장을 단 10명의 엔지니어로 운영하는 것과 같은 스마트공장을 말한다.(주1) 가상물리시스템(cyber-physics system)에 의해 제품개발부터 양산에 이르는 전 과정이 가상공간에서 실험되며, 그것을 바탕으로 최적화된 공장이 건설된다. 기계, 산업장비, 부품 등이 서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주고받으며, 스스로 최적화된 방식으로 생산하고 또한 스스로 수리도 한다. 사람이 필요 없는 완벽한 자동생산 시스템, 그것이 바로 4차산업혁명의 일면이다.

또 다른 키워드는 융복합에 의한 빠른 기술발전이다. 인공지능, 메카트로닉스, 사물인터넷, 3D프린팅, 나노기술, 바이오기술, 신소재기술, 에너지저장기술, 퀀텀컴퓨팅 등의 기술들이 새롭게 융복합되어 딥러닝, 드론, 로봇, 자율자동차 등의 새로운 산업으로 확대되고 있다.(주2) 새로운 기술의 발전 속도가 과거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것이다.

4차산업혁명을 디지털플랫폼으로 이해하는 경향도 강하다. 세계에서 가장 큰 택시기업인 우버는 소유하는 자동차가 없으며, 마찬가지로 에어비앤비는 소유한 부동산이 없다. 단지 거래를 위한 디지털플랫폼을 제공할 뿐이다. 이 플랫폼에 접근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그들은 서로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며(네이버의 지식제공시스템을 생각해 보면 당연하다), 모여진 데이터(빅데이터)를 활용한 새로운 사업기회도 창출된다. 플랫폼 구축의 초기비용은 크나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추가비용은 거의 제로에 가까워지며(한계비용 제로). 이로 인한 독점화의 우려 또한 커지게 된다.

2. 일자리 감소와 빈부격차

4차산업혁명이 가져올 사회적 영향을 두고 논의도 분분하다.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는 것은 앞으로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점이다. 고용에 대한 영향은 크게 3가지로 나타난다.

첫째는 생산 공정의 자동화로 인한 고용의 축소다. 둘째는 인공지능의 활용도가 전문 직종에게 까지 확대됨으로서 나타나는 고용의 감소다. 법률, 의료, 주식분석, 통번역 등의 영역에서 인공지능의 역할은 급속히 증대되고 있으며, 기존 인간의 직업이 인공지능에 의해서 대체되어 갈 것은 충분히 예측가능하다.(주3) 셋째는 플랫폼기반으로 하는 임시직이 확대될 것이라는 점이다. 굳이 정규직을 채용하지 않고도 디지털플랫폼을 매개로 필요할 때 마다 그때그때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다.(주4)

이러한 염려는 이미 4차산업혁명에 대한 논의를 주도했던 세계경제포럼의 보고서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이에 따르면 향후 5년간 선진국 및 신흥시장에서 일자리 710만개가 사라지고 210만개가 창출되어 결과적으로는 500만개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한다.(주5)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프레이와 오스본(Frey&Osborne)은 2013년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2010년에 존재하던 미국 내 직업의 47%가 10-20년 이내에 사라질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었다. 이들의 연구가 약간 극단적인 수치를 보이긴 하나 컴퓨터와 자동화에 의해 기존의 많은 직업군들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연구는 그 외에도 많다.(주6)

둘째는 새로운 기술이 가져올 생산증가분을 누가 가져갈 것인가의 논점이다. 이것 또한 경제적 부가 자본소유자 및 기술엘리트층에 집중될 것이라는 연구가 많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불평등이란 단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것은 지극히 임금 및 세금과 관련된 ‘제도’의 영향을 받으며 그러한 면에서 지극히 정치적인 문제다. 피케티(Thomas Piketty)는 불평등을 시정하는 그 어떠한 논리도 시장경제 내에서는 자연스럽게 발견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1970년대에는 15-20%였던 선진국의 자본분배율은 지금은 25-30%로 커졌다. 자본가에게 그리고 유산을 많이 받은 금수저들에게 점차 유리한 경제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미국이 유럽보다 원래부터 불평등했던 것은 아니었다. 1810년부터 1960년대 중반까지 미국은 훨씬 평등했었다. 그러나 1920년대 이후 유럽의 불평등은 급속히 줄어들었다. 전쟁에 따른 대규모의 자산파괴와 함께, 높은 최저임금, 자본누진세율과 같은 복지국가의 ‘제도’들이 크게 영향을 미쳤던 것이다.(주7)

스티글리츠(Joseph Stiglitz) 또한 ‘불평등의 대가’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정치시스템은 시장의 실패를 바로잡지 못하며,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경제시스템과 정치시스템은 근본적으로 공정하지 못하다.”(주8) 그래서 그는 적극적인 정부의 개입을 요구한다. 규제강화, 기업지배구조개선, 누진세강화, 중하위 계층에 대한 지원강화 등 살펴보면 2017년 현재 한국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들과 별반 차이가 없다.

크루그먼 또한 정치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역설한다. “만약 객관적인 시장의 힘이 주요원인이라면 선진국에서도 비슷한 소득의 불평등을 보여야 한다. 그런데 미국처럼 불평등이 증가한 선진국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결국 정치가 중요하며 진보주의자들은 불평등을 줄이는 정당을 지지하는 ‘당파성’을 가져야 한다고 선언한다.(주9)

3. 재앙을 축복으로 바꾸는 기획

서울대학교 철학과의 백종현 명예교수는 모든 과학기술의 발전과 산업의 진흥은 “인간성(휴머니즘)의 고양과 지역 간/계층 간 격차가 없는 인류전체의 복지증진의 원칙에 부합되게 진행되는 것이” 옳다고 말한다. 새로운 기술개발은 이미 오랜 기간 축적된 기술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며, 그러한 면에서 기술진보의 과실을 일부의 사람이 점유하는 것은 “정의에 반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기술진보의 과실을 모두에게 나누어주는 ‘국민기초소득제도’를 확립할 것을 주문한다.(주10) 지극히 당연한 말이다.

둘째 4차산업혁명을 디지털플랫폼 위에 작동되는 다양한 연결망이라고 이해한다면 이것은 민주주의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들은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그 다양한 연결망을 현실 속의 참여와 행동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면 우리들은 세상일에 좀 더 많이 관여하고 또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때로는 협동조합이 오프라인의 거점이 될 수 있다. “자조, 자기책임, 민주주의, 평등, 공정, 연대”라는 협동조합의 가치관은 근대 민주주의자가 갖추어야 할 기본소양과 맥을 같이 하기 때문이다.(주11) 때로는 지역에서의 주민운동이 오프라인이 거점이 되기도 한다. 참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개인의 탁월성이 확대되는 것이 바로 민주주의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지역과 산업에서 민주주의의 거점을 확대하는 것, 그 거점을 기반으로 진정한 민중(demos)의 권력을 확보하는 것, 그렇게 될 수 있다고 확신하는 것, 그것이 바로 이 시대에 요구되는 민주주의자의 최대 덕목일 것이다. 그리고 초연결망 사회로 대표되는 4차산업혁명 시대는 이러한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좀 더 확대시켜 갈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고 기대해 본다.

<각주>

1) 연합뉴스, 「아디다스 등 글로벌 제조社 스마트 공장 속속 도입」(2017년 5월 20일).

2) 이은민, 「4차산업혁명과 산업구조의 변화」, (『정보통신방송정책』, 정보통신정책연구원, 2016년).

3) 미국 내 대형법률회사 베이커 & 호스테틀러(Baker & Hostetler)는 2016년 인공지능 법률가 로스(Ross)를 운영 중이며, 미국의 투자자문회사 찰스 슈왑사(Charles Schwab Corporation)는 2014년 10월부터 인공지능 기반 투자자문시스템을 운영한다. IBM의 인공지능인 왓슨(Watson)이 의료계로 투입되어 암 정복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는 것도 유명한 스토리다.

4) 아마존에서 운영하는 미케니컬 터크(Michanical Turk)에서는 기업이 처리해야 할 일거리를 그 디지털플랫폼에 올리면 그것을 처리할 수 있는 개인들이 일거리를 처리하고 그에 대한 보상을 받는 구조다. 기그워크(Giqwalk), 캐글(Kaggle) 등 다양한 형태의 일 공유의 플랫폼이 운영 중이다. 양혁승, 「제4차산업과 고용생태계의 변화」, 『호모컨버전스: 제4차산업혁명과 미래사회』(아시아출판, 2016년) 참조.

5) WEF, 2016. The Future of Jobs: Employment, Skills and Workforce Strategy for 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

6) 岩本晃一, 「IoT/AIが雇用に與える影響と社會政策in第4次産業革命」, 經濟産業硏究所, 2017.8월.

7) 토마 피케티, 『21세기 자본』, 2013년, 글항아리, 32-50쪽.

8) 조셉 스티글리츠, 『불평등의 대가』, 2013년, 열린책들, 27쪽.

9) 폴 크루그먼, 『새로운 미래를 말하다』(원제는 The Conscience of a Liberal), 2012년, 엘도라도 출판, 342쪽.

10) 백종현, 「제4차산업혁명과 휴머니즘의 증진」(2017년, 미발표논문).

11) 김종걸, 「협동조합은 민주주의의 학교다」, 프레시안, 2016년2월. 원본은 『생협평론』, 2015년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