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태 농정신문 고문

복마전 농협중앙회 이대로 둘 것인가

출처 :농정신문 2002년 12월 9일

농협중앙회장의 연봉이 수억 원대에 이른다는 설이 회자되고 있다. 농협중앙회 직원들조차 입을 열지 않고, 예산서에도 대상에 중앙회장을 포함한 보수총액으로 나타나고 있어 정확히 알 길이 없지만, 농협내부사정을 아는 관계자들의 입을 빌면 대략 4억~6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본지 11월 25일자 3면 참조) 그래서 농협중앙회장은 시중은행장인가 농민단체 대표인가 하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뿐만 아니다. 농협중앙회 임원과 자회사의 사장들의 연봉도 억대가 넘을 것이라는 얘기도 공공연히 회자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소문을 접하면서 농협중앙회가 과연 이래도 되는 것인가 하는 강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수가 없다. 다 아는 바와 같이 협동조합은 사회적, 경제적 약자인 농민들의 자조조직으로서, 국민경제에서 정부나 민간기업과는 다른 고유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각종 사업을 통해 조합원의 편익 증대는 물론 다양한 공익적 역할을 수행하는 곳이다. 특히 조합원에 의해 관리되는 민주적 조직으로서 협동조합 선출직 임원들은 조합경영에 있어 최대봉사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결국 중앙회장을 포함한 임원, 자회사 사장들의 연봉이 억대가 넘는다는 사실은 이 원칙에서 어긋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현재 농민은 호당 평균 3천여만 원씩 빚을 짊어지고 농업과 농촌은 기울어 질대로 기울어져 언제 무너질지 모를 상황에 처해 있는데, 그들을 조합원으로 한 조합장은 연봉 6천만~8천만 원이라고 하고, 그 단위조합들을 회원조합으로 하고 있는 농협중앙회장의 연봉이 4억~6억 원대가 넘는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농협중앙회장은 농민조합원의 대표이지만 일반 농민단체 대표와는 달리 농협중앙회 경영의 책임자이며, 따라서 그에 상응하는 책임이 있으므로 그만큼의 보수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결코 동의할 수가 없다. 농민들이 빛에 쫓겨 농촌에서 떠밀리는 상황에서 농민조합원의 대표라는 농협중앙회장의 연봉이 수억 원대에 이른다는 것은 잘못된 협동조합의 중앙회라는 그 자체이기도 하지만, 결국 농협중앙회는 조합원을 등쳐먹는 기관이라는 오명을 입증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농협주앙회장은 경영자가 아니며, 경영자를 관리 감독하는 책임자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협동조합경영에는 경영안정의 원칙과 최대봉사의 원칙이 있고, 이 두 원칙이 동시에 관철되어야 한다. 즉 협동조합은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적자를 내어서 조합원에 피해를 주어서도 안 되고, 흑자가 나면 출자배당과 이용액 비례배당, 회전출자, 사업준비금 등으로 이를 조합원에게 되돌려 주어야 한다. 조합장, 중앙회장이 거액의 연봉을 타 가는 당사자도 문제이지만, 이 같은 일을 총회에서 결정하는 대의원회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회원조합에 대한 중앙회의 특감압력에 눌려 이를 반대할 회원조합장은 없고 중앙회 사무국에서 작성한 원안이 그대로 대의원회에서 통과될 수밖에 없다는 풍문까지 있으니 서글프기 짝이 없다.

특히, 농협중앙회의 수입금에는 정책사업대행 수수료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대행사업 수수료는 농민들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수행하는 사업 수수료로서 농민에게 환원되는 것이 마땅하고, 신용사업 이익금이면 이들 조합원의 이용액에 따른 배당을 제대로 했으면 연봉이 그렇게 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조합장과 중앙회장은 경영자가 아니고 경영자를 관리하는 조합원의 대표이다. 그러므로 조합장과 중앙회장은 수억 원의 연봉을 받을 것이 아니라 ‘실비판상’으로 봉사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리하여 조합원들의 권익보호와 농정현안 해결에 적극적으로 앞장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