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협동조합] 지금은 혁신의 시대, 사람 중심의 변화와 혁신을 위한 다양한 모색

Author
icooprekr
Date
2014-08-29 09:57
Views
2425
지금은 혁신의 시대, 사람 중심의 변화와 혁신을 위한 다양한 모색
- ‘제3회 유럽 사회적경제 여름학교(ESSE)' 를 가다 -



김아영(성공회대 일반대학원 협동조합경영학과, iCOOP전주생협)



지난 7월8일부터 13일까지 일주일동안 이탈리아 볼로냐에서는 ‘제3회 유럽 사회적경제(ESSE) 여름 학교(이하 ESSE)’가 열렸다. ESSE는 볼로냐 대학에서 개최하는 단기 프로그램으로 사회적경제에 관심이 있는 학생과 연구자들이 모여서 정해진 주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며 각 국의 정보를 교류하는 장이다. 올 해로 3회를 맞는 2013년 ESSE의 주제는 ‘세계의 사회적기업가 정신(Social Entrepreneurship in a Global Context)’으로 약 20여 나라에서 36명의 학생과 연구자들이 참가하였다. 글로벌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이탈리아를 비롯해 벨기에, 독일, 네덜란드 등 서유럽뿐만 아니라 크로와티아, 헝가리, 폴란드, 우크라니아, 루마니아 등 동유럽과 미국, 캐나다, 포르투갈 등 아메리카 그리고 호주, 인도, 일본, 한국 등 여러 나라의 사람들이 참가하여 다양한 정보를 교류하였다.




<사진1> 볼로냐 대학 베르티노 연수원





볼로냐에서 기차를 타고 한시간 정도 가야하는 베르티노(Vertino)라는 작은 마을에 있는 볼로냐대학 연수원에서 진행된 ESSE는 오전과 오후로 나누어 주제 강연과 토론 그리고 참가자들의 연구 계획 발표 등이 이어졌다. 주제 강연은 우리 나라에도 방문한 적이 있는 이탈리아 볼로냐 대학의 스테파노 자마니(Stefano Zamagni) 교수와 영국 네스타(NESTA)의 제프 멀건(Geoff Mulgan) 등을 비롯해 미국 조지아 스테이트 대학의 데니스 영(Dennis Young) 교수와 이탈리아 볼로냐 대학의 안드레아 바씨(Andrea Bassi) 교수, 벨기에 리에쥬 대학의 벤자민 휴브렛츠(Benjamin Hybrechts)교수와 스페인 발렌시아 대학의 라파엘 챠베스(Rafael Chaves) 교수 등 총 9명의 강사들에 의해 진행되었다. 강연자들은 여러 나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회적경제 활동들을 어떻게 볼 것이며, 사회적기업과 사회적기업가 정신, 사회적경제 등 각기 조금씩 다르게 사용되고 있는 개념들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 가에 대한 의견들을 피력하고 참가자들과 함께 토론하였다. 스테파노 자마니 교수는 ‘사회적경제가 민주주의와 자유의 수준을 높이고, 불평등을 감소시키는 사회적혁신을 통해 발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라고 주장하였다. NESTA의 제프 멀건은 사회적 혁신을 '목적과 방법이 모두 사회적인 것’이라는 정의하고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회적혁신의 사례를 소개해주었다.




<사진2> 스태파노 자마니 교수(왼쪽), 제프 멀건(오른쪽)



강연과 토론 외에도 버트리노 근처에 있는 사회적기업 두 곳을 방문하였는데 첫 번째로 방문한 곳은 사회적기업으로 운영되는 건강 관리 센터 Welfare Italia Forli 였으며 두 번째로 방문한 곳은 친환경 쇼핑센터 L'ApeBianca였다. 건강관리 센터인 Welfare Italia Forli 는 비싸고 오래 기다려야 하는 이탈리아 공공 의료기관 이용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협동조합과 비영리조직이 함께 만든 Welfare Italia에 소속된 곳으로 ‘소프트 헬스 케어(soft health care)’를 표방하며 지역 시민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두 번째 방문한 L'ApeBianca는 에코 리빙(ecoliving)을 표방하며 지역 사회 시민들을 위해 다양한 친환경 제품을 판매하는 판매장과 전시 공간, 문화센터, 식당 등 지속가능한 쇼핑 센터의 새로운 모형을 만들어 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독특한 점은 지역의 협동조합과 비영리 조직, 기업과 개인 등 지역 사회의 다양한 주체들이 함께 협력하여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실제 쇼핑센터가 성공할 수 있도록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들은 다양한 주체들이 협력하여 필요에 의해 사업을 구상하고, 사업을 통해 필요를 채워 나가고 있었다.



<사진3> Welfare Italia Forli(왼쪽), L'ApeBianca의 생수 판매기(오른쪽)


이번에 열린 제3회 ESSE의 특징을 한 가지만 고른다면 단연 ‘활발한 네트워킹’을 들 수 있다. 참가자들은 ESSE가 진행 된 기간 내내 적극적으로 서로의 정보를 교류하고 생각을 나누었으며 강연자들 역시 강연 후 참가자들과 함께 지내면서 적극적인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9번에 걸쳐 이루어진 주제 강연은 강의 중심의 지식 전달이 아니라 강연 내용을 중심으로 강연자와 참가자들의 질문과 답변, 의견이 교환되는 상호 작용의 장이였으며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발견하는 탐색의 시간이기도 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협동조합과 사회적 경제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협동조합 기본법 제정이 기폭제가 된 것도 사실이지만 그 이면에는 그동안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여러 가지 사회 문제들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자리하고 있는 것 같다. 10년 전부터 활동가로서 지역 생협에 참여하고 있고, 보다 깊이 있는 실천을 위해 현재 성공회대에서 협동조합경영학을 공부하고 있는 나에게 현재의 협동조합에 대한 열기는 반가운 소식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스러운 현상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협동조합과 사회적 경제가 우리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지나친 낙관을 넘어 환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이미 우리는 많은 경험을 통해 당면한 문제를 한 번에 모두 해결해 줄 영웅의 출현도, 비법의 발견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하지 않았던가. ESSE에서도 우리나라의 협동조합과 사회적 경제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높은지 실감할 수 있었다. 강연자들은 모두 최근에 우리나라를 방문했거나 직·간접적으로 우리나라의 관련 조직이나 기관과 접촉한 경험이 있었으며 강연 중에 우리나라의 사례들을 소개하며 관심을 보였다. 다른 나라의 경험과 사례에 대한 탐색은 우리에게 교훈을 줄 수는 있지만 결국 해답은 우리 안에 있음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ESSE에 참가하고 나서 느낀 점을 몇 가지 정리해보면 첫째, 전 세계적으로 지금은 혁신의 시대이며 사람 중심의 변화와 혁신을 위한 다양한 모색이 협동조합과 사회적 경제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재 유럽과 아메리카, 아시아 등 지구 곳곳에서 인류가 직면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 행동(social activism)부터 사회적기업가 정신(social entrepreneurship)까지 다양한 실천과 방법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둘째, 혁신을 위한 실천과 노력은 하나의 정형화 된 모습을 갖추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저마다 처한 환경과 조건 속에서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협동조합이 경제 시스템 안에서 일정 부분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이탈리아와 영국, 스페인 등에서는 협동조합의 변화와 혁신에 대한 모색이 이루어지고 있었으며 정부 주도의 협동조합에 익숙한 헝가리와 루마니아, 우크라이나 등에서는 협동조합 보다는 사회적기업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았다.

셋째, 변화와 혁신은 저항과 굴절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실천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연구 작업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21세기에 발명된 것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있어 왔던 사회적경제가 다시 주목받는 이유가 무엇인지, 200여년 동안 유지되고 있는 협동조합의 비결과 힘은 무엇이며 미래의 200년을 기약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등 여러 가지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실천가와 연구자의 협업이 중요하다.

넷째, 사람 중심의 변화와 혁신은 부단한 노력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이탈리아를 비롯해 미국과 영국, 인도와 우리나라 등 거의 대부분의 나라에서 사회적경제에 참여하고 있는 여성의 비율은 남성에 비해 높았다. 반면에 관리자와 경영자 등 특정 지위와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여성의 비율은 남성보다 낮았다. 이러한 사실은 단순히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경제라는 외피를 가진다고 해서 사회의 모든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협동조합을 비롯한 사회적 경제는 외부로부터의 변화와 혁신을 위해 노력함과 동시에 내부적인 변화와 혁신을 위해서도 주의를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