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협동조합이 ‘희망’입니다.

Author
icooprekr
Date
2014-12-30 10:50
Views
4502

이정주(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이사장)


2015년 아침이면 지난 해 세월호 사건 이후, 멈추었던 시간이 훌쩍 지나 또 다른 새해가 열립니다. 해마다 이맘 때늘 말하곤 했던 ‘희망’이라는 단어가 그 어느 때보다도 낯설고 그래서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는 날마다 민주주의의 실패를 경험하며 때로는 이것에 익숙해져 가고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도 자기중심적이고 이분법적인 사고에 갇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익숙하지 않습니다, 나아갈 방향을 알 수 없고 상식조차 통하지 않는 사회를 보며 점점 불안감은 커지고 있습니다. 분명한 사실은 정치, 경제, 교육, 종교 등 이제 우리가 기댈만한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과연 우리 사회의 희망은 어디로부터 시작될 수 있을까요?


모든 부문에 있어 혁신이 절실한 우리 사회는 협동조합의 선구자 모제스 코디(Moses Coady)의 말을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국민들이 경제적인 주권을 가지면서 민주주의를 훈련하는 데 협동조합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 영국은 많은 위인들, 문학에 있어 셰익스피어, 과학에 있어 뉴튼, 정치에 있어 처칠을 탄생시켰지만, 이보다 더욱 위대하고 찬란한 역사를 만든 주인공은 방적 직공들이다. 따라서 바로 이러한 국민들 중에서 조직자, 성인 교육자, 도서관장, 오락 지도자가 마땅히 나와야 한다. 마찬가지로 자본주의의 약점을 비난하고 앉아 있느니 민주적인 참여를 위한 준비행위가 보다 애국적이고 의미 있는 일이며, 교육과 조직을 통해 국민들은 재정을 관리하는 기술을 알면 자본가의 잘못도 시정할 수 있다”


답은 우리 자신입니다. 그리고 협동조합입니다. 왜냐하면 협동조합이 많이 만들어질수록 우리 사회는 보다 민주주의 사회로 가까이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말레이시아에는 전체 협동조합의 20%가 학교협동조합이라고 합니다. 정부가 협동조합을 국가적 리더 양성의 교육을 목적으로 활용한다고 하는군요. 더불어 살아있는 경제교육으로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사업을 협동조합 방식으로 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부산국제고등학교에서도 아이들이 학교 매점을 직접 운영하며, 직접 물건을 검수하고, 관리하고, 회의 결과를 통해 건의도 하는 등 살아있는 경제교육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덕목을 배운다고 합니다. 2014년 윤리적소비 공모전에서 당선되기도 했던 부산국제고 학생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우리는 학생들끼리 모여 교내에 협동조합을 만들어 여러 물건들을 판매함으로서 전교생들에게 협동조합이란 무엇인가를 몸소 행동으로 가르쳐 주었고, 물건을 소비할 때 고려해야 할 것이 효율성만이 아니라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우리의 미래세대 들에게도 협동조합은 민주주의 교육을 가장 효율적으로 배울 수 있는 방법입니다.


놀랍게도 2014년 12월 현재 만 2년간 설립된 협동조합이 6000개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그만큼 우리 사회는 일자리가 필요한 사람들이 많다는 증거입니다. 안타깝게도 그 중에 사업을 제대로 시작한 곳은 2000여곳에 미치지 못하고 또 그래서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습니다. 그만큼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제 주변에도 협동조합을 운영하다 내부갈등 문제로 협동조합이 해산위기에 처한 곳이 있습니다. 그 협동조합의 이사장이 후회를 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처음부터 협동조합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들로 구성되었어야 하는데, 그저 좋은 사람들이라는 막연한 기대감만으로 시작을 했었던 것 같다구요.


하지만 지금은 우리 사회가 다양한 협동조합을 도전해보고 실험해 보는 것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비록 실패하더라도 그 경험을 공동의 자산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협동조합을 경험한 사람들은 기존의 벽을 깨기 위해 부딪혀 바꾸고 싸우는 방법보다 새롭게 창조하는 일이 훨씬 신명나고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각 분야에서 협동조합을 만들어내고 발전시키는 것이 곧 우리 사회의 희망입니다. 2015년도에는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협동조합을 통해 우리 스스로 희망을 만들어내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또한 협동조합이 어떻게 우리 사회에 희망을 만들고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가에 관심을 가지고 이러한 성과가 보다 더 효과적으로 잘 보여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겠습니다. 아울러 2014년에도 조합원들의 지원 속에서 안정적으로 운영이 되고, 또한 연구위원님, 관계기관 여러분, 연구소 가족여러분들의 협력으로 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가 계획했던 일들을 잘 마무리 할 수 있었던 것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리며, 새해 건강하시고 안녕하시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