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생협평론 여름호 "협동조합과 혁신"이 발간되었습니다.

Author
icooprekr
Date
2016-06-17 09:36
Views
4269

이념적 입장에 따라 좋아하는 단어도 다르다. 보수는 효율, 자기책임, 법치주의, 기업, 성장 등의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 진보는 공정, 평등, 연대, 공공성, 분배 등의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 이들 단어는 그 자체로는 긍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양쪽 모두에 의해 즐겨 사용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때, 예외적인 대표적인 단어가 바로 혁신이다. 노조와 시민사회와 진보도 혁신을 이야기하지만, 대기업과 경영자와 보수도 혁신의 주역임을 자부하고 있다. 혁신에 대한 높은 관심은 협동조합도 마찬가지이다.

협동조합은 조합원의 권익 향상이라는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주식회사와는 다른 방식의 소유 및 지배구조를 채택한 기업조직이다. 이 점에서 협동조합은 그 자체가 기업조직의 혁신이다. 협동조합은 또한 주식회사를 중심으로 짜인 기존 경제 환경 및 질서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혁신을 부단히 시도하는 결사체이자 사업체이기도 하다. 로치데일 공정선구자협동조합이 탄생한 이래 세계의 주목받는 협동조합들은 조직, 공정, 제품, 사업 등 다양한 영역에서 새로운 배합이나 창조적 파괴 등 다양한 혁신적 활동을 벌임으로써 조합원들의 권익을 향상시켰을 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전파하기도 했다.

혁신(革新)을 나타내는 한자는 낡은 가죽을 벗겨내고 새로운 가죽을 입힌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즉 혁신은 엄청난 고통을 감수하면서까지 커다란 변화를 적극적으로 이뤄내는 행위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전적, 원론적 이해만으로는 지금 혁신이 왜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화두가 되고 있는지, 특히 협동조합 차원에서 혁신의 문제가 왜 중요하며, 이 문제를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알기가 어렵다. 이번 <생협평론>의 ‘특집’에서는 이런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협동조합이 혁신과 어떤 관계를 지니고 있으며 혁신이 협동조합의 성공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가를 다각도로 살펴보았다.

협동조합이 혁신의 관점에서 어떻게 새롭게 재조명될 수 있는지를 다룬 총론은 한신대 경제학과의 이일영 교수가 맡아주었다. 이 교수는 협동조합의 역사에서 있었던 새로운 시도들이 어떻게 혁신 모델이 되었는지를 검토한 뒤에, 협동조합의 핵심적인 정체성을 사회혁신가로서 자리매김하고, 협동조합은 경제적으로 혁신하되 조합의 경계를 넘어서 사회 전반의 새로운 변화도 함께 고민하자고 제안한다. 성공회대 경영학부의 김동준 교수는 협동조합을 사회혁신의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이어받아 협동조합의 조직 내부 혁신과 외부 사회혁신의 의미를 검토하고, 조직의 유연한 운영, 명확한 조직 정체성의 확립, 신뢰의 구조 확보, 협동조합 간 네트워크적 협력구조 형성, 집단지성의 원리의 활용 등을 협동조합 비즈니스의 추진 원칙으로 제시하고 있다.

협동조합이 삶의 중요한 영역들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혁신했는지에 대한 검토 작업은 안산아이쿱생협의 김활신 이사와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의 주수원 정책위원이 맡아주었다. 김 이사의 글은 노동자소유기업이 일터와 사회의 혁신이라는 측면에서 분명한 가시적 효과가 있었음을 키친아트, 우진교통 등의 사례를 통해 밝히고 이들 기업이 우리 사회의 기업 문화를 바꾸는 선도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주 정책위원의 글을 통해서는 학교 협동조합이 학생들의 학습 능력과 활동 역량을 높여주는 것에 더해 민주적 공동체의 경험과 앞으로 살아갈 사회에 대한 자신감을 키워줄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혁신과 협동조합의 관한 보다 실감나는 의견은 현장 전문가 다섯 분의 <좌담>을 통해 들어볼 수 있다. 혁신의 DNA를 지닌 협동조합의 현장에서 있었던 혁신의 어떤 시도들이 있었는지, 혁신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들은 어떤 것들인지, 협동조합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력한 영역은 어떤 영역인지, 협동조합이 혁신의 주체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 보완되어야 할 점은 무엇인지 등을 중심으로 여러 의견들이 개진되었다. 좌담 내용 중 일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사회혁신은 가치를 새롭게 만들어내고 그 가치가 복제되고 확장되며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 때 가능하다(김아영 전주아이쿱생협 이사장), 협동조합이 한국 사회 특유의 속도주의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졌으면 좋겠다(김홍길 서울시 협치서울추진단 협치지원관), 협동조합의 성공을 위해서는 참여가 대단히 중요한데 그러려면 친밀감을 이끌어내고 역할이 잘 부여될 수 있어야 한다(정경섭 우리동물병원생명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혁신은 삶의 방식을 재구성한다는 의미에서 이뤄져야 한다(서종식 일하는사람들의협동조합연합회 사무처장).

<돌발논문>에서는 우리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는 최저임금의 문제를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김유선 선임연구위원이 검토했다. 이 글을 통해 독자들은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어떤 수준인지, 최저임금 인상이 어떤 경제적 경로들을 거쳐 일자리의 증감에 영향을 미치는 것인지, 최저임금 인상이 자영업자의 부담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어떻게 봐야 하는지, 최저임금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떤 변화와 개선이 필요한지 등의 관해 나름의 일관된 안목을 가지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슈>에서는 생협의 핵심 가치인 식품 안전과 환경 보전을 위협하는 GMO의 문제를 다뤄보았다. 홍익대 교양과 김훈기 교수의 글은 GMO에 관해 소비자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핵심 내용을 소개하고, GMO 표시제를 실시하고 있음에도 자신이 먹는 음식의 재료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알기 어려운 이유를 알려준다.

독자들의 많은 성원을 받고 있는 <기획연재> “협동조합을 가다”에서 시사IN 김은남 기자는 귀농귀촌인들이 게스트하우스와 장터 그리고 식당 등을 협동조합 방식으로 함께 운영하면서 아직은 낯선 동네에서 고군분투하는 ‘문화예술협동조합 씨앗’을 소개한다. 또 다른 기획연재인 “사회적경제관련 사업 길라잡이”에서는 iCOOP협동조합지원센터 대외협력파트 김현하 파트장은 협동조합이 첫발을 어떻게 떼는 게 바람직한지에 대해 조언을 한다. 그 핵심은 공통의 필요를 바탕으로 사업의 동력을 만들어내는 일, 협동조합의 살아있는 규칙을 만드는 일, 비즈니스 모델을 공유하고 타당성 있는 사업으로 만들 실행력을 갖추는 일이라고 한다.

이밖에도 읽을 거리들이 많다. 그동안 국내에서 거의 다루지 못했던 라틴아메리카 협동조합의 역사와 현황을 다룬 <이슈>, 『아이쿱 사람들』과 『왜 우리는 집단에서 바보가 되었는가』에 관한 <서평>, 미국과 유럽, 호주의 협동조합들의활동을 다룬 <협동조합 소식>, 협동조합의 혁신을 한 칸으로 그려낸 <만평>이 담겨져 있다.

생협평론 소개

2010년 창간한 <생협평론>은 협동조합을 둘러싼 다양한 사회, 경제, 문화적 이슈를 담아 전달하는 계간지로 협동조합에 대한 담론을 사회적으로 활성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생협평론』은 협동과 나눔 그리고 평화에 대해 iCOOP생협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세상과 나누고 말 거는 통로입니다. 또한 협동조합에 대한 담론을 사회적으로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떠맡겠다는 자청이기도 합니다. 그 세상은 조합원인 나와 나의 이웃이 함께 사는 세상입니다.때로는 도발적으로, 때로는 잔잔하게 iCOOP생협이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세상에 던질 것입니다. 이러한 생각에 무성한 응답들이 있기를 기대합니다.
___생협평론 창간호 길잡이에서

▶ 차례

길잡이
협동조합이 혁신을 고민하는 까닭은? 004

협동조합과 혁신
협동조합은 사회혁신이다____이일영(한신대 경제학과 교수) 010
대안 조직으로서의 협동조합과 혁신의 과제___김동준(성공회대 경영학부 연구교수) 022
노동자소유기업, 일터를 혁신하고 사회를 혁신하다___김활신(안산아이쿱생협 이사) 036
학교협동조합, 학교를 혁신하다___주수원(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정책위원) 052

좌담
협동조합, 혁신의 DNA를 찾아서 070

이슈
GMO 소비시대, 알 권리 선택할 권리___김훈기(홍익대 교양과 교수) 097
라틴아메리카의 협동조합 현황___김혜숙(국제전략센터 대표) 110

돌발논문
최저임금 올리고 지키자___김유선(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 125

아이쿱 만평
협동조합, 혁신으로 날아오르다!___박해성(만화가) 135

기획연재 - 협동조합을 가다⑬
문화예술협동조합 씨앗(C. Art): 시골로 간 청년들, ‘비빌 언덕’을 찾다___김은남(시사IN 기자) 136

기획연재 - 사회적경제 관련 사업 길라잡이③
협동조합 스타트업 지도 그리기___김현하(iCOOP협동조합지원센터 대외협력파트 파트장) 152

서평
우리는 ‘집단 어리석음’으로부터 안녕한가요? :
군터 뒤크, 『왜 우리는 집단에서 바보가 되었는가___곽운학(작은기업연구소 소장) 162
2% 다른 사람들 :
차형석, 『아이쿱 사람들』___이정옥(대구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 168

협동조합 소식
변화를 주도하는 세계 협동조합의 현재___이주희(iCOOP협동조합지원센터 국제파트) 172

책 속으로

대안으로서의 협동조합은 새로운 위기에 대응하는 새로운 조직∙체제이다. 그렇게 보면 협동조합의 원리나 조직형태는 정형화된 교과서 안에 고정된 것이 아니다. 사회 전체의 체제 전환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협동조합은 아직 미약한 존재이고 뚜렷한 성과를 낸 것은 아니다. 역사적으로 협동조합은 위기의 심화 속에서 시도된 사회적 혁신 실험의 일종이었고, 지금도 그러한 실험의 연장선에 있다고 할 수 있다. _15쪽

협동조합은 조합원 공동의 목적을 실현하는 수단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조직구조를 통하여 인간과 사회의 본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이해될 수 있다. 협동조합은 지역 주민, 노동자, 소비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통하여 여타의 변혁운동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시장경제 체제를 넘어서고자하는 대안운동의 맥락 속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_23쪽

협동조합은 조직 내부의 혁신을 통하여 조직적 대안을 제시하는 동시에 협동조합 비즈니스를 통하여 외부적으로 지역사회의 혁신을 도모하기도 한다. 즉 협동조합의 비즈니스 혁신은 조직혁신과 사회혁신을 포괄하여야 한다. 조직 내부의 혁신과 외부적 사회혁신은 상호 보완적인 동시에 서로를 자극하고 활성화하는 선순환적 관계를 가지기 때문이다. 혁신적인 조직구조를 가지고 있을 때 협동조합을 통한 사회혁신이 원활히 추구될 수 있으며, 사회혁신의 원리와 과정은 협동조합 내부의 조직혁신을 더욱 적극적으로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_32쪽

노동자소유기업은 노동자 구성원들이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여 노동조건을 스스로 통제하고 생활임금과 복지, 자기계발 등의 혜택을 합리적으로 결정하고 공유할 수 있다. 민주적 운영을 통해 업무 자율성 높이고 사업의 성장과 생산성을 증진하며 소비자들에게는 질 좋은 제품을 제공할 수 있다. 또한 노동자소유기업은 일터를 혁신함으로써 기업의 이상적 모델 제시하고 민주 시민의 양성, 공동체 의식의 고양을 통해 결국 사회를 혁신할 수 있다. _38~39쪽
학생들이 느끼는 다양한 문제들을 협동의 방식으로 풀어가며 실제 변화를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바로 학교협동조합 활동이다. 현장체험 학습, 교복, 주먹밥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학생들은 자신들의 필요를 해결해간다. 그러면서 스스로 문제를 풀어가는 능력을 익혀나가게 된다. 이러한 ‘실천에 의한 학습Learning by Doing’을 통해 학습자가 능동적이고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얻게 되는 앎은 일방적 지식 전달에 의한 학습보다 더 큰 교육
적 효과를 갖는다. _61쪽

학생, 학부모, 교사, 지역주민 모두의 힘이 다 모여야 학교협동조합이 제대로 설 수가 있다. 어느 한 주체가 부족해도 기우뚱하기 쉽다. 학생과 교사는 학교협동조합의 교육적 기능을 강화해주며, 학부모와 지역주민은 학교협동조합의 사업적인 부분을 안정시켜준다. 학교라는 다양한 소비 공간은 마을의 순환경제를 만들어가는 데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협동조합 방식을 통한 사업은 학교가 갖는 본래의 공익적 기능과 교육적 기능을 강화한다. 협동조합이 갖는 혁신성은 바로 이러한 연결의 힘에 있다. _64쪽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의 혁신성을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확인한다면, 소비자가 필요한 물건을 주인이 직접 꺼내주는 공급자 중심 방식에서 이용자 중심의 셀프 서비스로 상점 운영의 패러다임을 바꾼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8시간 노동 구조를 도입하고, 노동자의 경영 참여를 제도화해 종업원지주제의 단초를 만든 것 역시 언급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_80쪽

협동조합은 경영적 혁신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의미 있는 혁신을 이끌어온 주체로 기능했습니다. 1846년 영국 로치데일 공정선구자조합에서 여성을 조합원으로 처음 받아들였습니다. 당시 여성에 대한 재산권, 투표권 부여가 전무했던 상황에서 여성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인다는 것 자체가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이었습니다. 심지어 1860년에는 협동조합의 운영규칙에 성평등 조항을 넣었습니다. 여성의 참정권이 1893년 뉴질랜드에서 처음 인정되었던 역사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사례는 매우 특별하다고 생각합니다. 협동조합의 혁신성은 사람으로부터 비롯될 때 사회 전반에 유의미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봅니다. _82쪽

독일에서는 2010년 한 해에만 약 1000톤에 달하는 항생제가 가축에게 사용됐다. 인간에게 사용된 항생제 양은 약 300톤이다. 종종 항생제나 약품을 써야 할 분명한 이유도 없이 동물들에게 약이 투여되기도 한다. 수만 마리 가운데 병든 소가 한 마리라도 보이면 전체에 항생제를 투여할 충분한 이유가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공장식 농장에서 항생제 남용은 불안한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한 필요악과도 같은 것이다. 게다가 자기 몫의 이익을 챙길 수 있는 수의사 입장에서는 항생제 남용이 반갑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_61쪽

각기 다른 협동조합이 서로의 동질성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가 과제입니다. 동질성을 갖고 있을 때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고, 그 경험이 팀워크를 만들어 또 다른 시도를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줍니다. _90쪽

일반적으로 혁신은 주변부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말합니다. 가능한 영역에서부터 성공한 사례들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법제도와 시장이라는 문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쉽게 도전하기 어렵습니다. 틈새를 찾아 혁신을 만들어야 합니다. 불안정한 노동환경에서 노동자협동조합이 어떻게 안정적인 울타리를 만들어내는 혁신을 이뤄낼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노동자협동조합의 성공 사례를 보여주는 것으로부터 시민들의 노동자협동조합에 대한 각성과 가시성이 확보될 수 있다고 봅니다. _95쪽

지난해 미국에서 새로운 종류의 GMO가 잇달아 상업용 재배 승인을 받았다. 잘랐을 때 색깔이 갈색으로 변하지 않는 사과, 튀겼을 때 발암물질이 적게 나오는 감자가 그것이다. 농업 생산자의 이익을 주로 강조한 1세대 GMO에서 최종 소비자의 직접적인 기호를 겨냥한 2세대 GMO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복숭아와 체리도 곧 승인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인의 식탁을 겨냥한 품목도 개발이 한창이다. 대표적으로 비타민A 성분이 함유돼 있다는 ‘황금쌀’이 곧 시장에 선보일 전망이다. _106쪽

1800년대 말부터 1900년대 초 유럽의 이민자들이 협동조합 사상을 라틴아메리카에 들여오면서 로치데일 사상을 기반으로 하는 사회∙경제 단체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이러한 단체들을 통해서 가난한 이민자들 중 성공한 기업가가 등장했고, 이들은 주로 농업 부문의 경제를 발전시켰다. _111쪽

라틴아메리카의 협동조합은 로치데일 협동조합의 조직 형태로 시작되었다. 이후 정부 차원의 지원을 받아 적극적으로 장려되기도 했지만, 한편 그 권력을 강화하고 새로운 사회운동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또한 협동조합은 많은 사람들, 특히 그동안 소외되었던 가난한 사람들이 사회의 당당한 주체임을 자각하고, 민주적 과정을 통해서 정치∙경제∙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장을 제공했다. _121쪽

2015년 최저임금이 5,580원이었는데 노동계는 2016년 최저임금 1만 원을 요구했고, 재계는 1.6% 인상을 얘기했다. 최종적으로 정부는 2016년 최저임금을 6,030원(8.1% 인상)으로 정했다. 이러한 패턴은 올해도 반복되고 있다. 2017년 최저임금으로 노동계는 1만 원을 요구하고, 재계는 동결을 얘기한다. 한꺼번에 최저임금을 60%, 70% 인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난 4월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2020년 최저임금 1만 원을, 정의당이 2019년 최저임금 1만 원을 공약한 것은 한 걸음 진전이라 할 수 있다. _126쪽

최저임금 수혜자와 미달자는 동질적인 집단이다. 여성, 학생과 저학력층, 청년과 고령자, 숙박 ·음식점업, 서비스직과 단순 노무직, 영세사업체, 무노조 사업장, 비조합원, 비정규직 가운데서도 시간제 근로자, 임시직과 일용직 등 사회적 약자들이다. 최저임금은 여성 친화적이고, 청년 학생과 저학력 고령자 친화적이며, 무노조 비조합원 친화적이고, 비정규직 친화적이다.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근로감독 행정을 강화하면 이들 사회적 약자에게 혜택이 돌아간다. _131~132쪽

협동조합 씨앗은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는 협동조합의 기본 원리를 충실히 체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함께 해결하고자 하는 공통의 필요와 열망이 있었기에 이들은 모였다. 곧 지역살이를 시작한 뒤 제대로 비빌 언덕이 없던 귀농귀촌인들이 한데 모임으로써 서로를 잇고, 관의 행정적 지원도 좀 더 효율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_150쪽

협동조합은 세련된 아이디어만으로 사람들을 모아내는 비즈니스가 아니라 개인이 가지고 있는 공통의 필요를 바탕으로 사업의 동력을 만들어냅니다. 협동조합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그 필요를 다른 사람들도 공유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_154~155쪽

협동조합은 구성원 간의 신뢰, 가치에 대한 동의가 중요합니다. 모든 의사결정을 다 총회에서 내릴 수 없습니다. 총회에서 결정해야 할 것, 이사회에서 결정해야 할 것이 구분되고 그 결정에 따라 모두가 일사분란하게 주인으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합니다. 그래서 협동조합의 특징 중 하나를 ‘공유된 소유권Shared Ownership’이라고도 하지만 ‘공유된 리더십Shared Leadership’이라고도 부릅니다. _158쪽

계간 생협평론 2016 여름호 (재)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펴냄
출간일 2016년 6월 20일 | 220쪽 | 5,000원 | ISSN 2093-987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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